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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터져야 알았다…새 수법에 은행권 ‘사후대응’ 딜레마
구예림 기자
2026-08-31 08:00:00
올해 공시 외부인 사기 2086억…조기 탐지·은행 간 정보공유 한계
이 기사는 2026-08-28 15:18:01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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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주요 은행 금융사고 (정정)공시. (그래픽=김민영 기자)

[딜사이트 구예림 기자] 올해 들어 은행권에서 외부인이 개입한 금융사고가 잇따라 드러나면서 여신심사와 사기 탐지 체계의 사각지대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은행마다 대출심사와 사기 방지를 위한 검증 절차를 갖추고 있지만 거래 당사자들이 조직적으로 공모하거나 정상적인 거래처럼 외관을 갖출 경우 기존 심사만으로 이를 사전에 걸러내기 쉽지 않다는 게 금융권의 설명이다. 여기에 한 은행이 이상징후를 발견하더라도 다른 은행들이 이를 인지하기까지 시차가 발생하면서 동일한 거래처나 수법에 여러 금융회사가 연이어 노출될 가능성도 나타나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과 IBK기업은행, KDB산업은행이 신규 또는 정정 공시를 통해 공개한 주요 외부인 사기 관련 사고금액은 2086억원에 달한다. 이는 올해 발생한 사고액이 아니라 올해 공시를 통해 새롭게 드러나거나 금액이 정정된 사고를 합산한 수치다. 실제 사고 발생 시점은 2021년부터 올해까지 다양하며, 수년간 정상 거래로 인식됐다가 수사나 사후 점검을 계기로 뒤늦게 드러난 사례도 적지 않다.


특히 최근에는 하나의 거래처와 관련해 여러 은행이 동시에 금융사고에 노출된 사례도 나타났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하나은행이 각각 공시한 583억원, 94억원, 24억원 규모의 사고는 모두 동일 거래처와 관련돼 있다. 세 은행의 사고금액을 합하면 701억원에 달한다. 해당 거래처가 매출을 과대계상해 금융회사로부터 대출을 받은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특정 다수의 사기업체가 개별 은행을 각각 노린 것이 아니라 하나의 거래처가 여러 금융사의 기업여신 심사를 통과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은행이 기업의 재무제표와 거래자료 등을 토대로 여신을 심사하더라도 거래처가 실제 영업활동을 하고 있고 매출 역시 정상적인 거래의 외관을 갖췄다면 통상적인 심사 과정에서 매출 부풀리기 등 범죄 혐의까지 확인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고를 인지한 시점에도 은행별로 차이가 있었다. 일부는 자체 모니터링 과정에서 이상징후를 발견했지만 상당수는 수사기관의 자료제출 요구나 압수수색, 민사소송 결과 또는 다른 금융기관의 사고 확인 이후에야 관련 사실을 파악했다. 거래 자체가 존재하고 제출된 서류에도 외관상 문제가 없다면 서류 확인과 사후 여신 관리만으로 거래 이면의 공모 여부까지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게 금융권의 설명이다.

이 같은 한계는 기업금융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올해 공시된 외부인 사기 가운데 여러 은행이 함께 노출된 또 다른 유형은 부동산 관련 대출사기다. 국민·신한·우리·기업은행 등에서 관련 사고가 발생했다. 시행사와 명의상 분양자 등이 공모해 미분양 상가를 정상적으로 분양한 것처럼 꾸리거나 실제 할인된 가격보다 높은 분양가가 적힌 계약서를 제출해 대출한도를 높이는 방식 등이 활용됐다. 기업금융 사례와 마찬가지로 실제 거래 당사자와 부동산이 존재하기 때문에 단순한 서류 위조 여부를 넘어 거래의 실질까지 확인해야 적발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외부인들이 은행의 검증 절차를 우회한 사례는 과거에도 반복됐다. 대표적으로 2021~2023년 발생한 이른바 ‘전세자금 작업대출’이 있다. 브로커가 허위 임대인과 임차인을 모집해 가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재직증명서와 소득 관련 서류까지 꾸며 은행에서 전세자금대출을 받아내는 방식이다. 실제 2021~2022년 은행 9곳에서 허위 전세계약을 이용해 95억원을 받아낸 조직이 적발되는 등 조직적인 범행이 이어졌다.


