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구예림 기자]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공공개발부문 수장에 은행과 증권사를 두루 거친 'PF통'을 앉혔다. 정부가 주택공급 정책의 무게중심을 공급계획에서 실제 사업의 속도를 높이는 쪽으로 옮기는 가운데, 캠코도 공공개발 현장에 부동산금융 전문성을 전진 배치한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캠코는 지난 9일 김경재 전 신한투자증권 투자자산관리부 부서장을 공공개발부문 총괄이사로 선임했다. 캠코는 경영지원·가계지원·기업지원·국유재산·공공개발 등 5개 부문에 각각 총괄 상임이사를 두고 있다.
1975년생인 김 신임 이사는 20년 넘게 민간 금융시장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부동산금융 업무를 다뤄온 인물이다. 2002년 신한은행에 입행한 뒤 2008년 프로젝트금융부 과장, 2011년 부동산금융부 차장을 지냈다. 이후 미래에셋증권으로 자리를 옮겨 PF본부 차장과 PF1본부 부장을 거쳤고, 2020년부터 신한투자증권 부동산금융2부 부서장을 맡았다. 최근까지 신한투자증권 투자자산관리부 부서장을 역임하다 캠코로 이동했다.
캠코 역시 김 신임 이사를 '부동산·PF·금융에 정통한 민간전문가'로 평가했다. 은행의 대출 중심 프로젝트금융부터 증권사의 부동산 PF까지 개발사업의 자금조달 구조를 양쪽에서 경험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번 상임이사 선임은 오 전 이사의 퇴임에 따른 후속 인사다. 오 전 이사는 2023년 1월6일 공공개발부문 총괄이사로 취임했다. 당초 2년 임기는 지난해 1월5일 끝났지만 후임자가 정해질 때까지 직무를 이어오면서 실제 재임기간은 약 3년8개월로 늘어났다.
김 신임 이사의 발탁이 눈길을 끄는 것은 직전 수장과 전문 분야가 뚜렷하게 갈리기 때문이다. 오 전 이사가 대학과 연구기관 등을 거친 회계·경영경제 분야 전문가였다면 김 신임 이사는 커리어 대부분을 부동산금융 현장에서 쌓았다.
은행 프로젝트금융부터 증권사 PF까지 부동산 개발의 자금조달 업무를 장기간 다뤄온 인사가 수장에 오른 점은 이전과 차별화되는 대목이다. 오 전 이사는 재임 기간 공공청사와 복합커뮤니티센터 건립, 국·공유지 개발 등 공공개발 사업 전반을 총괄했다. 건설현장 안전관리와 기술자문위원 운영 등 개발사업의 관리체계를 정비하는 데도 힘을 실었다. 김 신임 이사 체제에서는 기존 개발·관리 역량에 금융과 사업성 분석 전문성을 더하는 방향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캠코 공공개발 사업의 구조를 보면 김 신임 이사의 금융 경력과 접점도 분명하다. 캠코가 수행하는 공유재산 위탁개발은 지방자치단체가 개발·관리 업무를 맡기면 캠코가 자금조달부터 건물 개발·운영까지 담당하고 임대수입 등을 통해 개발비용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단순한 건설사업 관리뿐 아니라 사업비 조달과 사업성 판단이 사업 추진의 핵심 축인 셈이다.
공공개발부문 산하에는 공공개발기획처와 개발혁신지원처, 남부·중부개발처, 수도권주택사업처, 수도권동부·서부개발처 등이 배치돼 있다. 신규 개발사업 기획부터 국·공유재산 위탁개발, 공공청사와 복합시설 건립 등 개발사업 전반을 담당한다.
특히 캠코가 최근 주택공급으로 공공개발 사업의 외연을 넓히고 있다는 점에서 김 신임 이사의 역할은 더 커질 전망이다. 캠코는 지난해 수도권주택사업단을 신설해 노후 공공청사 등을 복합개발하고 청년·고령층 등을 위한 맞춤형 주택 2만5000호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공공개발사업 물량도 늘고 있다. 캠코는 올해 국·공유지 개발사업 등을 위해 공사·용역·물품구매 계약 100건, 총 2148억원 규모를 신규 발주하기로 했다. 이는 전년의 180% 수준으로, 전체 발주금액의 약 76%를 상반기에 집행해 사업 속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정정훈 캠코 사장도 연초 수도권 주택정책을 비롯한 공공개발 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부가 주택공급 정책의 '실행 속도'를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번 인사와 맞물린다. 정부는 지난달 13일 '주택 신속공급 방안'을 통해 수도권에 23만호+α를 추가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공공기관에는 공급 속도를 높일 것을 주문하는 한편 금융·세제·규제 개선과 조기 착공 인센티브 등을 통해 민간 사업자의 참여를 유도한다는 방침도 내놨다.
계획된 공급물량을 실제 착공으로 연결하려면 사업성 검토와 자금조달 구조 설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토지를 확보하더라도 사업비와 예상 현금흐름을 따져 자금조달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개발 속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은행과 증권사 양쪽에서 부동산 PF를 경험한 김 신임 이사의 전문성이 주목받는 이유다.
캠코가 김 신임 이사의 선임 배경으로 '주택공급 촉진을 위한 금융지원 확대 등 정부정책 추진'을 직접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개발사업 관리에 강점을 보여온 캠코 공공개발부문에 민간 PF 경험을 접목해 사업성과 실행 속도를 함께 끌어올리겠다는 인사로 읽힌다. 김 이사의 부동산금융·PF 전문성이 향후 실제 사업 과정에서 어떤 성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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