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솜이 기자]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이 메리츠캐피탈 체질 개선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그룹 안팎에서는 김 부회장이 '원 메리츠' 전략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메리츠캐피탈의 사업구조 재편을 직접 주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수익성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중심 기업금융 의존도를 낮추고 오토금융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육성하기 위해 경쟁사 출신 핵심 인력과 실무진을 대거 영입하는 등 전방위적인 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메리츠캐피탈의 실적 반등은 단순히 한 계열사의 문제가 아니다. 자본 효율성과 수익성 극대화를 목표로 하는 원 메리츠 체제에서 메리츠캐피탈은 메리츠화재·메리츠증권과 함께 핵심 축을 담당하는 만큼, 업계에서는 최근 조직 개편과 인력 영입 역시 김 부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1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은 올해 들어 메리츠캐피탈 경쟁력 강화를 위해 외부 인력을 적극 충원하고 있다. 먼저 지난 1월 KB캐피탈에서 자동차금융본부장·고객전략본부장·개인금융본부장 등을 역임한 김정현 전무를 영입해 리테일영업총괄을 맡겼다.
리테일영업총괄은 김 전무의 합류와 함께 신설된 조직이다. 리테일금융 사업 간 연계를 강화하고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업계에서는 김 전무 영입 자체가 메리츠캐피탈의 사업 방향 전환을 상징하는 인사로 보고 있다. 오토금융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외부 전문가를 전면에 배치한 것은 기업금융 중심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겠다는 김 부회장의 의도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특히 김 전무 영입 이후 메리츠캐피탈은 김 부회장 주도로 KB캐피탈과 한국캐피탈 등 경쟁사 출신 경력직 20~30명을 추가 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단순한 인력 보강을 넘어 오토금융 조직을 새롭게 구축하기 위한 전력 보강 차원으로 해석된다.
메리츠캐피탈의 대대적인 인력 충원은 렌터카·중고차를 중심으로 한 오토금융 확대 전략과 맞닿아 있다.
김 전무가 몸담았던 KB캐피탈은 국내 대표 오토금융 사업자로 꼽힌다. 렌터카 금융과 중고차 플랫폼 'KB차차차' 운영 경험 등을 통해 관련 사업 노하우를 축적해왔다. 군인공제회 자회사인 한국캐피탈 역시 자동차 리스와 중고차 금융을 주력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KB캐피탈과 한국캐피탈 출신 인력들의 합류가 메리츠캐피탈의 오토금융 경쟁력 강화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눈길을 끄는 건 한국캐피탈을 이끄는 수장이 KB캐피탈 출신 정상철 대표이사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업계 안팎에선 최근 메리츠캐피탈로 이동한 인력들이 KB캐피탈을 매개 삼아 오토금융 관련 전문 역량을 공유하고 있다는 해석도 뒤따른다.
메리츠캐피탈이 오토금융 확대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PF 부문의 수익성 악화가 자리 잡고 있다. 부동산 PF 시장 침체가 본격화한 2023년 이후 대손 비용이 급증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훼손됐다.
이 같은 흐름은 수치에서도 확인된다.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2021년 404억원, 2022년 453억원에서 2023년 749억원으로 급증했다. 이후에도 2024년 672억원, 2025년 563억원을 기록하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순이익 역시 감소세다. 메리츠캐피탈의 순이익은 2021년 2292억원, 2022년 2544억원, 2023년 2176억원으로 3년 연속 2000억원대로 관리됐지만 2024년 들어 1349억원으로 급감했다. 지난해(1163억원)에도 간신히 1000억원대에 턱걸이하는 등 수익성 저하 흐름이 고착화했다는 진단이다.
특히 PF 중심 기업금융이 실적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는 점은 경영진 입장에서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오토금융은 PF 대비 자산 분산 효과가 크고 회수 구조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점에서 최근 캐피탈업계가 주목하는 대안 수익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메리츠캐피탈의 수익구조 개선은 김 부회장이 추진해온 원 메리츠 전략과도 직결된다.
앞서 메리츠금융그룹은 2023년 메리츠금융지주를 유일한 상장사로 두고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했다.
이를 통해 계열사 간 자본을 보다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원 메리츠' 체제를 구축했다. 메리츠증권이 투자 기회를 발굴하고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캐피탈이 각자의 금융 기능을 활용해 자금을 공급하는 협업 구조가 핵심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김 부회장이 메리츠캐피탈을 원 메리츠 전략의 마지막 보완 과제로 보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이 안정적인 수익성을 유지하는 반면 메리츠캐피탈은 PF 충당금 부담으로 실적 변동성이 확대된 만큼,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주문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쟁사 핵심 인력 영입과 실무진 충원이 이뤄진 점도 결국 김 부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메리츠캐피탈의 인력 영입과 사업 재편은 사실상 김용범 부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움직임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며 "원 메리츠 체제에서 캐피탈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다만 오토금융 확대가 곧바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부동산 PF 침체 이후 캐피탈업계가 일제히 오토금융으로 눈을 돌리면서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실제 렌터카 입찰 시장에서는 후발 사업자들이 계약 확보를 위해 단가를 낮추는 출혈 경쟁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캐피탈 역시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설 경우 역마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김 부회장의 승부수가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외형 성장보다 수익성을 동반한 포트폴리오 전환이 중요하다는 평가다.
메리츠캐피탈 관계자는 "리테일 사업 간 시너지 확대와 신성장동력 확보를 목표로 리테일영업총괄직을 신설하고 외부 전문가를 영입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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