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상호 기자] 삼양그룹이 범용 소재에서 스페셜티(고기능성) 소재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며 수익성 제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원유 공급망 위기와 중국의 반덤핑 공세 속에서 석유화학업계의 구조적 불황을 돌파하기 위한 복안이다.
삼양그룹은 △옥수수로 만든 친환경 바이오 소재 ‘이소소르비드’ △반도체 포토레지스트 소재 △수처리를 비롯해 반도체 초순수 생산에 필요한 ‘이온교환수지’ △스킨∙헤어케어 제품에 쓰이는 퍼스널 케어 소재 등의 고부가 스페셜티 소재를 토대로 화학사업의 체질을 개선하고 있다.
나아가 식품사업과 화학사업을 병행하는 사업적 이점을 살리기 위해 양 사업간 융복합 과제를 끊임없이 추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탄생한 이소소르비드(Isosorbide)는 식물 자원에서 추출한 전분을 화학적으로 가공해 만든 화이트 바이오 소재다.
삼양그룹은 전분, 전분당 등 여러 식품의 원료가 되는 옥수수의 활용 영역을 확대하고자 친환경과 사업성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이소소르비드를 낙점했다.
2008년 개발을 시작해 6년간 약 350억원을 투자한 결과 2014년 국내 최초, 세계 두 번째로 이소소르비드(제품명: NOVASORB) 상용화 기술을 확보했다. 같은 해에는 울산에 연간 300톤까지 생산 가능한 파일럿 공장을 구축하고 2022년에는 군산 자유무역지역에 연간 생산량 1만 5천톤 규모의 이소소르비드 생산공장을 준공했다. 해당 사업은 삼양그룹의 화학 계열사인 삼양이노켐이 주도하고 있다.
이소소르비드를 사용한 플라스틱은 내후성(햇빛에 변색되지 않는 특징)과 내구성, 내열성, 투과성 등이 우수해 모바일 기기, TV 등 전자제품의 외장재와 스마트폰 액정필름, 페인트, 자동차 내∙외장재, 식품용기, 친환경 건축자재로 활용이 가능하다.
플라스틱 외에도 정밀화학 분야에 적용하면 천연 화장품 원료, 환경 호르몬 없는 가소제, 친환경 에폭시 수지 등의 원료로도 사용할 수 있다. 현재는 전기차 모터코어용 접착제 소재로 쓰이고 있다.
최근 삼양이노켐은 이소소르비드 활용범위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6월 HD현대중공업, 미래고분자연구와 함께 이소소르비드 기반의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단열재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7월에는 3D 프린팅 치과용 소재 전문 기업인 그래피와 이소소르비드 기반의 치과용 소재 개발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실적도 우상향하고 있다. 이소소르비드의 판매량은 2022년 대비 2025년 말 기준 2.5배 증가했고 같은 기간 고객사 수도 15배 증가했다.
삼양엔씨켐은 반도체용 포토레지스트(PR) 소재인 고분자(Polymer)와 광산발산제(PAG)를 생산하는 삼양그룹의 화학계열사다. 반도체와 첨단 패키징 분야에서 일본이 독점하던 PR 핵심 소재를 2015년 자체 기술로 국산화해 국내 반도체 소재 자립화에 기여했다.
2021년 삼양그룹에 편입된 이후에는 선제적인 투자와 설비 확충을 통해 연간 생산규모를 PR용 고분자 240t, 광산발산제 20t까지 확대했다. 이는 연간 약 2000억원 규모의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시설로 국내 최대 규모다.
삼양엔씨켐은 지속적인 연구개발(R&D)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낸드용 불화크립톤(KrF) 소재뿐만 아니라 D램에 쓰이는 불화아르곤(ArF), 극자외선(EUV)용 소재를 생산하고 있다. 최근에는 부가가치가 높은 ArF와 EUV 소재 비중을 늘리는 데 집중하는 한편, 차세대 고성능 반도체 패키징에 필요한 유리기판용 PR 소재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아울러 t 단위 양산 시 10억분의 1수준으로 메탈관리가 가능한 분석기술과 장비를 갖춰 고품질∙고순도의 제품 생산이 가능하며 이를 통해 고객사의 품질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대단위 생산시설 구축,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 품질관리 기술력은 실적 상승에 주효했다. 삼양엔씨켐은 2026년 상반기 매출액 787억원, 영업이익 121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8.4%, 38.0% 증가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삼양사는 1976년 일본 기업과의 기술제휴를 통해 국내 최초로 이온교환수지를 생산하며 정밀소재 국산화에 성공했다. 2011년부터 초순수(Ultrapure Water)용 이온교환수지를 개발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 등에 공급하고 있다.
