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주명호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일본 내 반도체 생산거점 건설 의지를 내비치면서 SK하이닉스가 지분을 보유 중인 키옥시아의 향후 인수 가능성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의 경우 보유 전환사채(CB)를 통해 약 14%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간접 행사할 수 있는 구조다. 다만 내후년까지 걸려 있는 지분 제한에 더해 일본 정부와 중국을 비롯한 경쟁당국의 승인이 쉽지 않아 장기적으로도 실제 경영권 인수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하이닉스가 투자한 특수목적회사(SPC) 'BCPE 판게아 케이맨2(SPC2)'은 지난달 키옥시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SPC2의 보유지분은 14.19%(7740만주)인데 기존 최대 주주인 도시바가 보유 지분을 14.12%로 낮추면서 최대주주 지위를 획득하게 됐다.
하이닉스는 2017년 키옥시아의 전신인 도시바메모리가 매각될 때 베인캐피털이 주도한 한·미·일 컨소시엄에 참여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하이닉스는 총 3950억엔을 투자했는데 이중 1290억엔을 SPC2와 연결된 CB 형태로 넣었다. SPC2는 당초 의결권이 없는 전환형 우선주 형태로 지분을 보유했다가 2020년 모두 보통주로 변경(1대 1 비율)되면서 의결권을 가지게 됐다.
키옥시아 인수는 경쟁당국 심사를 거쳐 2018년 완료됐다. 당시 하이닉스는 인수 완료 후 10년간 키옥시아 의결권 지분을 15% 이상 보유할 수 없도록 하는 약정을 맺었다. 2028년이 지나야 추가 의결권 지분 매입을 확보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다만 CB 전환과 별개로 추가 지분 인수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높다. 일본 외환법(외국환 및 외국무역법)은 반도체를 비롯한 경제안보상 핵심 업종에 대해 해외 기업이 투자(지분율 1% 기준)시 반드시 사전신고 및 심사를 진행토록 하고 있다. 현행 지분율을 고려하면 CB 전환까지는 전략적 투자 범위로 허용할 여지가 있지만 추가 지분 인수는 일본 당국이 쉽게 승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올해 6월 외환법 개정으로 CB 전환을 통한 키옥시아 지분 확보도 절차가 까다로워졌다. 기존 외환법의 경우 해외법인을 통한 일본 기업 지분의 간접 취득이 제한되지 않았지만 개정법은 이같은 간접투자도 일본 재무성의 심사 범위에 포함시켰다. 전환 자체를 막지 않더라도 심사 등으로 완료 시점까지 걸리는 시간은 이전보다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일본 내 생산거점 설립 등을 조건으로 지분 투자 승인 얻더라도 장벽은 여전하다.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가 남아 있어서다. 특히 핵심 경쟁국인 중국의 심사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2021년 하이닉스의 인텔 낸드 사업 인수때도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은 쉽사리 승인을 내주지 않았다. 이후 가격 제한, 생산량 확대 등 조건 부과를 통해 계약 체결 후 약 14개월만에 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
키옥시아의 경우 단순 지연을 넘어 불승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2019년 미국 반도체 제조업체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가 일본 고쿠사이일렉트릭을 인수하려 했지만 중국의 승인을 받지 못하면서 2년만에 인수계약이 종료된 바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쉽게 승인해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현 상황에서 키옥시아 인수는 현실성이 매우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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