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솜이 기자] 올해로 13년째 메리츠금융그룹의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용범 부회장이 메리츠캐피탈의 사업 체질 개선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캐피탈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미래 먹거리 발굴을 전담하는 신사업추진실을 꾸리고 외부 핵심 인력을 영입하면서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에 쏠렸던 수익원을 다변화하고 리테일 금융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우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이 그룹의 양대 이익축으로 자리 잡은 것과 달리 메리츠캐피탈은 아직 과거 수준의 이익 체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2022년 2500억원을 웃돌았던 연간 순이익은 지난해 1100억원대로 절반 이상 줄었다. 김 부회장이 계열사 간 자본 배분과 수익성 극대화를 강조하는 '원 메리츠' 전략을 추진해온 만큼, 상대적으로 회복이 더딘 메리츠캐피탈의 체질 개선이 그룹 차원의 남은 과제로 부각되는 모습이다.
2일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캐피탈은 지난 상반기 중 신사업추진실을 신설했다. 신사업추진실을 이끄는 신사업추진실장직에는 김창현 이사가 임명됐다. 김 이사는 지난 3월 메리츠캐피탈에 영입된 인물로, 주요 경력으로는 한국캐피탈 소매금융본부장을 지낸 이력이 거론된다.
신사업추진실에는 메리츠캐피탈의 리테일 금융 부문 사업 역량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임무가 주어져 있다. 구체적으로 비대면 대출 상품 취급 프로세스와 IT 인프라를 구축하고, 대출 비교 플랫폼사와의 제휴를 토대로 자사 영업 채널을 확대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와 함께 신용평가모형을 개발해 신규 리테일 상품을 출시·운영하는 업무도 담당한다.
메리츠캐피탈이 별도 조직까지 꾸려 리테일 금융 강화에 나선 배경에는 최근 수년간 이어진 수익성 저하가 자리한다. 기존 사업에 집중하는 것만으로 과거의 이익 체력을 회복하기 쉽지 않은 만큼 수익원을 다변화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실제 메리츠캐피탈의 순이익은 2021년 2292억원에서 2022년 2544억원으로 늘어 정점을 찍었고 2023년에도 2176억원을 기록하며 3년 연속 2000억원대를 유지했다. 흐름이 꺾인 것은 2024년부터다. 순이익은 2024년 1349억원으로 급감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163억원까지 줄었다. 2022년과 비교하면 3년 만에 54%가량 감소한 규모다.
부동산 PF 시장 침체 이후 높아진 대손 부담은 수익성 회복을 제약해온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메리츠캐피탈의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2021년 404억원, 2022년 453억원에서 PF 시장 침체가 본격화한 2023년 749억원으로 뛰었다. 이후 2024년 672억원, 지난해 563억원으로 감소했지만 PF 사태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메리츠캐피탈이 선택한 카드가 리테일 금융의 외연 확장이다. 기존 리스·렌터카 사업에 더해 비대면 대출과 대출 비교 플랫폼 제휴, 자체 신용평가모형을 활용한 신규 상품까지 영역을 넓혀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기존 리테일 사업을 키우는 데 그치지 않고 상품 개발부터 모집 채널, 심사 체계까지 구축한다는 점에서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무게를 둔 행보로 평가된다.
캐피탈업계에서도 메리츠캐피탈의 움직임을 눈여겨보고 있다. 고금리 국면에서 불어난 조달비용과 부동산 PF 부실 사태의 여진, 오토금융 시장에 뛰어든 카드사와의 경쟁 등이 맞물리면서 캐피탈업권 전반의 성장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상당수 캐피탈사가 공격적인 외형 확대보다 수익성과 건전성 관리에 무게를 두고 있는 상황에서 메리츠캐피탈은 독립 조직과 외부 인력까지 투입해 신규 성장축 발굴에 나섰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는 평가다.
메리츠캐피탈의 체질 개선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김용범 부회장 체제에서 메리츠금융그룹이 보여준 성장 궤적 때문이다. 김 부회장은 2014년 메리츠금융지주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된 이후 그룹 경영 전반을 이끌어왔다. 이 기간 메리츠금융지주의 연결 순이익 규모는 약 5.3배 확대됐다. 그룹 전체가 가파른 이익 성장세를 이어온 것과 비교하면 메리츠캐피탈의 최근 실적 흐름은 상대적으로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특히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이 탄탄한 이익 창출력을 갖춘 상황이라는 점에서 메리츠캐피탈의 재도약 여부는 '원 메리츠' 체제의 수익 기반을 한층 넓힐 수 있는 과제로 꼽힌다. 메리츠화재가 견고한 이익 창출력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메리츠증권 역시 PF 시장 침체의 직격탄을 맞았던 2023년을 제외하면 별도 기준 매년 6000억~7000억원 수준의 순이익을 거두고 있다. 반면 메리츠캐피탈은 2022년 이후 3년 연속 순이익이 감소하며 그룹 주요 금융계열사 가운데 상대적으로 회복 속도가 더딘 모습을 보였다.
원 메리츠는 김용범 부회장 체제에서 일관되게 강조되고 있는 경영 키워드로 통한다. 앞서 메리츠금융그룹은 2023년 메리츠금융지주를 유일한 상장사로 두고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하며 원 메리츠 체제를 구축했다. 계열사 간 경영 의사 결정 속도를 높여 자본을 보다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수익성을 극대화한다는 게 핵심이다. 메리츠증권은 메리츠캐피탈의 최대주주로,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메리츠캐피탈이 올해 들어 수익성 반등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리테일 사업 확대에 우호적인 대목이다. 지난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836억원으로 전년 동기(669억원) 대비 25% 증가했다. 같은 기간 리스수익도 1152억원에서 1394억원으로 21% 확대됐다. 리스수익에는 리스·렌터카 등 기존 리테일 금융 부문의 사업 실적이 반영된다.
신사업추진실이 상반기 중 출범한 만큼 올해 실적 개선을 신설 조직의 성과로 보기는 이르다. 기존 리스 사업을 중심으로 이익 체력이 회복되는 가운데 비대면 대출과 플랫폼 제휴 등 신규 리테일 사업이 추가적인 수익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가 향후 체질 개선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메리츠캐피탈 관계자는 "리테일 사업 간 시너지 강화 및 신성장동력 확보 일환으로 리테일 영업 활성화를 진행 중"이라며 "이러한 기조로 신사업추진실을 신설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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