이온교환수지는 0.3~1mm 내외의 알갱이 형태로, 물 속에 녹아 있는 특정 이온을 제거하거나 다른 이온으로 교환해주는 합성수지다. 수처리와 특정 물질을 분리∙정제하는 용도뿐 아니라 의약, 반도체, 촉매, 원자력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인다. 삼양사는 국내 유일 이온교환수지 제조사로서 초순수 및 특수용도 수지 개발을 선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초순수 생산에 필수적인 균일계 이온교환수지가 반도체 호황기와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초순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정밀 전자제품 생산 시 세정 작업에 필수적인 소재로, 전해질은 물론 무기질, 미립자, 박테리아, 미생물 등 불순물을 제거하고 이온 함유량이 0%에 가까운 특수한 물이다.
균일계 이온교환수지는 비균일계 이온교환수지와 달리 합성수지 알갱이 크기가 일정하기 때문에 빠르고 균일한 이온교환 반응이 가능하고, 같은 양의 수지로 더 많은 이온을 처리할 수 있다. 물리화학적 강도도 우수해 장기간 사용해도 비교적 손상이 적다. 이러한 균일계 이온교환수지를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전 세계적으로 삼양사를 포함해 5곳 정도에 불과하다.
삼양사의 이온교환수지 매출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성장률(CAGR) 10% 이상을 기록하며 우상향하고 있다. 특히 초순수, 원자력, 크로마토그래피 등에 쓰이는 프리미엄 이온교환수지 매출 비중을 향후 60%까지 확대해 수익성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삼양KCI는 로레알, P&G를 비롯한 전 세계 40여개국 120여개 생활소비재 기업에 70여 종의 화장품 및 퍼스널 케어 소재를 공급하며 해외 유명 다국적 회사로부터 품질과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주력 제품은 인체의 세포막 구조를 모방한 MPC(Methacryloyloxyethyl Phosphoryl Choline) 유도체다. MPC 유도체는 생체적합성이 우수해 인공혈관이나 콘택트 렌즈 등에 사용된다. 해당 소재는 피부 장벽 강화와 수분 유지력도 탁월해 고보습∙저자극 스킨케어 제품과 자외선 차단제 소재로도 활용되고 있다. 작년 11월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2025년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되며 차별화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삼양KCI는 MPC 외에도 자연 유래 고분자 헤어케어 컨디셔너 PQ-10과 구아(Guar) 유도체, 피부 친화성을 강화한 보습제 폴리쿼터늄(Polyquaternium)-51 등 양이온 계면활성제도 생산하고 있다. 현재 헤어 컨디셔너 분야 세계 3대 공급자로서 글로벌 선두 제품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천연 유래 친환경 제품 경쟁력을 강화해 신규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2024년 고기능 액티브 전달 플랫폼인 ‘앤캡가드(Encapguard)’를 개발하고 화장품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앤캡가드는 유효성분을 나노 크기의 전달체로 캡슐화해 피부 전달력을 높인 플랫폼이다. 난용성인 세라마이드를 고함량으로 쉽게 수분산시킬 수 있고, 피부 흡수 효율이 뛰어나 피부 장벽 강화와 보습 지속력 향상에 효과적이다. 리포좀, 지질나노입자(LNP), 나노에멀전 등 다양한 제형으로 변형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삼양KCI는 글로벌 다국적 기업이 요구하는 ESG 역량 확보에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 팜유 기반 원료에 대한 지속가능팜유협의회(RSPO) 인증 가이드라인을 엄격히 준수하는 한편 글로벌 공급망 ESG 평가 및 지속가능성 인증인 2025년 에코바디스(EcoVadis) 평가에서 최고 등급(플래티넘)을 2년 연속 획득하며 대외적으로 ESG 역량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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