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태민 기자] 곳간에는 688억원이 쌓였는데, 지난해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현금은 16억원에 그쳤다. 남성 K팝 아이돌 에이티즈(ATEEZ)의 글로벌 흥행을 등에 업고 몸집을 키운 ‘케이큐(KQ)엔터테인먼트’의 재무제표에서 나타난 엇갈린 모습이다. 이자부 차입금 없이 5년째 무차입 경영을 이어갈 만큼 재무 완충력은 두텁다.
문제는 쌓아둔 현금보다 앞으로 영업에서 만들어낼 현금이다. 지난해 영업현금이 급감한 배경에는 매출채권 회수 부진이 아닌 매입채무와 선수금 등 영업 관련 자산·부채의 움직임이 자리 잡고 있다. 기업공개(IPO)를 앞둔 KQ엔터가 풍부한 유동성에 걸맞은 영업현금 창출력을 지속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지가 새로운 시험대다.
688억 쌓고 5년째 무차입…부채 75%는 '선수금'
10일 KQ엔터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말 현금및현금성자산 339억원과 단기금융상품 285억원을 보유했다. 상대적으로 단기간 활용 가능한 두 항목의 합계는 약 624억원이다. 장기금융상품 65억원까지 더하면 현금·금융상품은 총 688억3600만원이다.
차입금이 없다는 점도 눈에 띈다. KQ엔터는 최근 5년간 단기·장기차입금과 회사채가 확인되지 않는다. 재무활동현금흐름도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년 연속 0원이다. 재무제표상 이자부 차입금이 없는 ‘무차입 경영’이다. 금리 변동이나 차환에 따른 자금 부담이 없다는 점에서 IPO를 준비하는 KQ엔터의 재무안정성을 뒷받침한다.
차입금은 없지만 부채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말 총부채는 약 562억원이다. 이 가운데 선수금이 424억원으로 75.54%를 차지한다.
선수금은 회사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기 전에 먼저 받은 돈이다. 이미 현금은 들어왔지만 아직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매출로 인식하지 않은 금액이 부채로 잡힌다. 차입금처럼 원금과 이자를 상환해야 하는 금융부채가 아니라 향후 약속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영업부채라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엔터테인먼트사는 공연과 음반 등에서 현금 유입과 실제 상품·서비스 제공 시점이 달라 선수금이 발생할 수 있다. 예컨대 월드투어는 티켓 판매나 계약에 따라 현금이 먼저 들어오고 실제 공연이 열린 뒤 관련 매출이 인식될 수 있다. 이 경우 먼저 받은 돈은 공연이 열리기 전까지 선수금으로 재무상태표에 남는다.
감사보고서에는 선수금의 아티스트별·공연별 내역이 공개되지 않아 KQ엔터의 선수금 424억원을 모두 에이티즈 관련 자금으로 볼 수는 없다. 선수금을 현금·금융상품 688억원에서 단순 차감해 실제 보유 현금을 계산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선수금과 특정 현금이 일대일로 대응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반대로 현금·금융상품 688억원을 모두 아무런 제약 없이 활용할 수 있는 여유자금으로 보는 것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선수금은 향후 공연·음반 등 계약상 의무 이행과 연결되고 그 과정에서 관련 비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KQ엔터의 재무 체력을 평가하려면 현금의 절대적인 규모와 함께 부채의 성격을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순익 81억인데 영업현금 16억…돈 못 받은 건 아니다
더 눈에 띄는 것은 지난해 영업현금의 움직임이다. KQ엔터의 지난해 순이익은 81억원이었지만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6억원에 그쳤다. 순이익 대비 영업활동현금흐름 비율인 현금전환율은 19.4%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회계상 이익에 실제 현금이 오가지 않은 항목을 조정하고 매출채권·매입채무·선수금 등 영업 관련 자산과 부채의 변화를 반영해 산출한다. 손익계산서에서 이익이 발생하더라도 판매대금을 받거나 거래처에 대금을 지급하는 시점에 따라 실제 들어오고 나가는 현금과 차이가 생길 수 있다.
KQ엔터의 경우 지난해 현금흐름 저하가 판매대금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한 결과는 아니었다. 매출채권 감소가 36억원, 미수금 감소가 28억원으로 받을 돈이 줄면서 두 항목에서 총 64억원의 현금흐름 개선 효과가 발생했다. 미지급금 증가도 37억원의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반대편에서 더 큰 감소 요인이 발생했다. 매입채무 감소가 58억원, 선수금 감소가 47억원, 부가세예수금 감소가 33억원의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들 세 항목에서만 총 138억원의 현금흐름 감소 효과가 나타났다.
