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태민 기자] 4개국, 1273개 기업, 3269개 부스, 20만2000명의 관람객. 지난해 지스타(G-STAR)가 받아든 성적표다. 참가기업은 전년보다 7.4%, 부스는 2.7%, 참관객은 6% 줄었다. 그렇다면 이 숫자들이 다시 늘어나면 지스타는 성공한 게임쇼가 될 수 있을까. 국내 최대 게임쇼의 외형을 보여주는 숫자는 많지만 정작 게임사와 관람객에게 무엇을 남겼는지는 이들 지표만으로 알기 어렵다. 게임사들의 선택지가 글로벌 게임쇼로 넓어진 상황에서 지스타가 경쟁력을 되찾으려면 외형을 넘어 실질적인 성과를 보여줄 새로운 ‘성적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사에 쏠리는 BTC…'몇 개 부스'보다 '몇 개 게임 체험했나'
28일 지스타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지스타 2026 참가비는 독립부스 200만원, 조립부스 300만원, 라운지부스 150만원으로 책정됐다. 가장 저렴한 라운지부스는 BTB 네트워크 라운지에서만 운영된다.
BTC는 일반 참관객이 신작을 체험하는 공개 전시 공간이고, BTB는 업계 관계자와 바이어가 사업 미팅을 진행하는 공간이다. 소비자 홍보 효과는 BTC에 집중되지만 소규모 기업의 참가 부담을 낮춘 라운지부스는 BTB에만 마련돼 있다. BTC 제1전시장은 독립부스를 최소 2개부터 신청할 수 있는 반면 제2전시장은 최소 20부스를 신청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자본력에 따라 부스 규모와 시연 기기 수, 무대 행사 횟수가 달라지면서 참관객 유입 격차로 이어진다고 본다. 인기작을 중심으로 긴 대기열이 형성되면서 1시간 이상 대기해 10여분가량 게임을 체험하는 경우도 있다. 관람객이 하루 동안 실제 체험할 수 있는 작품 수에도 한계가 생기는 것이다. 참가기업과 부스가 많더라도 관심이 일부 대형 부스에 집중되면 다양한 신작을 발견하고 체험하는 게임쇼의 기능은 그만큼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BTC 구성이 메인 스폰서와 대형사에 편중되면서 관심도 대형사 신작에 집중되는 경향이 짙어졌다”며 “중소·인디사는 비슷한 예산이라면 AGF, BIC 등에 참가하는 사례가 많아졌고, 대형사도 부스 구성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직위 역시 전시장 공간의 한계를 인식하고 있다. 올해 기자간담회에서는 제1전시장에 100부스급 대형사를 배치할 수 있는 공간이 6곳 안팎에 불과하다는 설명이 나왔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대규모 전시를 원하는 대형사와 상대적으로 작은 공간이 필요한 중소 개발사의 수요를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 셈이다.
대안으로는 1~4부스 규모의 소형 전시 구역을 늘리고 공동 시공·장비 임차 등을 통해 중소 개발사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방안이 거론된다. 첫 참가 기업이나 해외 개발사에 대한 참가비 감면, 우수 인디게임의 부스·시연 장비 지원도 대안으로 꼽힌다.
성과를 평가하는 방식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단순히 몇 개 기업이 몇 개 부스를 채웠는지를 넘어 출품 신작 수와 관람객 1인당 체험 작품 수, 중소·인디게임 체험 비중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BTB 바이어 2200명 안팎 제자리…숫자보다 계약 성과 봐야
BTB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나타난다. 바이어가 몇 명 방문했는지는 확인할 수 있지만 이들과의 만남이 실제 사업으로 얼마나 이어졌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는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조직위에 따르면 지스타를 찾은 유료 바이어 수는 2019년 2436명에서 2022년 2213명, 2023년 2317명, 2024년 2211명, 2025년 2190명으로 집계됐다. 2025년은 2019년보다 10.1% 줄었고, 2022년 이후에도 2200명 안팎에 머물렀다.
바이어 수가 정체됐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어떤 사업 성과를 만들어냈는지다. 2000여명의 바이어가 방문하더라도 퍼블리싱이나 투자, 유통 등 후속 협상과 계약으로 이어진다면 BTB의 실질적인 성과는 높을 수 있다. 반대로 방문자가 늘더라도 단순 네트워킹과 일회성 상담에 그친다면 바이어 수만으로 행사의 경쟁력을 평가하기 어렵다.
