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노우진 기자]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패션 플랫폼 무신사와 화장품 기업 구다이글로벌이 동일한 시기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것으로 점쳐지면서 데카콘(기업가치 10조원 이상)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두 기업 모두 10조원 안팎의 기업가치를 목표로 하지만 평가지표의 차이로 인한 괴리가 크게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성장 동력의 본질을 어떻게 볼 것이냐가 흥미로운 비교점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와 구다이글로벌은 오는 9월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두 기업 모두 순탄하게 상장 준비 과정을 거친다는 가정 하에 상장 시기도 비슷하게 맞물릴 것으로 보인다. IB 관계자는 “완전히 겹치지는 않겠지만 둘 다 내년 초 상장이 유력하다”고 전했다.
◆ 무신사 상장시기 연기…내년 초 데카콘 빅매치
타임라인이 겹친 것은 무신사가 일정을 순연하면서다. 무신사는 당초 올 여름에 예심을 청구할 예정이었고 주관사단 선정 당시에도 연내 상장을 원했다. 그러나 반기 실적을 확인한 후 상장을 추진하자는 판단에 무게가 실리면서 심사 신청 타이밍이 밀린 것으로 확인된다. 반대로 구다이글로벌은 주관사단 선정 단계에서부터 9월 청구를 목표로 삼았고 본래 계획대로 절차를 밟고 있다.
무신사와 구다이글로벌 모두 10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목표로 하는데 상장 시기가 겹칠 것으로 여겨지자 업계에선 빅매치가 벌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중복상장 규제로 대기업 계열사의 상장이 어려워지며 조 단위 대어가 줄었기 때문에 그만큼 무신사와 구다이글로벌에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IB 관계자는 “기업가치가 10조원이라고 해도 공모 규모는 통상 1~2조원 수준이기에 시장에서 소화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며 “다만 시장에서 나란히 비교되며 일거수일투족이 거론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전했다.
둘 다 기업가치 10조원을 목표로 하지만 일단 실적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있다. 특히 밸류에이션의 핵심 근거로 여겨지는 수익성에서 희비가 갈린다. 구다이글로벌의 지난해 연결 기준 지배주주 귀속 당기순이익은 약 2069억원이다. 전년비 68.3% 증가한 규모다. 반면 무신사의 지난해 연결 기준 지배주주 귀속 당기순이익은 약 106억원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줄어드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 이익성장세냐, 플랫폼 공헌이익이냐
목표 기업가치 10조원을 지난해 지배주주 순이익으로 나눈 주가수익비율(PER) 격차는 더 뚜렷하다. 구다이글로벌은 48배 안팎이지만 무신사는 950배를 웃돈다. 주식투자자 관점에서 구다이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자면 48년이 걸리지만, 무신사는 이대로면 1000년에 가까운 세월을 견뎌야 한다는 의미다.
두 기업 모두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부채로 인식해 공정가치 평가손실을 떠안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도 차이가 있다. 연간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한 배수는 구다이글로벌이 37배, 무신사가 71배 수준이다.
무신사의 1분기 실적도 몸값 설득에 대한 부담을 더한다. 연결 기준 지배주주 귀속 분기순손실은 296억5882만원으로, 전년 동기(26억867만원) 대비 적자 폭이 11배 넘게 커졌다. 영업이익은 190억1486만원으로 증가하기는 했지만 성장률은 8.2%로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매출 증가율이 24.1%라는 점을 고려하면 수익성 개선이 더디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실적과 이익을 기준으로 한 평가지표의 차이는 확실하다. 화장품 제조·브랜드사인 구다이글로벌은 이익률이 매우 높고 현금 창출력이 확실하다. 시장에서는 가파른 순이익 성장세에 PER 25배 안팎을 적용하거나 에이피알(APR)을 비교 기업으로 삼아 EV/EBITDA 20~30배를 적용하는 직관적인 이익 중심 평가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무신사는 공헌이익 및 거래액 가중치를 중심으로 평가한다. 무신사는 최근 구주 거래나 장외 시장에서 4조~5조원대 몸값으로 거래되고 있다. 10조원 도달을 위해 단순 PER을 적용하면 회계적 착시(RCPS 부채 인식 등)를 걷어내도 앞선 지적대로 PER이 70배를 넘어가게 된다.
무신사는 이 때문에 플랫폼 특유의 총거래액(GMV) 대비 배수, 혹은 플랫폼 인프라 유지를 제외한 공헌이익(Contribution Margin) 기반의 특수 밸류에이션 모델을 설득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 멀티브랜드 통합시너지 vs 해외거래 스케일업
게다가 장 동력의 본질에서도 두 기업은 큰 차이가 있다. 구다이는 연쇄 M&A를 통한 브랜드 인큐베이팅이 각광받는다. 히트 브랜드 '조선미녀'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스킨1004와 티르티르, 스킨푸드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외형을 키웠다.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 인수한 브랜드들의 글로벌 통합 시너지와 멀티 브랜드 운용 능력이 지속 가능한가가 프리미엄의 핵심 기준이 된다.
반면 무신사는 단순 입점 수수료 기반의 플랫폼 구조에서 벗어나 무신사 스탠다드 등 PB(자사브랜드 제품) 매출 비중을 높이고, 성수·홍대 등 오프라인 팝업 및 직영 매장의 자산 가치를 융합하고 있다. 플랫폼의 트래픽을 오프라인 제조·유통 자산으로 얼마나 성공적으로 전환했는 지가 평가의 척도가 된다.
글로벌 확장성의 경로와 위험요인도 도사리고 있다. 구다이는 틱톡이나 아마존 등 디지털 커머스를 타고 북미와 유럽의 현지 소비자를 직접 뚫어낸 이력이 있다. 글로벌 트렌드 변화에 민감한 화장품 특성 상 이른바 K-뷰티 인디 브랜드의 유행 주기를 극복하고 롱런할 수 있는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리스크 할인이 가치 평가에서 논의되는 것이다.
무신사는 동남아와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를 동반 진출시키는 전략을 쓰고 있다. 플랫폼의 해외 진출은 현지 물류와 로컬 브랜드와의 경쟁 때문에 난이도가 훨씬 높다. 이로 인해 해외 거래액의 실질적인 스케일업 속도가 10조원 밸류의 타당성을 증명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 IB 관계자는 “현재 재무 상태나 최근 증시의 하락세 횡보장의 특성을 고려하면 두 기업 모두 10조원이라는 몸값은 일단 현실과 거리가 느껴진다”며 “주관사단도 발행사가 원하는 가치를 시장에 설득하기 위해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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