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노연경 기자] 무신사가 국내외 증시를 저울질한 끝에 국내 유가증권시장 상장(IPO)을 택했다. 해외사업에 단기간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글로벌 투자은행(IB)을 주관사단에 포진시키며 해외 상장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국세청 특별세무조사가 돌발변수로 작용했다는 업계 분석이 나온다. 특히 최대주주인 조만호 총괄대표의 개인회사 라펠을 둘러싼 자금 흐름까지 조사 대상에 오르자 상장 절차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 국내 시장으로 방향을 굳힌 것으로 풀이된다.
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전날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 상장예비심사신청서를 제출했다. 한국투자증권과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이 공동 대표주관사를 맡고 KB증권과 JP모건이 공동주관사로 참여한다. 예비심사를 통과하면 내년 상반기 코스피 입성을 추진할 전망이다.
무신사가 처음부터 국내 상장만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 박준모 무신사 전 대표는 지난해 상장 추진 초기 국내 거래소와 해외 거래소 모두 장단점이 있다며 모두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관사단 구성도 해외 상장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였다. 국내에서는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을, 외국계에서는 씨티와 JP모건을 각각 선정했다. IB업계에선 무신사가 처음부터 국내외 투자자를 모두 대상으로 하는 글로벌 딜로 설계했다는 이야기가 꾸준히 나왔다.
해외사업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에서도 무신사가 글로벌 플랫폼으로 기업가치를 재평가받으려는 의도가 드러난다. 무신사는 2021년 일본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지난해 중국 스포츠웨어 업체 안타스포츠와 합작법인 무신사상하이를 세웠다.
무신사는 해외사업의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은 초기 단계부터 공격적으로 자금을 투입했다. 특히 오프라인 매장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한 중국에는 지난해 무신사상하이 자본금과 합작사 유상증자 명목으로 총 2억8800만위안(당시 약 550억원)을 투입했다.
일본법인에도 올 상반기 28억원을 추가 출자했다. 일본법인의 자산은 지난해 말 48억원에서 올 6월 말 405억원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매출에서 수출 비중이 아직 4.5%에 그치는 상황에서도 중국과 일본 거점에 선제적으로 자금을 투입하며 해외사업의 외형부터 빠르게 키운 셈이다.
무신사가 이처럼 손실을 감수하면서 해외 법인의 외형을 먼저 키운 것은 단기 이익보다 글로벌 패션 플랫폼으로서의 사업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투자로 해석된다. 해외 상장을 추진하거나 국내 상장 과정에서 해외 패션·이커머스 기업을 비교회사로 제시하려면 국내 매출에 의존하는 패션 플랫폼이라는 한계를 넘어설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사업 확대는 상장 몸값과도 직결된다. 무신사는 당초 최대 10조원 안팎의 기업가치를 목표로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장외 구주 거래에서 평가된 기업가치는 4조원대에 머물렀다. 국내 패션·유통기업의 주가수익비율만 적용해서는 목표 몸값을 설득하기 어려운 만큼 해외 플랫폼과 이커머스 기업을 비교회사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아가 해외 증시에 상장을 하면 국내보다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속내도 깔려 있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상장 준비 막바지에 국세청 특별세무조사가 시작되면서 무신사의 선택지도 좁아졌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지난달 무신사 본사에 조사 인력을 투입해 세무·회계 자료를 확보했다. 당국은 조만호 총괄대표와 그가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회사 라펠 그리고 무신사 사이의 거래 구조와 자금 흐름 등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에서는 이번 세무조사가 무신사의 상장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 상장은 현지 투자자를 상대로 최대주주와 개인회사 간 관계, 주식담보 제공 과정, 특수관계자 거래의 적정성을 처음부터 설명해야 한다. 조사 결과와 추징 규모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심사와 기업가치 산정에 변수가 늘어날 수 있다.
반면 코스피는 무신사가 한국거래소와 사전 협의를 진행해온 데다 국내 주관사를 통해 세무조사 진행 상황과 지배구조 쟁점을 수시로 소명할 수 있다. 국세청 조사 직후에도 예정대로 예비심사를 청구한 것은 상장 일정을 미루기보다 국내 심사 과정에서 관련 내용을 정면으로 소명하겠다는 판단으로 읽힌다.
무신사 관계자는 “한국 증시도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판단했다"며 "주관사와 논의해 국내 상장에 대한 타당성 검토를 위해 예심을 청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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