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윤종학 기자]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올해 상반기 별도 기준 906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반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국내 자산운용사 전체가 같은 기간 벌어들인 순이익의 23%를 혼자 차지한 규모다. 하반기까지 더하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순이익 1조원을 넘어 1조5000억원이 전망된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상반기 별도 기준 영업수익 3714억원, 영업이익 2386억원, 당기순이익 9063억원을 기록했다. 국내외 자회사를 포함한 연결 기준으로는 순이익 9547억원이다. 국내 자산운용업계에서 연간 순이익 1조원을 넘긴 사례가 아직 없다는 점에서 이번 실적은 업계 이익 규모가 한 단계 올라섰다는 신호다.
실적의 출발점은 본업 성장이다. 상반기 영업수익 3714억원 가운데 운용보수를 포함한 수수료수익이 3015억원으로 81.2%를 차지했다. 전년 동기 1930억원에서 56.2% 늘어난 수치다.
주목할 부분은 비용이다. 같은 기간 영업비용은 1265억원에서 1328억원으로 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수익이 70% 넘게 늘어나는 동안 비용은 사실상 이전 수준으로 관리한 셈이다. 자산운용업은 운용규모가 커져도 인력과 시스템 비용이 비례해 늘지 않는 구조다. 이번 실적에서 그 특성이 뚜렷하게 나타났는데 영업이익은 884억원에서 2386억원으로 두 배 넘게 뛰었다.
국내외 자회사를 포함한 연결 기준으로 보면 사업 규모가 더 선명하다. 연결 수수료수익은 9024억원으로 전년 동기(5510억원) 대비 63.8% 늘었고, 연결 영업이익은 6081억원으로 123% 증가했다. 미국 글로벌엑스(Global X) 등 해외 ETF 운용법인의 실적이 포함된 수치다.
이번 실적은 오랜 기간 축적해 온 ETF 역량이 시장 성장기를 만나 꽃을 피운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운용은 2006년 TIGER ETF 시리즈를 출시하며 국내 ETF 시장에 진입했다. 이후 2011년 캐나다 호라이즌스 ETFs(현 Global X Canada), 2018년 미국 글로벌엑스, 2022년 호주 ETF 시큐리티스(현 Global X Australia)를 잇따라 인수하며 브랜드를 'Global X'로 통합했다. 국내에서 키운 운용 역량을 해외 인수로 확장하는 전략이었다.
성과는 자산 규모에서 확인된다. 글로벌 ETF 운용자산은 2020년말 65조원(395개)에서 지난해말 302조원(715개)으로 5년 만에 4.6배로 불었다. 전 세계 ETF 운용사 가운데 12위 규모다.
국내 성장세는 올해 상반기 들어 한층 가팔라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국내 ETF 순자산은 지난해말 97조5000억원에서 6월말 158조7000억원으로 6개월 만에 61조2000억원(62.8%) 늘었다.
시장 자체의 팽창도 뒷받침이 됐다. 국내 ETF 순자산총액은 지난해말 297조1000억원에서 6월말 512조4000억원으로 72.4% 급증했다. 2023년 100조원, 2024년 200조원, 지난해초 300조원을 차례로 넘어선 데 이어 올해 5월에는 400조원과 500조원을 한 달 만에 잇따라 돌파했다.
미래에셋운용의 2026년 상반기 실적은 운용업계 전체를 놓고 봐도 이례적이다. 상반기 국내 자산운용사 전체 당기순이익은 3조9462억원이었는데 이 가운데 미래에셋자산운용 몫이 9063억원으로 23%에 달했다. 2위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2746억원)과는 3.3배 차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이어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디에스자산운용(1773억원), 라이프자산운용(1538억원), 토러스자산운용(1533억원) 순이었고, ETF 사업 경쟁자인 삼성자산운용은 1294억원으로 6위에 올랐다.
영업성과 지표도 1위다. 미래에셋운용의 상반기 영업수익 3714억원과 영업이익 2386억원은 모두 업권 전체에서 가장 높았다. 영업수익 2위는 삼성자산운용(3086억원), 영업이익 2위는 디에스자산운용(2352억원)이다.
다만 격차의 성격은 따져볼 여지가 있다. 영업수익만 놓고 보면 미래에셋자산운용(3714억원)과 삼성자산운용(3086억원)의 차이는 20% 수준이지만, 순이익에서는 7배로 벌어진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상반기 영업외수익이 7697억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관계·종속기업 지분의 장부가액 변동을 반영한 지분법손익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더 이상 한국의 펀드회사가 아니라 글로벌 금융 플랫폼으로 변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세전이익은 이미 상반기에 1조74억원으로 운용업계 최초 반기 1조원을 돌파했다. 박현주 회장은 미래에셋자산운용 지분 60.19%를 직접 보유한 최대주주로 15년 간 일관된 전략을 유지해왔다.
첫째는 국내 금융사인 미래에셋을 해외 운용사로 전환한 것이고, 둘째는 직접 해외법인을 만든 것 뿐만 아니라 현지 운용사를 M&A 한 것이다. 셋째는 ETF를 글로벌 확장의 핵심 상품으로 선택한 것이고, 마지막은 번 돈을 배당하지 않고 다시 해외에 투자한 원칙이다. 이런 맥락에서 미래의 이익 1조원은 어찌보면 박현주 회장이 지난 15년간 해외에 깔아놓은 자산운용 네트워크가 비로소 현금을 수확하는 플랫폼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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