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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발 뺐는데 기업은행만 몰랐다…장민영표 '선제 관리' 무색
구예림 기자
2026-08-28 08:00:00
올해 금융사고 공시 1110억…외부 거래상대방 검증·모니터링 취약점 노출
이 기사는 2026-08-27 11:36:41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IBk기업은행, 2026년 금융사고 공시 3건 현황. (그래픽=챗GPT)

[딜사이트 구예림 기자] 장민영 IBK기업은행장이 취임 초기부터 리스크 관리 역량의 시험대에 올랐다. 올해 공시된 금융사고가 모두 장 행장 취임 전 시작됐지만, 취임 이후에도 일부 사고가 수개월간 이어진 데다 자체 모니터링보다 다른 금융기관의 움직임이나 외부 조사 등을 통해 뒤늦게 문제를 파악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다. 리스크관리그룹장 출신인 장 행장이 취임 당시 강조한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실질적인 탐지·통제 시스템 개선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금융사고 공시 규모는 올해 들어 1000억원을 넘어섰다. 공시 기준으로 6월 상가 할인분양 관련 대출사기(182억원), 7월 중국 현지법인 대출 정산 사고(834억원), 8월 산업은행 연계 대출사기(94억원) 등 총 1110억원 규모다. 이는 올해 1~7월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전체 금융사고 금액(236억8600만원)의 약 4.7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세 사고의 공통점은 차주와 거래처, 제휴업체 등 은행 외부의 거래상대방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임직원과 친인척이 얽힌 부당대출로 내부통제 문제가 불거진 데 이어 올해는 거래상대방·제휴업체 검증과 사후 모니터링 등 외부 거래 과정에서도 취약점이 잇따라 노출된 셈이다.


사고 발생 시점만 놓고 장 행장의 책임으로 돌리기는 어렵다. 세 건 모두 장 행장이 지난 2월 취임하기 전부터 시작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취임 이후에도 일부 사고가 계속됐고, 위험을 조기에 포착하는 과정에서도 허점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사고 예방보다는 취임 이후 리스크 탐지·대응 체계가 얼마나 제대로 작동했는지가 쟁점으로 떠오르는 이유다.

가장 규모가 큰 7월 공시건인 중국법인(834억원) 사고가 대표적이다. 해당 사고는 비대면 대출 연계 플랫폼 업체가 고객이 납부한 원리금을 정상적으로 정산하지 않으면서 발생했다. 정산 문제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이어졌지만 기업은행은 6월24일에야 이를 인지했다. 이 기간 일별 대조 작업까지 진행했음에도 이상징후를 조기에 잡아내지 못했다.


현지 다른 금융기관들과 비교하면 대응 속도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다른 금융기관들은 앞서 이상징후를 포착해 3~4월 중 해당 업체와 거래를 중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업은행의 위험 인지가 최대 석 달가량 늦었던 셈이다. 동일 업체를 상대하던 다른 금융기관이 먼저 거래를 중단하는 동안 기업은행의 모니터링 체계에서는 문제가 걸러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해외법인 리스크 관리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이달 공시된 94억원 규모 대출사기도 비슷한 문제를 드러냈다. 산업은행과 연계된 해당 사고 역시 기업은행의 자체적인 사전 검증을 통해 처음 포착된 것이 아니라 타 금융기관의 조사 과정에서 관련 정황이 드러난 뒤 인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체 모니터링만으로 외부 거래 과정의 이상징후를 조기에 포착하지 못하는 사례가 거듭된 것이다.


기업은행의 리스크 감지 체계가 도마에 오른 것은 장 행장의 이력과도 맞물린다. 장 행장은 2020년 7월부터 2022년 7월까지 2년간 리스크관리그룹장을 맡아 종합·신용·시장·운영리스크와 신용감리 등 전사적 리스크 관리 체계를 관장했다. 은행 전반의 위험을 관리했던 리스크 전문가가 수장에 오른 이후에도 기존 사고를 조기에 걸러내지 못하면서 취임 당시 내세운 '선제 관리'의 실효성이 시험받게 됐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임직원 연루 부당대출 적발 이후 친인척 DB화, 여신문화개선팀 신설 등 내부통제 체계를 대대적으로 손질했다. 장 행장 역시 취임 첫 일성으로 '보이지 않는 리스크까지 선제 관리하겠다'며 고객 신뢰 회복을 약속했다.


지난해 내부자 부당대출을 계기로 내부통제 강화에 나선 기업은행으로서는 이제 통제 범위를 거래상대방 검증과 제휴업체 관리, 해외법인 모니터링 등으로 넓혀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특히 다른 금융기관보다 위험 신호를 늦게 포착하는 사례가 반복된 만큼 단순한 사후 점검을 넘어 사고 징후를 조기에 잡아낼 수 있는 시스템 보완이 요구된다. 리스크관리그룹장을 지낸 장 행장이 실질적인 시스템 개선을 통해 무너진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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