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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선 승부처는 '노형'…HD현대, 삼성重 추격
조은비 기자
2026-09-11 12:00:00
HD현대 추진선 개념설계 인증 획득…삼성重은 범용 발전 플랫폼 집중
이 기사는 2026-09-11 08:47:44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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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Gemini)

[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원자로로 움직이는 배와 바다 위에 띄우는 원자력 발전소를 놓고 국내 양대 조선사인 HD현대와 삼성중공업이 서로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배와 발전설비의 심장인 원자로는 조선사가 직접 만들 수 없어, 어떤 원자로(노형)를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사업의 출발점이 된다. 두 회사가 이 원자로를 확보하는 방식부터 갈리는데, 배를 움직이는 추진선에서는 원자로를 확보하고 선박 안전성을 인정하는 선급 인증까지 받아낸 HD현대가 한발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원자로로 움직이는 배와 바다 위에 띄우는 원자력 발전소는 조선업계의 새 격전지로 떠올랐다. 원자력 추진선은 연료를 태우지 않아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한 번 원자로를 실으면 오래 항해할 수 있어 차세대 친환경 선박으로 꼽힌다. 미국이 중국에 밀린 자국 조선업을 되살리겠다며 원자력 추진 상선단 도입을 추진하는 등, 조선 강국들이 앞다퉈 뛰어드는 시장이기도 하다.


이 사업은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바다 위에 원자로를 띄워 전기를 만드는 해상 원전이고, 다른 하나는 원자로를 동력 삼아 배를 움직이는 원자력 추진선이다. 두 회사 모두 발전용 사업에 나섰지만, 추진용까지 내다보는 데서는 차이가 난다.


HD현대는 원자로부터 배까지 자체 확보하는 데 무게를 싣는다. 2022년 미국 원자력 기업 테라파워에 3000만달러(약 451억원)를 투자했고, 2024년 12월에는 이 회사의 원자로 용기를 수주해 만들기 시작했다. 올해 5월에는 테라파워와 나트륨 원자로를 공급하는 기본합의서(FA)를 맺고, 원자로의 핵심 설비를 제작·공급할 우선협상대상자로 뽑혔다. 같은 날 테라파워·현대건설과 3자 협약도 맺었다.


원자로 기술은 테라파워가, 핵심 설비 제작은 HD현대중공업이, 발전소를 짓는 일은 현대건설이 맡는 구조다. 다만 이 나트륨 원자로는 미국 와이오밍에 짓는 육상 발전용이다. 추진선에 쓸 원자로는 따로 준비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특정 원자로를 정해두는 대신, 어떤 원자로든 얹을 수 있는 표준 설비를 만드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지난 7월 미국 원전 설계기업 사전트앤런디(S&L)와 '범용 FSMR 표준 플랫폼'을 개발하기로 하고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FSMR은 소형 원자로(SMR)를 바다에 뜬 구조물에 실어 전기를 만드는 해상 원전을 말한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늘며 전기 수요가 급증하는데, 육상에 부지를 구하기 어렵거나 전력망을 잇기 힘든 해안·섬 지역에 전기를 공급할 방법으로 주목받는다. S&L은 1891년 세워져 70년 넘게 세계 원전 사업에 참여해온 회사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이 해상 원전의 개념설계를 마쳤고, 이번 협약으로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단계에 들어섰다. 원자로를 하나로 고정하지 않고 고객이 사업 여건에 맞춰 고르게 한다는 구상이다.

두 방식은 장단점이 엇갈린다. HD현대는 테라파워 원자로 하나에 깊게 걸려 있어, 그 원자로가 인허가나 상용화에서 막히면 함께 발이 묶일 수 있다. 반면 삼성의 개방형은 원자로 규제가 나라마다 다른 세계 시장에서 두루 쓸 수 있다는 게 강점이지만, 정해둔 원자로 파트너가 없어 상용화 속도는 뒤질 수 있다.


두 회사의 갈림길은 추진선에서 더 뚜렷해진다. 삼성중공업은 발전용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부유식 발전 설비는 플랜트라 자체 동력이 없고, 예인선이 끌고 가는 구조여서 추진 개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HD현대는 추진선까지 내다본다. 발전용 나트륨 원자로와 별개로, 추진용으로는 용융염원자로(MSR)를 함께 개발하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테라파워·서던컴퍼니·코어파워 등 세계 원자력 기업들과 손잡고 MSR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MSR은 소금을 녹인 용융염을 연료 겸 냉각재로 쓰는 원자로다. 연료를 20년 이상 갈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알려져 배의 수명과 맞아떨어지고, 크기도 작아 배에 싣기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HD현대 관계자는 "육상용 나트륨 원자로 기술을 부유식 원전이나 추진선에 그대로 순차 적용하는 구조가 아니라, 육상 원전 주기기 제작과 해상 원자력 적용 기술을 각각 병행해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과도 나오고 있다. HD현대중공업과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6월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조선해양 박람회 '포시도니아 2026'에서 MSR을 얹은 대형 자동차운반선(PCTC)의 개념설계로 영국선급(LR)의 기본인증을 받았다. 앞서 컨테이너선에 MSR을 적용해온 데 이어 자동차운반선으로 적용 선종을 넓힌 것이다. 기본인증은 상용화 전 단계지만, 실제 설계와 건조 논의로 넘어가는 출발점이 된다.


