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가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방어를 위해 이어온 물량 확대 전략의 기로에 섰다. 중저가 제품을 중심으로 출하량을 늘리며 시장 지위를 지켜왔지만 메모리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 주요 부품 가격 상승이 이어지면서 수익성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하반기부터 점유율 방어보다 손익 개선에 무게를 두는 방향으로 전략을 조정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중저가 제품 비중을 조정하거나 일부 제품 가격을 올리는 방식으로 원가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홍주식 옴디아 이사는 4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2026 옴디아 한국 디스플레이 컨퍼런스'에서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출하량과 시장 점유율이 늘고 있지만 성장의 중심은 중저가 제품에 쏠려 있다고 말했다.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2분기 이후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5% 이상 증가하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출하량 증가를 이끄는 것은중저가 제품이다. 반면 700달러 이상 프리미엄 제품의 경우 2분기 들어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전체 출하량은 늘고 있지만 제품 믹스는 중저가 중심으로 기울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의 평균판매가격(ASP)도 이 같은 제품 믹스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 스마트폰 ASP는 올해 1분기 594달러에서 2분기 488달러로 떨어졌다. 지난해 2분기 500달러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중국 업체는 ASP가 상승한 것으로 파악된다. 옴디아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메모리 가격 상승에 대응해 세트 가격을 적극적으로 높인 반면 삼성전자는 중저가 제품 판매 비중이 늘면서 ASP가 오히려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칩플레이션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중저가 제품의 수익성을 지키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100달러 미만 스마트폰에 주로 탑재되는 4GB D램과 64GB 낸드 조합의 메모리 가격은 지난해 3분기 14달러에서 올해 2분기 65달러로 뛰었고 3분기에는 73달러까지 오를 전망이다. 같은 기간 800달러 이상 프리미엄 제품에 쓰이는 D램과 낸드 조합도 60달러에서 202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메모리뿐 아니라 AP와 인쇄회로기판(PCB), 배터리 등 주요 부품 가격까지 오르면서 세트업체들의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특히 가격 민감도가 높은 중저가 제품에서는 원가 상승분을 판매가격에 그대로 반영하기 어려운 만큼 판매량이 늘어날수록 이익 부담도 함께 커질 수 있다.
반면 애플은 삼성전자와 반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아이폰 출하량은 1억1560만대로 전년 동기 9980만대보다 1580만대 늘었다. 특히 아이폰 17 일반형이 2970만대, 아이폰 17 프로맥스가 3250만대 출하되는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가 견조했다. 여기에 전체 스마트폰 메모리 구매량도 경쟁사보다 많아 메모리 업체와의 가격 협상에서도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한 것으로 분석됐다.
홍 이사는 “삼성전자는 출하량을 늘려 나가고 있지만 중저가 물량이 늘어나면서 마진이 크게 악화된 상황”이라며 “반대로 애플은 프리미엄 제품 위주로 판매하고 메모리 구매량도 경쟁사보다 월등해 가격 협상에서도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아직 수익성보다 시장 점유율 방어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이사 겸 DX부문장 역시 지난달 19일 수원사업장에서 열린 임직원 대상 경영현황 설명회에서 메모리 가격 급등에 따른 원가 부담이 경쟁사에도 동일하게 작용하고 있는 만큼 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현재와 같은 물량 확대 전략을 장기간 이어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저가 제품을 중심으로 출하량을 늘릴수록 원가 상승에 따른 손익 부담도 함께 커질 수 있어서다. 이에 삼성전자가 하반기 중 물량과 수익성 가운데 어느 쪽에 무게를 둘지 다시 전략을 수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MX사업부가 올 하반기에 다시 의사결정을 할 것으로 알고 있다”며 "프리미엄 제품 비중을 단기간에 크게 늘리기도 쉽지 않은 만큼 내년까지 물량 확대 전략을 이어갈 경우 올해보다 손익이 더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시장 전체가 크게 늘지 않는 상황에서는 출하량을 공격적으로 확대하지 않더라도 점유율을 유지하거나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저가형 시장은 위축되고 있고 프리미엄 시장에서도 단기간에 판매 비중을 끌어올릴 카드가 많지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앞선 관계자는 “시장 자체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출하량을 크게 늘리지 않아도 점유율은 올라갈 수 있다”며 “결국 지금 수준의 점유율을 지키는 것이 실제 수익으로 이어지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저가형 시장이 워낙 위축된 만큼 물량을 늘려도 삼성전자가 애플을 다시 제치고 출하량 기준 1위를 차지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원가 부담을 단기간에 낮출 뚜렷한 요인이 없는 만큼 삼성전자로서는 현재의 점유율 방어 전략과 손익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 프리미엄 제품 비중을 빠르게 확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점유율 고수 전략을 얼마나 유지할지가 하반기 MX사업부의 주요 과제가 될 전망이다.
앞선 관계자는 “지금은 모든 업체들이 버티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삼성전자도 갑자기 프리미엄 제품을 늘릴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결국 누가 더 오래 버티느냐의 치킨게임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어 “손익 부담이 계속 커지고 있는 만큼 현재 전략을 언제까지 유지할지는 조만간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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