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약국시장에서 기존 조제 중심의 약국과 차별화한 대형화 모델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대형 약국은 현재 전국 120곳 가운데 지난해와 올해 문을 연 곳만 110곳으로 2년새 신규 출점만 전체의 91.7%에 달한다. 특히 올해 개점 속도가 더욱 빨라지면서 약국의 대형화 확산 배경과 경쟁력을 살펴보고 국내 업계에 미칠 영향을 점검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딜사이트 방태식 기자] 국내 약국이 의약품 조제·판매 중심에서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건기식) 등을 아우르는 유통채널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넓은 매장에 일반의약품(OTC)은 물론 건기식·더마코스메틱·의약외품 등을 대량 진열하는 '대형화' 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대형화된 약국이 올리브영과 다이소 등에 이어 제약사 컨슈머헬스 제품의 새로운 오프라인 판로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약국시장에서 대형 약국이 새로운 사업모델로 부상하고 있다. 해당 약국은 기존 조제 중심의 소규모 약국과 달리 넓은 매장에 OTC와 건기식, 화장품, 생활건강용품 등을 진열하고 소비자가 직접 둘러보며 비교·구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처방전 조제와 OTC 판매 중심의 기존 약국보다 소비자의 체류시간과 제품 선택권을 확대한 '쇼핑형 헬스케어 채널'의 성격이 강하다.
제약업계에서도 약국 유통채널의 변화에 발맞춰 컨슈머헬스 제품군을 확대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약국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전용 화장품이나 건기식을 선보이거나 약국 내 별도 뷰티 공간을 구축하는 등 소비자 접점 확대에 나서는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한미사이언스는 약국 전용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프로-캄' 육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달에는 대표 제품인 'EGF 액티브 바이탈 크림'에 'EGF PDRN 액티브 시너지 마스크', 'EGF 우레아 케라톤 크림'을 더해 EGF 기반 제품군을 3종으로 확대했다.
특히 EGF 액티브 바이탈 크림은 2024년 출시 이후 전국 약국 1만1000곳 이상에 공급됐다. 최초 주문 약국의 절반가량이 추가 주문에 나서는 등 약국 유통망을 기반으로 판매처를 넓혀가고 있다. 한미사이언스는 약국이라는 전문 유통채널을 활용해 프로-캄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동국제약 역시 약국을 별도의 뷰티·헬스케어 유통채널로 활용하는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올 6월 전국 약 200개 약국에 뷰티 카테고리 특화 공간인 '파마시뷰티솔루션'을 구축했다.
해당 공간에는 동국제약의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루온셀'을 비롯해 약국 전용 더마 리페어 브랜드 '마데카파마시아', 탈모 증상 완화 기능성 샴푸 '판페신', 의료기기 등급 압박스타킹 '센시슬림' 등이 입점했다. 약국에서 판매할 수 있는 뷰티·헬스케어 제품군을 한 공간에 모아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혔다.
동아제약은 약국 전용 건기식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대한약사회와 공동 개발한 약국 전용 건기식 브랜드 '팜베이직'을 출시한 것이 그 일환이다. 팜베이직은 루테인지아잔틴과 오메가3, 프로바이오틱스, 멀티비타민·미네랄 등 소비자 수요가 높은 건강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총 8종의 제품군을 갖췄다. 동아제약은 약사의 전문성과 상담 기능을 활용해 기존 일반 유통채널과 차별화된 건기식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제약사들의 움직임이 대형 약국 확산과 맞물리면서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올리브영과 다이소 등 소비자 접근성이 높은 오프라인 채널에서도 제약사 더마 제품의 입지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대형 약국이 또 하나의 판매처로 가세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약국은 타 유통채널과 다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평가다. 일반 H&B스토어나 생활용품점과 달리 약사가 상주하는 약국이라는 점에서 건강 관련 제품에 전문성과 신뢰도를 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제약사 입장에서는 대형 약국을 통해 기존 약국 영업망을 활용하면서 화장품과 건기식 등으로 판매 품목을 넓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따라 향후 대형 약국이 늘어나고 소비자들의 이용이 확대될 경우 올리브영·다이소 등에 이어 제약사의 새로운 오프라인 판매채널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제약사들의 사업다각화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흐름에 힘을 싣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복제약(제네릭) 약가제도 개편으로 의약품 사업의 수익성 저하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화장품과 건기식 등 컨슈머헬스 제품은 의약품과 달리 약가 규제의 영향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약국의 확산이 이러한 제품을 소비자에게 판매할 새로운 접점으로 작용한다면 제약사들의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약국은 일반 유통채널과 달리 건강과 의약품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공간이라는 점에서 제약사들이 화장품이나 건기식 등을 판매하기에 강점이 있다"며 "대형 약국이 확산되고 소비자들의 구매 방식이 변화한다면 제약사 입장에서도 새로운 오프라인 판매채널로 활용할 여지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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