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령 기자] 1기가와트(GW), 2.4GW, 15GW.
최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AIDC) 구축 계획에서 잇따라 등장하는 숫자다. SK텔레콤은 2035년까지 15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네이버와 GS그룹 등도 GW급 데이터센터 청사진을 내놨다. KT를 비롯한 주요 기업들도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수십~수백MW(메가와트)급이 대형 데이터센터로 불리던 것과 비교하면 AI 데이터센터 경쟁의 단위 자체가 달라진 셈이다.
데이터센터의 몸집이 커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 생성형 AI의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연산량이 급증하면서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 확보가 기업과 국가의 AI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문제는 계획표에 적힌 GW가 실제 AI 인프라로 이어지기까지의 과정이다. GW급 청사진을 내놓는 것과 실제 그만큼의 데이터센터를 가동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전력과 부지를 비롯한 기반부터 갖춰져야 한다.
가장 큰 과제는 전력이다. AI 데이터센터는 고성능 GPU를 대규모로 가동하는 만큼 기존 데이터센터보다 많은 전력을 사용한다. 특히 GW급으로 규모가 커질수록 필요한 전력을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실제 데이터센터까지 전력을 공급할 송·배전망과 변전 설비를 구축하고 전력 계통에 연결하는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
전력 문제는 자연스럽게 입지 문제로 이어진다. 대규모 전력 공급이 가능하면서 통신망과 냉각 인프라를 갖출 수 있는 부지를 찾아야 하고 인허가와 지역 주민 수용성도 넘어야 한다. 수도권의 전력 계통 부담으로 데이터센터의 지방 분산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지방에 짓는다고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전력과 통신망뿐 아니라 실제 데이터센터를 사용할 고객 수요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부지와 전력을 확보해 데이터센터를 짓더라도 실제 가동까지는 또 다른 준비가 필요하다. 고성능 GPU의 발열을 감당할 수랭식 등 냉각 설비와 막대한 초기 투자비를 감당할 재원이 필요하고 센터를 채울 GPU와 고객도 확보해야 한다.
그렇기에 기업들 역시 이런 불확실성을 사업의 전제로 두고 있다. 실제 GS그룹은 2.4GW 규모 데이터센터 구축 사업을 검토하면서 시장 수요와 고객 유치, 부지 확보, 인허가, 재원 조달 등을 사업 추진의 변수로 명시했다. GW급 청사진이 실제 가동 용량으로 이어지기까지 여러 조건이 맞물려 있는 셈이다.
이처럼 기업의 투자 계획이 커질수록 이를 뒷받침할 정부의 역할도 중요해진다.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건설과 투자를 확대하는 만큼 정부는 전력망 확충과 인허가 개선 등 개별 기업이 해결하기 어려운 기반 마련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기업들이 앞다퉈 내놓은 GW급 계획이 현실화할 경우 국내 AI 컴퓨팅 역량도 크게 확대될 수 있지만 기반 구축이 투자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계획과 실제 가동 사이의 간극은 커질 수밖에 없다.
AI 데이터센터 경쟁은 이제 '몇 GW를 짓겠다'는 선언을 넘어 그 숫자를 현실로 만들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계획표에 1GW를 적는 것과 실제 1GW를 가동하는 것 사이에는 전력과 부지, 자본과 시간이 놓여 있다. 기업의 청사진과 이를 뒷받침할 기반 사이의 간극을 좁히지 못한다면 지금의 화려한 GW 경쟁은 몇 년 뒤 그저 계획표에만 남은 숫자로 끝날 수 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