삼성중공업도 MSR 기술 자체는 갖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등과 해양용 MSR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고, 2022년 덴마크 시보그와 소형 MSR을 얹은 부유식 발전설비를 개발하기로 하고 미국선급(ABS)의 기본인증도 받았다. 다만 이 역시 발전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원자로를 확보하는 방식이 갈린 만큼, 앞으로의 경쟁 구도도 이 선택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원자력 추진선은 규제와 인증 문턱이 높은 만큼, 노형을 직접 확보한 쪽이 설계부터 인증, 건조까지 한 흐름으로 끌고 갈 수 있어 상용화 속도에서 유리하다"며 "먼저 인증 실적을 쌓은 기업이 시장 표준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HD현대와 삼성중공업이 원자력 사업에서 어떤 차이를 보이고 있어?
HD현대는 특정 원자로를 확보해 추진선 시장까지 공략하는 전략을, 삼성중공업은 다양한 원자로를 얹을 수 있는 표준 설비를 만드는 전략을 쓰고 있어요. HD현대는 원자로 확보부터 선박 제작까지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고, 삼성중공업은 고객이 원하는 원자로를 선택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어요.
HD현대는 추진선 시장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를 하고 있어?
HD현대는 원자로 기술 확보와 추진선 개발을 병행하며 성과를 내고 있어요. HD현대는 2022년 미국 테라파워에 3000만달러(약 451억원)를 투자했고, 2024년 12월에는 테라파워의 원자로 용기를 수주해 만들기 시작했어요. 또한 2024년 5월에는 테라파워와 나트륨 원자로 공급을 위한 기본합의서(FA)를 맺고 핵심 설비 제작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했어요. 추진선용으로는 용융염원자로(MSR)를 별도로 개발 중인데, 지난 6월 '포시도니아 2026' 박람회에서 MSR을 얹은 대형 자동차운반선(PCTC)의 개념설계로 영국선급(LR)의 기본인증을 받았어요. HD현대 관계자는 "육상용 나트륨 원자로 기술을 부유식 원전이나 추진선에 그대로 순차 적용하는 구조가 아니라, 육상 원전 주기기 제작과 해상 원자력 적용 기술을 각각 병행해 확보하고 있다"라고 밝혔어요.
삼성중공업이 추진하는 해상 원전 방식은 뭐야?
삼성중공업은 소형 원자로(SMR)를 바다 위 구조물에 실어 전기를 만드는 '범용 FSMR 표준 플랫폼' 개발에 집중하고 있어요. 지난 7월 미국 원전 설계기업 사전트앤디(S&L)와 협약을 맺고 상용화를 위한 개발 단계에 들어갔어요.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해상 원전의 개념설계를 마쳤으며, 2022년에는 덴마크 시보그와 소형 MSR을 얹은 부유식 발전설비를 개발하며 미국선급(ABS)의 기본인증을 받기도 했어요. 다만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부유식 발전 설비는 플랜트라 자체 동력이 없고, 예인선이 끌고 가는 구조여서 추진 개념이 아니다"라고 설명했어요.
두 회사의 전략에 따른 장단점과 앞으로의 전망은 어때?
각자의 방식에 따라 시장에서의 강점과 우려되는 점이 나뉘고 있어요. HD현대는 특정 원자로에 집중하기 때문에 해당 원자로의 인허가나 상용화가 지연될 경우 함께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설계부터 건조까지 일관된 흐름으로 사업을 끌고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반면 삼성중공업은 다양한 원자로를 사용할 수 있어 세계 시장 대응에 유리하지만, 고정된 파트너가 없어 상용화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요.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원자력 추진선은 규제와 인증 문턱이 높은 만큼, 노형을 직접 확보한 쪽이 설계부터 인증, 건조까지 한 흐름으로 끌고 갈 수 있어 상용화 속도에서 유리하다"며 "먼저 인증 실적을 쌓은 기업이 시장 표준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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