매입채무 감소는 거래처 등에 지급해야 할 대금이 줄었다는 의미로 통상 실제 대금 지급에 따른 현금 유출과 연결된다. 선수금 감소는 성격이 다르다. 과거 먼저 받은 대금과 관련한 공연·음반 등의 의무를 이행하면서 추가적인 현금 유입 없이 부채가 줄고 매출이 인식됐을 수 있다. 따라서 선수금 47억원 감소를 같은 금액의 당기 현금 유출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지난해 전체 영업 관련 자산·부채 변동은 약 100억원의 현금흐름 감소 효과를 냈다. 이를 ‘100억원이 운전자본에 묶였다’고 표현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다. 매출채권이나 재고가 크게 늘어 자금이 묶인 형태가 아니라 매입채무·선수금 등 영업부채 감소가 상당 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특히 선수금 변동은 영업현금흐름에 47억원의 감소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말 선수금이 424억원에 달하지만 2025년 영업현금흐름이 선수금 증가에 기대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공연 사업의 특성도 함께 볼 필요가 있다. 월드투어는 티켓 판매와 실제 공연 개최, 현지 프로모터 및 유통사와의 정산 시점이 서로 다르다. 공연 일정이나 정산이 결산기 전후에 몰리면 회계상 이익과 현금 유입 시점에 차이가 발생하면서 연도별 현금전환율의 변동폭도 커질 수 있다.
지난해 수치만으로 KQ엔터의 현금창출력이 구조적으로 약화됐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2021~2025년 누적 순이익은 413억원, 누적 영업활동현금흐름은 409억원으로 현금전환율은 99.1%다. 최근 5년 동안 벌어들인 회계상 순이익과 실제 영업에서 창출한 현금 규모가 거의 일치한다.
결국 지난해 현금전환율 급락이 공연 확대와 정산 시점 등에 따른 일시적인 변동인지,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나타난 구조적인 변화인지 따져봐야 한다.
소니뮤직 관련 부채 210억…정확한 성격은 '물음표'
부채의 성격을 들여다보면 또 하나 눈길을 끄는 부분이 있다. 2대 주주이자 주요 사업 파트너인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와 관련된 기타부채다. 소니뮤직코리아는 KQ엔터 지분 33.34%를 보유하고 있으며 음반·음원 유통 등을 통해 사업적으로도 연결돼 있다. 지난해 KQ엔터가 소니뮤직코리아를 상대로 기록한 매출은 약 99억원이다.
지난해 말 감사보고서상 소니뮤직코리아 관련 기타부채 잔액은 약 210억원이다. 전체 부채 562억원의 37.34%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210억원은 총부채에 추가되는 별도 채무가 아니라 562억원에 이미 포함된 특수관계자 거래잔액이다.
문제는 정확한 성격이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감사보고서만으로는 소니뮤직코리아 관련 기타부채가 재무상태표상 선수금이나 미지급금 등 어떤 세부 계정에 반영됐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210억원을 이자부 차입금이나 당장 상환해야 할 금융부채로 해석하는 데 무리가 있다. 음반·음원 유통 등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선수금이나 정산 예정액 등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지만 구체적인 발생 원인과 지급 조건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단순 정산대금으로 단정하기도 어렵다.
소니뮤직코리아가 단순 거래처가 아니라 KQ엔터 지분 3분의 1가량을 보유한 주요 주주라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IPO 과정에서는 관련 부채의 구체적인 구성과 정산 조건, 현금흐름에 미치는 영향 등이 KQ엔터의 실질적인 재무상태를 판단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688억 가진 KQ엔터, IPO 자금 어디에 쓸까
상당한 현금을 확보한 상태에서 IPO를 추진한다는 점은 자연스럽게 또 다른 질문으로 이어진다. KQ엔터는 상장을 통해 확보할 자금을 어디에 쓸 것인가다.
회사는 지난해 말 현금·단기금융상품만 624억원을 보유하고 있고 이자부 차입금도 없다. 장기금융상품까지 포함한 현금·금융상품은 688억원이다. 당장 차입금을 갚거나 차환하기 위해 대규모 자본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과는 거리가 있다.
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에이티즈의 글로벌 활동 확대와 신규 아티스트 육성, 해외사업 확장 등 성장투자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공연 사업은 티켓 판매와 실제 공연 개최, 현지 정산 시점이 다른 만큼 사업 규모가 커질수록 시점별 자금 수요가 늘어날 수도 있다. 다만 현재 KQ엔터가 구체적인 공모자금 사용처를 공개하지 않은 만큼 특정 용도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향후 상장예비심사와 증권신고서 등을 거치며 공모 규모와 신주·구주매출 비중, 자금 사용처가 구체화되면 KQ엔터가 기존에 쌓아둔 688억원에 추가 자본이 필요한 이유도 보다 분명해질 전망이다. 공모자금을 새로운 아티스트와 사업에 투자해 또 다른 현금창출원으로 연결할 수 있는지도 기업가치를 좌우할 변수다.
KQ엔터의 재무 체력에는 두 얼굴이 공존한다. 688억원의 현금·금융상품과 5년째 이어진 무차입 경영은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보여준다. 반면 지난해 영업현금은 16억원에 그쳤고 전체 부채의 37%에 달하는 소니뮤직코리아 관련 기타부채의 구체적인 성격도 확인되지 않는다. 최근 5년 누적으로는 순이익의 99.1%를 영업현금으로 전환해온 만큼 지난해 나타난 현금전환율 급락이 일시적인 현상인지 구조적인 변화인지가 향후 재무 체력을 가를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딜사이트는 선수금의 세부 구성과 지난해 영업활동현금흐름 감소 배경, 소니뮤직코리아 관련 기타부채의 발생 원인과 지급 조건, 향후 IPO 공모자금의 예상 사용처 등을 확인하기 위해 KQ엔터 측에 연락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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