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약국시장에서 기존 조제 중심의 약국과 차별화한 대형화 모델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대형 약국은 현재 전국 120곳 가운데 지난해와 올해 문을 연 곳만 110곳으로 2년새 신규 출점만 전체의 91.7%에 달한다. 특히 올해 개점 속도가 더욱 빨라지면서 약국의 대형화 확산 배경과 경쟁력을 살펴보고 국내 업계에 미칠 영향을 점검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딜사이트 김진호 기자] 약국 대형화 바람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기존 소형(동네)약국과 초대형약국 사업자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소형약국 사업자들은 초대형약국의 등장으로 약물 오남용 우려와 함께 약국 생태계 파괴 가능성이 크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초대형약국 사업자는 오남용 우려가 있는 성분의 제품은 국내 규제상 판매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 방문 고객의 니즈(요구)가 다르기 때문에 약국 유통 채널의 확장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3일 약국 체인업계에 따르면 소형약국과 초대형약국의 논란이 시작된 것은 2025년 상반기였다. 이전에도 수십평 규모의 중대형약국은 존재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건물 한 채를 통째로 쓰는 신개념 초대형약국 모델 ‘메가팩토리약국 1호점’에 대한 인허가가 나왔고 이때부터 논쟁의 불꽃이 타오르게 됐다.
그런데 최근 국회에서 양 쪽 약국 사업자들 사이의 핵심 쟁점 중 하나인 약물 오남용 이슈와 관련된 사전 예방 조치가 나왔다. 국회는 지난달 26일 본회의를 열고 ‘창고형’이나 ‘공장형’, 이와 유사한 의미의 외래어 또는 외국어 등 초대형약국에서 자주 사용하는 명칭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약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7월 말 열린 법제사업위원회에 참석해 약사법 개정안에 대해 "팩토리, 창고형, 최다, 최고처럼 국민을 혼동시킬 수 있는 명칭을 쓰는 약국을 규제하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며 "좀 더 확산되기 전에 명확하게 법에 근거를 두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형약국 가맹점을 운영하는 한 약국 체인 관계자는 “해당 명칭들은 건강을 위한 생활의약품을 한 곳에서 모두 볼 수 있다는 직관적인 느낌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법안의 주요 취지인 오남용 우려 측면에서도 현재까지 어떤 대형약국 업장에서도 관련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창고형약국이란 명칭 확산에 중심에 섰던 메가팩토리약국 관계자는 “법안이 공포되면 유예 기간이 있지만 결국 현재의 상호명을 쓸 수 없게 될 전망”이라며 “향후 구체적인 지침이 나오는 것을 보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소형 및 초대형 약국 사업자 사이 매출 영향 관련 입장 차는 더 커지고 있다. 약사법상 약사라면 누구나 개인사업자로 약국을 열 수 있고 그 규모에 대한 제한도 없다. 100평 이상 초대형약국의 등장을 구조적으로 막을 수는 없는 상황인 셈이다.
대한약사회가 지난 4월 초대형약국 인근 소형약국 사업자 535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여기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10%가 매출이 30% 이상 줄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초대형약국 근방 500m 이내 약국 중 매출이 20% 이상 감소한 곳은 44.8%였다. 또 응답자의 86.1%는 창고형 약국이 일반 약국보다 더 낮은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61%는 약국 개설 사전심사제 도입 필요성에 동의하는 의견을 보였다.
박춘배 대한약사회 부회장은 “설문조사를 통해 초대형약국 인근에서 나타나는 피해 정도를 확인했다”며 “이들이 약국을 복약 상담과 건강 관리의 공간이 아닌 가격 중심의 판매 공간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메가팩토리약국 관계자는 복약 지도 시스템에 대해 “시간대 별로 최소 5~7명 정도 약사가 소비자 사이를 움직이며 고객들의 질문을 해소한다”며 “또 계산 과정 역시 무조건 약사가 진행하도록 하고 있으며 구매한 성분에 대한 유의사항을 이때 재차 주지시킨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약국의 2, 3호점은 대형마트 안에 위치한다. 특히 3호점은 사방이 큰 대로변과 녹지로 둘러쌓여 있어 인접한 소형약국도 없다”며 “일부 도심 속 중대형, 대형약국을 중심으로 주변 소형약국이 영향을 받을 순 있지만 전체적인 시각에서 보면 시장을 흔들 수준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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