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방태식 기자] 국내 항체-약물접합체(ADC) 기업들이 시장 경쟁 심화에 대응하기 위해 각자의 강점을 활용한 차별화 전략 마련에 나서고 있다. 국내외에서 ADC 개발에 뛰어드는 기업이 급증하며 기존 기술을 답습하는 방식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특히 신규 페이로드(약물)와 이중항체 등 ADC 기술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영역으로 전환하는 '피벗팅(Pivoting)' 전략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서울병원과 에임드바이오는 28일 서울시 웨스틴 파르나스 호텔에서 '제4회 ADC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남도현 에임드바이오 의장이 좌장을 맡은 가운데 김용주 리가켐바이오 회장, 박태교 인투셀 대표,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 이승주 오름테라퓨틱 대표가 패널 토론에 참여해 ADC 시장 변화와 향후 경쟁 전략에 대한 의견을 공유했다.
이날 패널들은 최근 ADC 시장의 저변이 크게 확대된 만큼 앞으로는 기술 차별화 여부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를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국내에서도 전통 제약사를 비롯한 다수 기업이 ADC 시장에 뛰어들며 파이프라인 확보에 나서고 있다.
남도현 에임드바이오 의장은 "국내 제약·바이오사에서 ADC를 하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로 저변이 넓어졌다"며 "경쟁이 심화되면서 후보물질을 만드는 데 과거보다 더 많은 것을 요구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남 의장은 "두 배, 세 배 더 좋은 후보물질을 만들지 않으면 결국 시간과 돈을 낭비하게 된다"며 ADC 안팎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피벗팅 전략의 필요성을 화두로 제시했다.
먼저 김용주 리가켐바이오 회장은 기존 ADC 기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항체와 약물을 결합하는 컨쥬게이션 기술은 이미 범용화된 만큼 향후에는 링커(연결체)와 페이로드를 비롯해 기존 ADC의 한계를 개선할 수 있는 영역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회장은 "컨쥬게이션은 이제 누구나 다 하기 때문에 거기서 차별화될 수 없다"며 "현재 ADC 기술이 가진 태생적인 문제를 고려하면 그나마 최적화 가능성이 높은 부분은 링커와 페이로드"라고 밝혔다.
리가켐바이오는 ADC를 넘어 새로운 제형과 약물전달 기술도 검토하고 있다. 김 회장은 “최근 딜리버리 회사를 굉장히 많이 만나고 있다”며 ADC의 기본 콘셉트는 유지하되 제형과 전달방식 등을 변화시키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강점인 이중항체 기술을 ADC에 접목하는 동시에 외부 협업을 통해 신규 페이로드 확보에 나서고 있다. 현재 국내외 6~7개 기업과 듀얼·신규 페이로드 발굴을 진행하고 있으며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페이로드 개발 협업에도 착수했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ADC는 항체와 링커, 페이로드 등 조합이 굉장히 다양하다"며 "세 가지를 모두 할 수 없기 때문에 각 회사가 가진 특성을 살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오름테라퓨틱도 차세대 페이로드를 비롯한 미래 먹거리 발굴에 무게를 두고 있다. 현재 보유한 약 2500억원의 현금을 활용해 R&D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다.
이승주 오름테라퓨틱 대표는 "2019년 당시 항체-분해약물접합체(DAC)를 하겠다고 했을 때는 다들 왜 하느냐고 물었다"며 "지금도 5년 뒤에 해야 될 게 무엇인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투셀은 새로운 모달리티로 영역을 넓히기보다 당분간 ADC 기술 고도화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제한된 자원을 고려해 회사가 경쟁력을 가진 분야에 선택과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박태교 인투셀 대표는 "회사가 하나의 목표나 기술만 가지고 계속 갈 수는 없고 기술과 접근 방법도 변화해야 한다"면서도 "ADC 이외 영역으로 피벗팅하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표는 "현재 하는 영역 안에서 변화를 주고 싶은 아이디어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자원에 제약이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ADC 시장의 경쟁이 본격화된 만큼 향후 단순한 파이프라인 확대보다 각 기업의 강점을 활용한 기술 차별화가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신규 페이로드와 이중항체부터 약물전달 기술, 새로운 모달리티까지 K-ADC 기업들의 차세대 먹거리 발굴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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