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그룹이 SG유와 SG고려를 합쳐 통합 SG고려를 출범시키며 지배구조를 재편했다. 이의범 회장 일가의 가족회사 SGK를 최대주주로 둔 SG&G가 통합법인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번 합병이 경영 효율화와 함께 일가의 승계 기반을 다지는 과정으로도 읽히는 대목이다. 통합법인의 기업가치를 뒷받침할 계열사들의 사업 경쟁력과 이익 창출력도 중요한 점검 대상이다. 이에 따라 이번 합병이 그룹의 지배구조와 승계 구도에 갖는 의미를 짚고, 통합 SG고려의 연결 대상인 SG세계물산·SG글로벌·케이엠앤아이·SG신성건설 등의 사업 현황과 재무 과제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노만영 기자] SG그룹이 SG유와 SG고려의 합병을 계기로 가족회사 SGK를 중심으로 한 지배축을 강화했다. 이의범 회장이 직접 지배하던 SG유가 사라지고 SGK가 최대주주인 SG&G가 통합 SG고려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다. 이 회장과 자녀들이 주주로 참여한 SGK 아래 SG&G와 SG고려, 핵심 상장·사업회사가 차례로 연결되는 구조가 선명해졌다. 그룹 지배축의 무게중심이 이 회장 개인에서 가족회사 SGK 쪽으로 이동했다는 점에서 향후 승계 구도와 맞물려 주목된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G유는 지난 6월 구 SG고려를 흡수합병한 뒤 사명을 SG고려로 변경했다. 합병으로 출범한 통합 SG고려의 최대주주는 SG&G다. 올해 반기 말 기준 SG&G는 SG고려 주식 70만1439주(47.30%)를 보유하고 있다. 이어 지엔에스 25.05%, 이 회장 23.95%, SGK 0.76% 순이다.
합병 전까지 그룹 핵심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 경로의 중심에는 이 회장이 있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이 회장은 비상장 SG유 지분 51.00%를 보유했고, SG유는 구 SG고려 지분 52.02%를 갖고 있었다. 구 SG고려 아래에는 SG세계물산과 SG글로벌 등 핵심 상장사가 자리했다. '이의범→SG유→구 SG고려→핵심 계열사'로 이어지는 구조였다.
합병은 이 지배 경로에 변화를 가져왔다. SG&G가 구 SG고려 2대주주에서 통합 SG고려 최대주주로 올라선 것이다. 구 SG고려 지분 39.69%를 갖고 있던 SG&G는 합병 과정에서 통합법인 주식을 배정받으면서 최대주주가 됐다. 반면 합병 전 SG유 지분 51.00%를 직접 보유했던 이 회장의 통합 SG고려 직접 지분율은 23.95%로 낮아졌다.
SG&G 위에는 이 회장 일가의 가족회사인 SGK가 있다. SGK는 SG&G 지분 34.1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SGK 주주에는 이 회장과 자녀 이청아·이승현·이재원 씨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에 따라 합병 이후에는 'SGK→SG&G→SG고려'로 이어지는 핵심 지배축이 한층 뚜렷해졌다.
SGK의 SG&G에 대한 영향력은 직접 보유 지분에만 그치지 않는다. SGK가 지분 56.29%를 보유한 단톡은 프라임아이앤티홀딩스 지분 83.61%를 갖고 있다. 프라임아이앤티홀딩스 역시 SG&G 지분 14.37%를 보유하고 있다. SGK가 SG&G 지분 34.17%를 직접 보유하는 동시에 SGK가 지배하는 계열사 역시 SG&G 주요 주주로 참여하는 중층적인 지배구조다.
SG&G가 최대주주로 올라선 통합 SG고려는 그룹의 핵심 사업회사 지분을 대거 보유하고 있다. SG고려는 SG세계물산 지분 47.64%, SG글로벌 지분 34.64%를 비롯해 자동차 시트 제조업체 케이엠앤아이(KM&I) 지분 100%를 갖고 있다. SG글로벌의 경우 SG고려뿐 아니라 SG세계물산과 KM&I도 각각 14.48%, 9.42%를 보유해 이들 계열사 지분을 합하면 58%를 웃돈다.