지스타는 참가기업과 바이어를 연결하기 위한 비즈매칭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참가사별 개별 계약 내용과 금액은 영업비밀 등의 이유로 공개하기 어렵지만, 전체 상담 가운데 후속 협상이나 계약으로 이어진 비율 등 BTB의 실질적인 성과를 가늠할 수 있는 집계 지표는 충분히 공개되지 않고 있다. 부산시·경기도 등 일부 지자체가 지역 기업의 계약 추진 성과를 공개하지만 매년 동일한 기준으로 집계되지 않아 전체 성과를 추산하기 어렵다.
한 중소 게임사 관계자는 “후속 계약보다 단순 네트워킹 목적의 미팅이 많았고, 수년째 BTB관에 부스를 내고 있지만 갈수록 게임사보다 외주업체 비중이 높아지는 모습”이라며 “해외 참가 규모도 정식 부스를 운영한 기업과 소수 인원만 파견한 기업·기관을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BTB 성과를 사전 매칭과 현장 상담, 후속 협상, 업무협약(MOU), 최종 계약 등 단계별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구매·투자 권한을 가진 바이어의 참가 비중과 국가·업종·계약 유형별 익명 통계를 함께 제공하는 방식이다. 참가기업도 개발사와 퍼블리셔, 플랫폼, 투자사, 서비스·외주업체 등으로 구분하면 단순 참가기업 수보다 BTB의 질적 구성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질적 성장' 외치는데 성과표는 그대로…평가체계도 바꿔야
지스타조직위도 올해 외형 확대보다 자체 콘텐츠와 참가사·관람객 만족도를 높이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비게임 콘텐츠로 참가 대상을 넓히고 G-CON과 인디 쇼케이스 등 자체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것도 이런 변화의 일환이다.
행사 전략이 달라지는 만큼 이를 평가하는 방식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사 종료 후 참가기업과 부스, 참관객, 바이어 숫자를 중심으로 성과를 제시하는 데 머문다면 외연 확장과 자체 콘텐츠 강화가 실제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졌는지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예산과 운영체계도 실질적인 성과를 높이는 방향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의 '지스타 2023 사회경제적 파급효과 분석 연구'에 따르면 지스타 개최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는 약 3100억원대로 추산된다.
부산시의 지스타 행사 운영 지원 예산은 2021년 이후 연간 30억원 안팎에 머물고 있다. 경제적 파급효과와 행사 지원 예산은 성격이 달라 직접 비교하기 어렵지만, 지스타에 요구되는 역할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지원 규모뿐 아니라 예산의 쓰임새도 함께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부산시는 지난 13일 지스타 2026 기자간담회에서 예산 한계를 언급하면서 향후 지원 확대 의지를 밝혔다. 이와 함께 가덕신공항과 벡스코 제3전시장 등 인프라 확충, 센텀시티역 인근 지스타 테마존 조성, 광안리 해수욕장 특별 드론쇼 등 행사 연계 방안도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추가 지원이 이뤄질 경우 전시 외형을 키우는 데 집중하기보다 글로벌 바이어·미디어 유치와 통번역, 중소 게임사 참가비·시연 장비 지원, 글로벌 플랫폼 연계 프로모션 등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가 나온다. 본행사와 G-CON, 인디 쇼케이스, 콘솔 공동관 등도 프로그램 수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중장기 목표와 성과지표를 설정해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참가사의 재참가율 역시 지스타의 실질적인 효용을 보여줄 수 있는 지표로 꼽힌다. 한 차례 참가한 기업이 이듬해에도 비용과 인력을 들여 다시 부스를 내는지는 해당 기업이 체감한 행사 성과를 간접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한 게임업계 전문가는 “지스타의 과제는 단순한 외형 성장이 아닌 실질적으로 어떤 성과를 남겼는지 보여주는 것”이라며 “관람객은 새로운 게임을 발견하고, 개발사는 사업 기회를 넓히며, 해외 바이어는 투자·퍼블리싱 대상을 발굴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