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광호 기자] 상장 당시 매출 전부를 반도체에서 벌던 코스닥 상장사 ‘엔시트론’이 어느새 외식 사업의 매출 비중이 절반을 넘어서는 회사로 변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외식 매출이 반도체마저 처음 추월했다. 새 최대주주인 캑터스프라이빗에쿼티(캑터스PE) 체제에서는 다시 무게추를 반도체로 옮길 전망이다. 엔시트론은 보유자금을 활용한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동시에 외식 사업 매각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디지털 음향 반도체 전문기업 엔시트론은 지난 3일 캑터스PE가 운용하는 투자조합을 대상으로 6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마무리했다. 캑터스오아시스제3호 투자조합에 227만7904주(15.03%), 캑터스그로스캐피탈 투자조합에 113만8952주(7.51%)가 각각 배정됐다.
이에 따라 엔시트론의 최대주주는 지분 15.03%를 확보한 캑터스오아시스제3호 투자조합으로 변경됐다. 캑터스PE가 운용하는 두 투자조합이 이번 유증으로 확보한 지분은 합계 22.54%다. 기존 최대주주인 정인견 대표의 지분율은 5.72%에서 4.43%로 낮아졌다. 지분상 최대주주 변경은 마무리됐지만 이사회 주도권을 포함한 경영권 이양은 단계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정 대표와 캑터스PE 측이 체결한 경영권 변경 계약에 따르면 향후 2년6개월간 총 7명의 이사 가운데 정 대표 측이 4명, 캑터스PE 측이 3명의 지명권을 갖는다. 2년6개월이 지나면 지명권은 캑터스PE 측 4명, 정 대표 측 3명으로 뒤바뀐다. 이후 처음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해당 지명권에 따라 이사를 선임하는 구조다.
첫 단계의 이사회 개편은 이미 마무리됐다. 엔시트론은 지난달 28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캑터스PE 측이 지명한 정한설 캑터스PE 대표와 허종수 수석심사역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조윤석 폴스튜디오 대표를 사외이사(독립이사)로 각각 선임했다. 최대주주가 먼저 바뀐 뒤 일정 기간 기존 경영진과 이사회를 나누고, 이후 캑터스PE 측이 과반 지명권을 확보하는 단계적 경영권 이전 방식이다.
시장에서는 새 최대주주 체제에서 엔시트론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어떻게 달라질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와 외식 사업의 위상이 불과 수년 사이 뒤바뀌었다는 점에서 반도체 본업의 재건 여부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2000년 설립된 엔시트론은 오디오 신호처리와 관련한 평판디스플레이(FPD) TV용 완전 디지털 오디오 앰프 칩을 제조·판매하며 성장해 2009년 코스닥에 상장했다. 상장 후 2010년 3월 처음 제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연간 매출 512억원은 전부 디지털 오디오앰프 부문에서 발생했다. 디지털 오디오 앰프 칩이 99.71%를 차지했고 디지털 오디오 앰프 프로세서(0.24%), 디지털 오디오 파워 칩(0.05%)이 뒤를 이었다.
사업 포트폴리오가 본격적으로 달라진 것은 2024년부터다. 엔시트론은 그해 7월 고든램지 버거·피자 등의 국내 라이선스를 보유한 JK엔터프라이즈 지분 80%를 75억원에 인수하며 외식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듬해에는 고동컴퍼니까지 종속기업으로 편입하면서 F&B 계열사를 2곳으로 늘렸다.
외식 사업이 연결 실적에 반영되면서 반도체 중심이던 매출 구조도 빠르게 바뀌었다. 2024년 연간 매출 363억원 가운데 반도체칩 부문은 209억원으로 57.5%를 차지했고 외식 부문은 68억원으로 18.8%에 그쳤다. 이때까지만 해도 반도체가 매출의 절반 이상을 책임졌다.
지난해에는 두 사업의 격차가 사실상 사라졌다. 연간 매출 344억원 가운데 반도체칩 부문은 158억원, 외식 부문은 15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비중은 각각 46.8%, 44.4%였다. 1년 사이 반도체칩 매출은 24%가량 감소한 반면 외식 매출은 2배 이상 증가했다. 외식 사업의 성장과 반도체 매출 감소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사업 포트폴리오의 무게중심이 빠르게 이동한 셈이다.
올해 들어서는 외식과 반도체의 순위마저 뒤집혔다. 상반기 연결 매출 177억원 가운데 외식 부문이 90억원으로 51%를 차지한 반면 반도체 부문은 74억원으로 42%에 머물렀다. 상장 초기 100%였던 반도체 매출 비중이 지난해 절반 아래로 내려온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외식 사업보다 낮아진 것이다.
시장에선 캑터스PE 체제 출범을 계기로 이처럼 뒤바뀐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시 반도체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엔시트론은 반도체 관련 기업을 포함한 유망기업 M&A를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유상증자로 유입된 60억원은 운영자금으로 사용하지만, 회사가 기존에 보유한 자금을 활용해 별도로 M&A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엔시트론 관계자는 본업 강화 방안에 대해 "기존 보유자금을 활용해 M&A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외식 사업의 매각 가능성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외식 사업 매각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점은 눈길을 끈다. 2024년 JK엔터프라이즈를 인수하며 F&B 시장에 진출한 지 약 2년 만에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시 손질할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실제 매각으로 이어질 경우 외식 사업을 통해 키운 외형을 일부 덜어내더라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사업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선택이 될 수 있다.
새 주주 구성에서도 반도체 사업과의 연결고리가 엿보인다. 엔시트론 지분 7.51%를 확보한 캑터스그로스캐피탈 투자조합에는 반도체 장비·부품업체 론다코리아가 주요 출자자(LP)로 참여하고 있다. 론다코리아는 중국을 비롯한 해외 사업 네트워크를 갖춘 반도체 소부장 기업이다.
엔시트론 역시 NF CHINA, INC.(장쑤성)와 NF ANHUI, INC.(안후이성) 등 중국 현지 법인을 종속기업으로 두고 있다. 향후 M&A를 통한 사업 확대 과정에서 론다코리아의 반도체 사업 경험과 글로벌 네트워크가 엔시트론의 기존 사업 기반과 접점을 만들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IB 업계에서는 엔시트론이 M&A를 추진할 경우 크게 수직계열화와 수평확장 두 방향을 선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주력인 오디오 앰프 칩 설계를 넘어 후방 공정이나 모듈 영역으로 밸류체인을 넓히거나, 기존 고객망에 추가로 판매할 수 있는 다른 반도체 칩·부품 업체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엔시트론은 앰프 관련 칩을 설계하는 팹리스 기업인 만큼 다른 소자를 결합해 어셈블리·표면실장기술(SMT)을 거친 모듈까지 공급하는 방식으로 사업 영역을 넓힐 수 있다"며 "전후방 공정에서 수직계열화가 가능한 기업을 인수하는 전략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고객이나 주요 LP인 론다코리아 등이 구매할 수 있는 다른 반도체 칩·부품·모듈 업체를 인수해 기존 고객망에 함께 판매하는 수평적 확장도 가능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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