합병을 거치며 가족회사 SGK에서 SG&G, 통합 SG고려를 거쳐 주요 상장·사업회사로 이어지는 지배 경로가 한층 선명해진 셈이다. 과거에는 이 회장이 SG유 지분 과반을 직접 쥐고 SG고려를 지배했다면 이제는 이 회장과 자녀들이 함께 주주로 참여한 SGK가 최대주주인 SG&G가 지배축의 핵심에 자리했다.
이번 재편은 향후 SG그룹 승계 구도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자녀들이 SG고려나 SG세계물산·SG글로벌 등 핵심 계열사 지분을 직접 확보하지 않더라도 그룹 지배구조 상단에 위치한 SGK 지분을 통해 지배축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갖춰졌기 때문이다.
SGK 내부의 지분 변화도 향후 살펴볼 대목이다. 공시상 이 회장의 SGK 지분율은 올해 1분기 말 34.0%에서 2분기 말 23.0%로 낮아졌다. 현재 공개된 공시만으로는 감소한 지분을 누가 취득했는지, 이 과정에서 세 자녀의 개별 지분율이 어떻게 변했는지까지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SGK 주주명부에 올라있는 명단 숫자가 변동없는 것을 감안할 때 이 회장의 감소분이 자녀들에게 편입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G고려 측은 이번 합병과 이 회장 세 자녀의 승계 문제 간 연관성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답변을 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합병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부분은 SG&G가 통합 SG고려 최대주주가 됐음에도 이를 종속기업이 아닌 관계기업으로 분류했다는 점이다. SG&G의 직접 지분율은 47.30%로 과반에 못 미치지만 SG고려의 주주구조를 들여다보면 의결권 측면에서는 단순 지분율과 차이가 발생한다.
SG&G와 SG고려, 지엔에스는 서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SG고려는 지엔에스 지분 47.67%를 보유하고 있고, 지엔에스는 반대로 SG고려 지분 25.05%를 갖고 있다. SG&G 역시 지엔에스 지분 47.62%를 보유한 주요 주주다.
상법 제369조 제3항은 한 회사가 다른 회사 발행주식 총수의 10%를 초과해 보유하는 경우 상대 회사가 보유한 해당 회사 주식의 의결권을 제한하고 있다. 현재 지분관계가 SG고려 주주총회 시점까지 유지된다면 SG고려 지분 25.05%를 가진 지엔에스는 해당 주식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지엔에스 보유분을 제외한 의결권 있는 주식 가운데 SG&G가 보유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63.1%로 높아진다. 법률상 SG&G의 SG고려 소유 지분율 자체가 63.1%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통상적인 주주총회 의사결정에서 직접 지분율 47.30%보다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다.
그럼에도 SG&G는 SG고려를 관계기업으로 분류했다. K-IFRS 제1110호는 종속기업 여부를 단순 지분율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피투자자의 주요 활동을 결정할 힘과 변동이익에 대한 노출 등을 종합해 판단하도록 한다. SG&G가 SG고려의 최대주주이거나 의결권 있는 주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사실만으로 SG고려를 연결 대상 종속기업으로 봐야 한다고 단정할 수 없는 이유다.
SG&G 역시 합병 과정에서 SG고려의 연결 편입 가능성을 검토한 것으로 확인됐다. SG&G 관계자는 "사내 회계사 등의 자문을 거쳐 합병에 따른 연결 편입 여부를 검토했다"며 "연결 범위 편입 문제를 의식해 SG고려와 SG유 합병 이후 SG&G 차원에서 SG고려 일부 지분을 매각했다"고 말했다.
SG고려가 SG&G의 종속기업으로 편입될 경우 SG고려 아래 있는 사업회사들도 SG&G의 연결 범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SG세계물산과 SG글로벌 등 상장 계열사까지 연결 구조에 들어오면 SG&G의 연결 자산·매출 등 재무제표 외형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SGK를 중심으로 그룹의 지배축이 강화되는 과정에서 SG&G는 통합 SG고려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연결 범위 확대 가능성도 함께 관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합병으로 SG그룹의 지배구조는 가족회사 SGK를 중심으로 한 지배축이 이전보다 뚜렷해졌다. 이 회장이 직접 지배하던 SG유가 사라진 자리를 SGK 아래 SG&G가 상당 부분 대신하면서 핵심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 경로의 무게중심도 달라졌다. 향후 이 구조가 실제 승계로 이어지는지를 판단하려면 SGK에서 줄어든 이 회장 지분의 향방과 세 자녀의 지분 변화를 추가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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