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정은 기자] KB부동산신탁이 책임준공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인 사업장 대부분을 연내 매각해 재무 부담을 덜겠다는 전략을 세웠지만, 자산 처분부터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매각 대상 8곳 가운데 절반이 물류센터와 지식산업센터 등 거래시장에서 비선호 자산으로 꼽히는 데다 일부 사업장은 이미 공매에 돌입했지만 유찰된 전력이 있다.
특히 물류센터 3곳은 높은 공실률로 임대수익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어 자산 자체의 현금창출력도 떨어진다. 매수자를 확보하려면 추가적인 가격 할인까지 감수해야 할 가능성이 커 매각 과정에서 손실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책준 미준수 소송 15건·소송가액 4965억원…매각으로 자금 회수 계획
31일 업계에 따르면 KB부동산신탁은 책임준공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인 8개 사업장 가운데 7곳의 연내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매각대금으로 사업장별 PF 대출 일부를 상환하고 책임준공 의무 미이행에 따른 재무 부담을 축소한다는 계획이다.
소송 대상 사업장은 ▲경기 평택시 청북읍 물류센터 ▲경기 평택시 세교동 지식산업센터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오피스텔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도시형생활주택 ▲인천 남동구 논현동 주상복합시설 ▲부산 부산진구 공동주택 및 근린생활시설 ▲경기 김포시 양촌읍 물류센터 ▲인천 원창동 물류센터 등 8곳이다.
이들 사업장과 관련해 대주단이 제기한 소송은 총 15건이며, 전체 소송가액은 4965억원이다. 8개 사업장 가운데 5곳은 아직 1심 판결이 나오지 않았지만, 판결이 선고된 3곳에서는 KB부동산신탁이 모두 패소했다. KB부동산신탁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 절차를 밟고 있다. 최종 판결까지 법적 다툼이 이어질 예정이지만, 최근 법원이 책임준공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신탁사의 배상 책임을 잇달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은 KB부동산신탁에 불리한 대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KB부동산신탁은 항소를 통해 법적 대응을 이어가며 당장의 자금 유출을 늦추는 동시에 책임준공 사업장을 매각해 대주단의 채권 회수 재원을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매각 대상 자산의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점은 부담 요인이다. 소송 대상 8곳 가운데 3곳은 물류센터이며, 1곳은 지식산업센터다.
◆ 물류센터 3곳 중 2곳 전층 공실…공매 돌입한 2곳 모두 유찰
우선 물류센터 시장은 공급 과잉과 공실 우려로 침체한 상태다. 우량 임차인과 장기 임대차계약을 확보하지 못한 물류센터는 매수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KB부동산신탁이 보유한 물류센터 3곳 중 2곳도 사실상 전층 공실 상태로, 임대수익을 통한 현금흐름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다.
실제로 KB부동산신탁은 지난해 말 평택 청북읍 물류센터의 공매에 돌입했지만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현재까지 전층이 공실로 남아 임대수익도 발생하지 않고 있다. PF대출을 투입해 시설을 준공하고도 임대수익을 통한 현금흐름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자산을 처분하더라도 감정평가액보다 낮은 가격에 팔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부담이다. 평택 물류센터의 경우 지난해 말 공매에 돌입하면서 최저입찰가가 감정평가액 1431억원의 약 62%인 890억원까지 낮아졌지만 공매가 결국 유찰됐다. 가격을 대폭 낮추고도 매수자를 찾지 못한 데다 임차인조차 확보하지 못한 만큼 자산 처분을 통한 자금 회수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인천 원창동 물류센터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올해 공매가 10회차까지 진행되는 동안 최저입찰가는 약 5893억원에서 2283억원까지 61%가량 낮아졌지만 결국 매수자를 찾지 못했다. 해당 물류센터는 전체 공간 가운데 약 9분의 1만 임대된 상태로 임대율이 약 11%에 그쳐 공실 부담도 큰 상황이다.
나머지 한 곳인 김포 물류센터 역시 전층이 공실 상태인 것으로 파악된다. 결국 KB부동산신탁이 보유한 물류센터 3곳 모두 임대수익과 자산 매각을 통한 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셈이다.
지식산업센터도 사정은 비슷하다. 평택 세교동 ‘평택지제 센트럴타워’는 공장시설 508실과 근린생활시설 39실로 구성됐다. 2021년 분양을 시작했지만 현재까지도 회사 보유분과 잔여 호실을 판매하는 등 미분양 물량이 남아 있다. 신탁사 보유분이나 사업장 전체를 투자자에게 일괄 매각하려면 개별 분양가를 합산한 금액보다 상당한 폭의 할인이 불가피하다.
이처럼 매수자를 찾기 어려운 자산인 데다 사업장 처분만으로 관련 채무를 모두 정리하기도 어렵다. 매각가격이 PF 대출잔액과 미지급 이자, 공사비, 세금 및 매각비용 등을 밑돌면 신탁재산을 처분한 뒤에도 미상환 채무가 남게 된다. KB부동산신탁이 매각대금으로 PF 대출 일부를 상환하더라도 재무 부담이 곧바로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KB부동산신탁 관계자는 “대출 원리금 전액에 해당하는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온 만큼, 항소심에서 관련 쟁점을 적극적으로 다툴 예정”이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8개 사업장 가운데 7곳은 연내 조기 매각을 추진해 PF 대출금 일부를 상환하고, 손해배상 소송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해 관련 리스크를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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