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퇴직연금 운용의 본질은 미래 인플레이션을 헷지해 지금의 구매력을 노후에도 유지하는 데 있습니다. 원화 인플레이션은 달러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받는 이상 연금 계좌 내 달러 자산 편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에요."
11일 김동명 미래에셋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은 퇴직연금 내 달러 자산 부재를 '예고된 비극'으로 규정했다. 우리가 자주 소비하는 대다수 재화가 수입품 기반이라는 점을 주목할때 원화 투자만으로 달러발 인플레이션을 방어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그렇다면 달러 자산은 어떤 방식으로 보유해야 할까. 김 본부장은 단순히 달러를 환전해 보유하며 환차익을 노리는 방식에는 한계가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달러를 보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반드시 달러 표시 미국 주식이나 채권을 직접 매수해야 진정으로 자산 방어가 완성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채권 투자에 있어서 초장기채 대신 초단기채를 추천했다. 초장기채의 경우 정책변수로 인해 개인이 대응하기에 변동성이 지나치게 크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최근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달러 자산에 선뜻 투자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원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환율이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어서다. 올해 8월 19일 이후 원·달러 환율은 13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금 달러를 매수했다가 원화 가치가 더 오르면 환차손을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달러 투자 진입을 망설이게 하는 셈이다.
김 본부장은 최근 원화 강세의 배경으로 "반도체 대기업을 비롯한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와 정부의 외환시장 안정화 요청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SK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대금 유입과 주요 수출기업의 대금 정산 물량 등이 원화 환전으로 이어지면서 단기적으로 원화 강세 압력을 키웠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김 본부장이 주목한 것은 단기적인 환율 움직임보다 그 이후의 자금 흐름이다. 기업들이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고 있음에도 해당 자금이 다시 미국 초단기채 등 달러 자산으로 흘러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기업만 가입할 수 있는 미국 초단기채 투자 상품인 '법인형 미국달러 MMF'의 운용자산(AUM)은 지난해 하반기 2조원 수준에서 최근 8조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약 400% 급증했다. 특히 원화 강세가 본격화한 지난 7월 중순 이후에는 단기간에 40% 이상 증가했다.
김 본부장은 "수출기업들이 장내에서 달러를 팔아 원화로 바꾼 뒤 아이러니하게도 그 자금으로 미국 초단기채를 다시 쓸어 담고 있다"며 "표면적으로는 원화 강세처럼 보이지만 거대 법인 자금의 귀결지가 결국 달러 채권이라는 점은 장기적 달러 강세 기조를 뒷받침하는 명확한 시그널"이라고 해석했다.
김 본부장은 개인투자자의 퇴직연금 대안으로 'TIGER 삼성전자SK하이닉스미국채혼합50 ETF'를 제안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산업의 핵심 축으로 꼽히는 국내 대표 반도체주와 미국 초단기 국채를 동시에 편입해 성장성과 안정성을 함께 추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구체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25%씩 담고 나머지 50%는 잔존만기 0~1년의 미국 단기국채로 구성한다.
그는 "반도체주에는 인류의 발전을 위해 미래에도 장기간 자금이 흘러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물론 사이클 산업일 수 있기 때문에 오래 투자하는 퇴직연금 계좌에서 운용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본부장은 "달러 유동성을 쥔 기업들이 미국 초단기채로 몰려가는 현상은 개인투자자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힌트를 준다"며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는 지금이야말로 글로벌 포트폴리오로 연금 자산을 분산할 가장 적절한 타이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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