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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망 부족 해법의 역설…부담 커지는 한전
김태은 기자
2026-09-02 11:00:00
①재무개선 갈 길 먼 한전…지역요금제에 또 짐 짊어지나
이 기사는 2026-09-02 08:00:00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전력 본사 사옥. (제공=한국전력)

[딜사이트 김태은 기자]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을 지역별로 차등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한국전력공사(한전)의 재무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송전망 부족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소매 요금 인하로 해결하려다 보니 200조원대 부채를 안은 한전에 부담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전이 공개한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 설계안에 따르면 영·호남 등 남부권은 ㎾h당 13~18원(7~10%), 충청·강원 등 중부권은 10~15원(5.5~8%), 인천·경기 북부 등 수도권 북부는 6~10원(3~5.5%) 낮아진다. 반면 전력 수요가 집중된 서울·경기 남부 등 수도권 남부는 0~1원 인하에 그친다. 지역별 전력 수급 여건을 요금에 반영해 기업의 비수도권 투자를 유도하고 지방 산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재원 마련 방식이다. 제도 시행에 따라 한전의 전기 판매 수입은 연간 2조8000억~3조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한전의 지난해 영업이익 13조4906억원의 20%를 웃도는 규모다. 정부는 비수도권 발전사의 전력도매가격을 낮춰 한전의 전력 구매비를 줄이겠다는 방침이지만 발전업계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조재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전기 판매 수익 감소를 상쇄하기 위해서는 비수도권 전력 도매가격이 약 6% 하락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산업용 전기요금 차등제가 송전망 부족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보다 비용 부담을 재배분하는 데 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전력 수급 불균형의 근본 원인이 송전망 제약에 있는 만큼 송전망 확충이 우선돼야 하며, 지역별 가격 차등을 도입하더라도 도매시장과 소매시장에 일관되게 반영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생산지와 수요지를 연결하는 송전망이 충분할 경우 전국 전력 시장이 하나의 시장으로 작동해 지역과 관계없이 비슷한 수준의 전력 도매가격이 형성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인허가 절차, 주민 반발 등으로 송전망 구축이 지연되고 있는 데다 발전설비는 비수도권에, 전력 수요는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수급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


해외 주요 전력시장은 이러한 송전망 제약을 반영해 공급이 많은 지역의 도·소매가격을 낮추고 수요가 많은 지역의 가격을 높게 형성한다. 이를 통해 전력 수급 여건을 가격에 반영하고 송전망 투자 유인을 높인다.


반면 국내는 도매시장 가격 체계 개편과 송전망 부족 문제가 충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소매요금 인하가 먼저 추진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방에 몰려있는 발전소는 갑작스러운 수익 감소 타격을 입게 됐고,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나 수도권 요금 인상이 없는 상황에서 부족한 재원은 고스란히 한전의 재무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전력 주요 재무 현황. (그래픽=김민영 기자)

한전의 재무 건전성은 여전히 취약한 상태다. 2023년 이후 200조원대의 부채를 기록 중이며 부채비율은 지난해 416.9%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400%대를 유지하고 있다. 전력 판매 단가 상승과 자구책인 재정건전화계획으로 일부 지표가 개선됐지만 여전히 높은 부채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이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전단(도매가)과 후단(소매가)이 같이 가는 것이 원칙”이라며 이대로 가면 결국 한전의 적자나 재무 부담으로 이어지고, 이는 한전 주주와 전력 소비자인 국민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송전망을 제때 구축하지 못하면서 발생한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전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전력 수요가 공급 여력이 있는 지역으로 이전되면 전력망 이용률이 높아지고 추가적인 망 투자와 전력 공급 비용을 줄이는 등 한전의 지속가능한 전력사업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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