당시 범행은 존재하지 않는 거래를 실제 거래처럼 꾸미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한 사건에서는 위조한 재직증명서에 적힌 회사에 실제 근무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금융회사의 재직 확인 전화를 대신 받아주는 역할까지 별도로 뒀다. 은행이 계약 당사자에게 전화하거나 재직 여부를 확인하더라도 공범들이 미리 답변을 맞춰놓으면 형식적인 확인 절차를 통과할 수 있었던 셈이다.


이에 금융회사들은 신분과 재직·소득, 임대차계약 등에 대한 확인 절차를 강화해왔다. 문제는 최근 드러난 일부 사고에서는 단순히 존재하지 않는 차주나 계약서를 만드는 것을 넘어 실제 거래 당사자들이 이면에서 공모하거나 기업의 매출을 부풀리는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거래의 형식이 아니라 실질을 왜곡하는 방식으로 기존 검증 절차를 우회하는 셈이다. 과거 사고를 토대로 특정 허점을 막더라도 사기범들이 다른 검증 사각지대를 찾아내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심사 과정에는 사기를 방지하기 위한 규정과 확인 절차가 이미 마련돼 있다”며 “다만 시행사나 분양계약자, 차주 등 여러 당사자가 조직적으로 공모해 은행의 확인 과정에서도 답변을 맞춘다면 이를 미연에 발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은 수사기관이 아닌 만큼 이전에 없던 유형의 범죄까지 사전에 파악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개별 은행의 탐지 한계와 함께 또 다른 사각지대로 꼽히는 것은 은행 간 정보 공유의 시차다. 한 금융회사가 특정 거래에서 이상징후를 발견하더라도 수사나 금융사고 공시 이전 단계에서 관련 사실을 다른 은행들이 즉각 파악하기는 어렵다.


이번 기업금융 관련 사고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드러났다. 산업은행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 이후 기업은행이 관련 사실을 인지했고, 하나은행은 타행의 금융사고 공시와 보도를 접한 뒤 동일 거래처를 들여다봤다. 하나의 거래처가 여러 금융회사와 동시에 거래하는 상황에서 최초 이상징후가 업권 전체로 전달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면 다른 은행의 피해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다른 은행에서 사고가 났다고 해서 그 사실을 바로 알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추후 금융사고 공시가 나오거나 수사기관이 움직이고 나서야 ‘우리도 같은 거래처가 있는데’ 하고 들여다보게 되는데, 그 사이에는 똑같은 수법으로 당할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당국 차원에서 새로운 사기 유형이나 의심 징후를 공유할 수 있는 장치가 있다면 같은 수법에 연달아 당하는 것은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특정 기업이나 개인의 혐의 정보를 금융회사들이 수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무제한으로 공유하기는 어렵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공유될 경우 정상적인 기업의 금융거래가 제한될 수 있고 신용정보 관리 문제도 뒤따를 수 있어서다. 여신심사를 지나치게 강화할 경우 정상 차주의 대출까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은행권의 과제도 모든 범죄를 개별 은행의 심사 단계에서 사전에 적발하는 데만 둘 수 없는 이유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범죄 수법까지 매뉴얼에 미리 담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특정 거래처의 혐의 자체보다는 새롭게 확인된 사기 수법과 이상징후, 검증 과정에서 발견된 취약점을 업권 전체가 얼마나 신속하게 공유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 개별 은행이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각자의 검증 절차를 보완하는 사후 대응에서 벗어나 신종 사기의 위험 신호를 업권 전체가 빠르게 인지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반복 피해를 줄이기 위한 과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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