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방태식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대규모 유상증자를 둘러싼 주주들의 우려 진화에 나섰다. 폴리펩타이드 그룹 인수와 송도 바이오캠퍼스 6공장 건설 등 향후 생산시설 증설과 신규 모달리티 확대에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만큼 선제적인 자본 확충이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회사는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적 유연성을 확보하고 향후 추가 투자 기회에도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유승호 삼성바이오로직스 경영지원센터장(부사장)은 3일 열린 온라인 주주간담회에서 "이번 유상증자는 당장의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결정이 아니라 앞으로 이어질 성장을 위한 다양한 투자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필요한 재원을 한 번에 확보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투자 실행의 확실성을 높이는 동시에 향후 반복적인 자본 조달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28일 이사회를 열고 약 3조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신주 발행 규모는 보통주 약 227만주로 전체 발행주식의 4.9% 수준이다. 예정 발행가액은 132만2000원이며 할인율은 15%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조달금액 가운데 약 2조7000억원을 글로벌 펩타이드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폴리펩타이드 그룹 인수에 투입한다. 나머지 약 3000억원은 총 1조9000억원 규모로 추진하는 6공장 건설에 활용할 예정이다. 회사는 이달 중순 폴리펩타이드 그룹 공개매수 절차에 착수해 12월까지 인수를 마무리하고 6공장은 2029년 내 완공한다는 목표다.
이번 유상증자의 배경에는 향후 예정된 대규모 투자도 자리 잡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34년까지 총 15조4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폴리펩타이드 그룹 인수에 2조7000억원을 투입하는 것을 비롯해 6공장 및 부대시설 1조9000억원, 7공장 1조8000억원, 제3바이오캠퍼스 7조원, 미국 생산시설 증설 7000억원 등을 집행할 예정이다. 항체-약물접합체(ADC) 완제의약품(DP)과 소형 위탁생산(CMO) 설비 투자도 계획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향후 대규모 투자가 단기간에 집중되는 만큼 선제적인 유동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올 상반기 말 기준 약 2조2000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폴리펩타이드 그룹 인수와 시설투자 등을 예정대로 집행하면서 유상증자를 실시하지 않을 경우 연말 약 5000억원의 시재 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향후 안정적인 영업현금 유입이 예상되더라도 투자 집행이 앞선 시점에 집중되는 만큼 자금 유출입 간 시차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폴리펩타이드 그룹 인수 발표 당시 보유 현금과 외부 차입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던 자금조달 방식을 유상증자로 선회한 배경도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차입을 통한 인수자금 조달도 검토했지만 2034년까지 이어지는 전체 투자 사이클과 금리, 차입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현시점에서는 자본 확충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3조원을 전액 차입할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부채비율은 올 상반기 말 50%대 초반에서 80%대 후반까지 상승하고 차입금 의존도 역시 한 자릿수에서 20%대 중반으로 높아질 것으로 추산됐다. 이 경우 향후 추가 생산시설 투자나 인수합병(M&A) 기회가 발생했을 때 자금조달 여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회사 측 설명이다.
유 부사장은 “이번 유상증자는 차입 여력의 유무에 따른 선택이 아닌 회사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중장기적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전략적인 경영 판단의 결과"라며 "이번 유상증자를 통한 조달뿐 아니라 2029년까지 추가 차입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추가적인 M&A 가능성도 열어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신규 모달리티와 해외 생산거점, 기술 확보 등을 위한 전략적 투자 기회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당분간은 폴리펩타이드 인수 절차를 마무리한 뒤 사업 통합과 시너지 창출에 집중할 계획이지만 기존 투자 진행 상황과 전략적 적합성, 투자수익성,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유상증자가 주주들에게 단기적인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그러나 당장의 주주환원보다 성장 투자를 우선하고 이를 실적과 기업가치 상승으로 연결하는 것이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배당 및 주주환원 정책은 향후 투자계획과 현금창출력, 재무상황 등을 고려해 3년 뒤 재검토할 예정이다.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등 대주주의 유상증자 참여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양사가 구주주 청약 전까지 유상증자 참여 여부를 검토한 뒤 각사 이사회를 통해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유상증자가 중장기 성장계획 달성을 위한 인수대금 및 투자자금 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만큼 양사 이사회에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 부사장은 "이번 유상증자로 주주 여러분께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으며 경영진도 그 무게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며 "확보되는 자금을 더욱 신중하고 책임 있게 집행하고 그 결과를 지속적으로 소통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폴리펩타이드 인수를 통해 새로운 성장축을 만들고 6공장 건설을 통해 기존 핵심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이번 투자가 매출과 이익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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