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관훈 기자] 내년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인 ‘트래블월렛’의 외화 자산과 부채 사이의 미스매치(불일치)가 6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 거래가 핵심 사업인 트래블월렛은 사업 규모가 커질수록 외화 자산과 부채도 함께 늘어나는 구조인 만큼, 상장을 앞두고 환율 변동에 따른 손익 변동성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회사 측은 외화 자산·부채 간 격차가 결제 시차에 따라 나타날 수 있으며 환 포지션을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트래블월렛의 2025년 말 기준 외화 부채 총계는 3698억원으로 외화 자산 총계인 3052억원보다 646억원 많았다. 재무제표상 외화표시 부채가 외화표시 자산을 웃도는 순부채 포지션이 나타난 셈이다.
트래블월렛은 2017년 설립된 핀테크 기업으로 외화 충전·결제 서비스인 '트래블페이'를 주력으로 하고 있다. 고객이 앱에서 원화를 외화로 환전해 충전하면 전용 카드를 이용해 해외에서 결제하거나 현지 ATM에서 인출할 수 있는 구조다. 고객이 충전한 외화 잔액은 회사 입장에서 향후 지급해야 할 외화 부채로, 이에 대응해 회사가 보유한 외화 현금및현금성자산 등은 외화 자산으로 잡힌다. 외화 자산과 부채 사이에 차이가 발생하면 통화별 순포지션과 환율 움직임에 따라 손익 변동성이 발생할 수 있다.
외화 자산과 부채 간 격차는 일회성에 그치지 않았다. 2022년 말 112억원(외화자산 296억원, 외화부채 408억원)이던 차액은 2023년 775억원(외화자산 1755억원, 외화부채 2530억원)으로 확대됐다. 2024년에도 외화자산 규모가 외화부채보다 469억원 적었고 지난해에는 격차가 다시 646억원으로 커졌다. 2022년부터 4년 연속 외화부채가 외화자산을 웃돌았고, 2023년 이후로는 매년 수백억원 규모의 격차가 이어지고 있다.
트래블월렛 측은 이 같은 외화 자산·부채 간 격차가 외환 거래의 결제 시차에서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외환 현물(Spot) 거래는 통상 거래 체결 이후 실제 자금과 통화가 오가는 결제까지 시차가 존재하는데, 결산일 현재 거래는 체결됐지만 결제가 완료되지 않은 거래가 존재할 경우 재무제표에 나타나는 외화 자산과 부채 규모에도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트래블월렛 관계자는 “외환 Spot(현물) 거래는 일반적으로 T+2(거래 체결일로부터 2영업일 후)에 결제된다”며 “이 때문에 결산 시점에 결제일이 도래하지 않은 거래의 경우 관련 외화 자산, 부채가 재무제표에 모두 반영되지 않아 일시적인 미스매치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트래블월렛은 이러한 결제 주기 및 환 포지션을 실시간으로 트래킹해 환 위험을 관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래블월렛은 결제 시차에 따른 일시적인 미스매치라는 입장이지만, 외화부채가 외화자산을 웃도는 현상은 2022년부터 4년 연속 반복됐다. 결산 시점의 거래·결제 시차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회사 측 설명과 별개로 같은 방향의 미스매치가 매년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외환 거래 규모가 커질수록 결제 시차를 포함해 실제 환율 변동에 노출되는 순포지션을 관리하는 중요성도 함께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환율 움직임이 실제 손익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은 외화환산손익에서도 확인된다. 외화환산손익은 결산일 현재 보유한 외화표시 자산과 부채를 결산환율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장부상 차이를 손익으로 반영하는 항목이다.
2025년 트래블월렛의 외화환산이익은 95억5000만원, 외화환산손실은 51억7000만원으로 43억8000만원의 순외화환산이익이 발생했다. 현재는 환산이익이 환산손실보다 컸지만 향후 손익 방향과 규모는 각 통화별 자산·부채 포지션과 환율 움직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전체 외화부채가 외화자산보다 많은 상황에서는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고 가정할 경우 원화 약세가 순부채의 원화 환산액을 키우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반대로 원화 강세는 외화 순부채의 원화 환산액을 줄이는 요인이 된다. 트래블월렛이 여러 통화를 취급하는 만큼 실제 손익에 미치는 영향은 개별 통화별 자산·부채 구성과 환율 움직임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실제 외화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외환차손도 2024년 375억원에서 2025년 445억원으로 1년 새 70억원 늘었다. 외환차손은 외화표시 채권·채무가 실제 결제되는 과정에서 장부에 반영된 환율과 결제시점 환율 등의 차이로 발생하는 실현손실이다. 외화환산손익이 결산 시점의 평가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과 달리 실제 거래가 완료되면서 확정된다는 차이가 있다. 거래 규모가 커지면 외환차익과 외환차손이 함께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연간 외환차손 규모가 400억원대로 올라선 만큼 외환 거래 확대와 함께 관리해야 할 손익 변동 규모도 커지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재무제표상 확인되는 파생상품을 통한 환헤지 규모가 미미하다는 점이다. 트래블월렛이 지난해 말 보유한 파생상품 포지션은 한국투자증권을 통한 해외선물(6EH26) 60계약으로 평가금액은 마이너스(-) 1560만원이었다. 2024년 말에는 보유 중인 파생상품이 없었다. 외화 자산·부채 간 격차가 646억원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재무제표에서 확인되는 파생상품 포지션은 제한적인 수준이다.
트래블월렛은 내년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 향후 국내 이용자 증가와 해외 사업 확대로 외환 거래 규모가 커질 경우 회사가 관리해야 할 외화 자산·부채 역시 함께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외환 거래를 핵심 사업으로 성장해온 만큼 외형 확대를 실제 기업가치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수익성뿐 아니라 늘어나는 외환 포지션과 이에 따른 손익 변동성을 안정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리스크 관리 역량도 함께 입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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