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권재윤 기자] "화장품의 '화'자도 몰랐어요. 체육학과를 나왔으니까요. 어머니가 '1년만 한번 해보자'고 하셔서 시작하게 됐죠."
박정흠 상떼화장품 부사장이 화장품 사업에 뛰어든 건 스물세 살 때다. 어머니와 함께 시작한 사업은 어느덧 16년째를 맞았다. 화장품 문외한이었던 박 부사장은 직접 현장을 뛰며 사업을 익혔고, 이후 자체 브랜드 '닥터상떼'를 만들어 회사를 매출 200억원을 바라보는 기업으로 키워냈다. 최근에는 해외시장과 신규 유통채널로 보폭을 넓히며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상떼화장품은 2003년 설립된 부산 기반 에스테틱 화장품 회사다. 국내 피부관리실은 약 3만5000곳으로 추산되는데, 올해 상반기 기준 확보한 거래처만 약 8800곳에 달한다.
닥터상떼가 국내 에스테틱 시장의 주요 브랜드로 자리잡은 배경에는 모자(母子)의 서로 다른 강점이 있다. 박 부사장의 모친인 전혜정 대표는 30여년 전부터 피부관리사로 일하다 상떼화장품에 합류했고, 2010년 회사를 인수했다. 전 대표가 오랜 현장 경험으로 에스테틱 시장에 대한 이해를 더했다면 박 부사장은 젊은 패기와 발품으로 영업망을 넓혔다. 화장품 지식도, 영업 경험도 없었던 그는 대학을 다니면서 부산과 울산, 김해, 창원 일대 피부관리실을 직접 찾아다니며 거래처를 하나둘 확보했다.
박 부사장은 지난 19일 서울 사무실에서 본지와 만나 "화장품을 모르니까 에스테틱 사장님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작업들을 했던 것 같다"며 "가격표를 만들어드리거나 간판을 직접 만들어드리는 등 남들이 안 하던 것들로 영업했다"고 회상했다. 이 같은 발품 영업을 바탕으로 거래처는 빠르게 늘었고, 사업이 커지는 과정에서 가족과 친구들도 하나둘 합류해 함께 회사를 키웠다.
상떼화장품의 본격적인 변곡점은 자체 브랜드를 선보이면서 찾아왔다. 다른 업체 제품을 유통하는 사업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직접 확보한 거래처를 기반으로 자체 브랜드 개발에 나선 것이다. 그는 "열심히 뛰어다니며 거래처를 만들어도 결국 제품을 가진 본사가 공급을 결정하는 구조였다"며 "그러다 보니 '내 거래처가 있으니 내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가장 많이 판매해본 마스크부터 만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탄생한 첫 제품이 닥터상떼 '아줄렌 수더 마스크'다. 이후 아줄렌을 대표 성분으로 내세워 미스트와 선 제품, 클렌저, 크림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했다. 현재는 아줄렌을 비롯해 사철쑥과 콜라겐, 히알루론산 등을 활용한 4개 라인, 약 60종의 제품을 운영 중이다. 여기에 코로나19를 계기로 홈케어 수요가 확대되면서 성장에 속도가 붙었다. 피부관리실에서 쓰던 제품을 가정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판매를 확대한 것이 주효했다.
자체 브랜드 전환을 계기로 성장세에 탄력이 붙으며, 지난해 매출은 감사보고서 기준 138억원을 기록했다. 박 부사장에 따르면 관계사 등 별도 사업자 매출까지 합산한 전체 사업 규모는 180억원대다.
박 부사장은 최근 기존 에스테틱 시장을 넘어 사업 영역을 넓히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해외에서는 현재 약 36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으며, 중국과 대만, 일본,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이 주요 시장이다.
아울러 국내에서는 일반 소비자와의 접점 확대에도 나섰다. 최근 더현대 서울 팝업에 참여해 B2C 시장에서의 가능성을 점검한 데 이어 약국으로도 유통채널을 넓히고 있다. 현재 10여 곳의 약국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약국 전용 제품도 준비 중이다.
박 부사장은 "올해 목표 매출은 무조건 200억원을 가야 한다"며 "큰 욕심보다는 지금까지 성장해온 만큼 꾸준히 성장해 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에스테틱 시장의 '넘버원 브랜드'를 넘어 이 시장 자체의 '메이커'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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