[딜사이트 이상호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인공지능(AI)을 이마트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래사업을 맡은 신세계프라퍼티가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그룹의 중추를 책임지는 이마트가 데이터센터를 통해 확보한 AI 역량을 상품 소싱부터 물류, 재고관리까지 적용한다는 구상이다. 이마트의 오프라인 경쟁력을 강화하는 ‘이마트 2.0’ 프로젝트가 본격화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이달 16일 정 회장이 앞서 책임경영을 선언하며 이마트와 신세계프라퍼티의 대표이사를 맡겠다고 발표한 뒤 꼬박 100일을 맞았다. 정 회장은 지난 6월에 먼저 신세계프라퍼티 대표이사를 맡았으며 올해 정기인사와 내년 주주총회 등 절차를 거쳐 이마트 대표이사 선임을 앞두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당시 정 회장의 결단을 놓고 “그룹의 현재와 미래를 대표하는 회사 이사회에 참여하는 법적 등기임원 CEO로 완전한 책임경영을 실현하겠다는 선언”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이마트와 신세계프라퍼티는 정 회장의 그룹 비전의 중추 역할을 맡게 된다. 특히 신세계프라퍼티는 미래사업인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부지 확보 등 실무를 담당하고 이마트는 그룹의 핵심 축인 유통사업의 AI 전환을 주도하는데 앞장설 것으로 관측된다.
정 회장은 이를 달성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먼저 책임경영을 선언하기 전인 올해 3월부터 미국 AI 기업 리플렉션AI와 국내에 전력용량 250MW(메가와트)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단계적으로 구축하기로 했다. 대규모 GPU 인프라를 기반으로 클라우드부터 맞춤형 AI 설루션까지 제공하는 '풀스택 AI 팩토리'를 만들고 연내 합작법인(JV)도 설립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정 회장의 계획은 구상 단계를 넘어 실행 조직을 갖출 정도로 진전을 보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7월 말 AI 관련 투자와 자회사 관리를 담당할 'SSG AI KOREA'를 세운 데 이어 8월에는 데이터센터 구축·운영을 사업 목적으로 하는 'SSG AI DC'를 설립했다. 두 법인 모두 신세계프라퍼티의 서재옥 개발본부장이 대표를 맡았다.
데이터센터 입지도 구체적 검토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강원특별자치도에서 춘천에 AI 데이터센터 사업을 추진하면서 신세계그룹의 참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우상호 강원특별자치도 도지사는 지난 7일 “원주에는 KT와 AI 데이터센터 건립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며 춘천 수열에너지 지구에는 신세계가 투자를 타진하고 있어 지속적으로 만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신세계그룹 측은 춘천 수열에너지 융복합클러스터 투자 가능성을 놓고 “춘천을 포함해 복수 지역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정 회장의 구상에서 AI데이터센터는 이마트와 동떨어진 독립적 신사업이 아니다. 신세계그룹과 리플렉션AI는 지난 4월 상품 소싱과 발주, 가격 책정, 물류, 재고관리, 고객관리 등 유통사업의 6개 핵심 영역에 AI를 적용하는 '리테일 전면 혁신' 계획을 발표했다.
그룹 내에서 상품과 고객 접점이 가장 많은 이마트는 혁신 계획에서 선두 사업자 역할을 맡는다. 이마트의 사업에 AI가 적용될 범위는 단순한 상품 추천에 그치지 않는다. 판매 데이터를 분석해 점포별 수요를 예측하고 발주량과 재고 배치를 조정하는 동시에 가격 결정과 배송 경로까지 최적화한다. 온라인에서는 고객 취향에 맞는 상품을 찾아 결제와 배송까지 연결하는 AI 에이전트도 구상하고 있다.
이마트가 본업에서 수익성을 회복하고 있다는 점도 이번 정 회장의 AI 전략에 의미를 더해준다. 이마트의 수익성이 긍정적 흐름을 보이는 상황에서 AI 도입은 적자 사업을 구하기 위한 수단이라기보다 회복한 이마트의 수익성을 한 단계 더 높이기 위한 혁신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
이마트는 2026년 상반기에 별도 기준으로 영업이익 1719억원을 냈다. 전년 동기대비 15.4% 증가한 수치다. 2분기만 보면 영업이익 2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4%가 늘어나며 빠르게 수익성을 회복 중이다.
대형마트는 수만 개 상품의 매입과 재고, 전국 점포와 물류망을 동시에 운영하는 사업이다. 수요 예측의 정확도가 높아지면 과잉재고와 폐기율을 낮추고 물류, 배송 비용을 줄일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AI 도입 성과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마트 관계자는 "미래 유통업에 최적화된 AI 기반 리테일 사업 모델을 구현해 생산성을 높이고 고객 만족도를 향상시키겠다”며 "상품 소싱에서부터 발주, 가격 책정, 물류, 재고관리, 고객관리에 이르기까지 리테일 운영 전반에 AI를 도입해 기존 사업의 혁신을 기민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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