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역대급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전례 없는 규모의 주주환원에 나설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SK하이닉스가 4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이라는 승부수를 먼저 던진 가운데 삼성전자도 이에 뒤지지 않는 환원책을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양사가 서로의 환원책을 의식하면서 전체 주주환원 규모도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SK하이닉스가 먼저 대규모 주주환원에 시동을 걸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9일 약 40조원 규모의 자기주식 2407만주를 장내 매입해 전량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국내 상장사 자사주 소각 사례 중 최대 규모다. 기존 2025년~2027년 누적 잉여현금흐름(FCF)의 50% 범위 내였던 주주환원 기준도 '50% 이상'으로 높이고 추가 환원 방안도 예고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결정이 SK하이닉스 자체의 주주환원 확대를 넘어 삼성전자의 차기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가 먼저 대규모 환원책을 제시하면서 삼성전자 역시 이에 상응하는 수준의 정책을 내놓을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이달 말 이사회를 열고 10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할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SK하이닉스의 FCF 50% 상한 폐지는 삼성전자에 뒤처지지 않겠다는 신호”라며 “삼성전자 입장에서 SK하이닉스에 뒤처지는 환원책을 공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SK하이닉스가 4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단번에 결정한 것은 향후 실적과 현금창출력에 대한 자신감이 반영된 조치로도 풀이된다. 대규모 환원을 집행하고도 투자와 재무 여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렸다는 의미다.
이에 시장의 관심은 양사의 최종 주주환원 규모가 어디까지 커질지로 옮겨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4년부터 2026년까지 FCF의 50%를 주주에게 환원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연간 9조8000억원의 정규배당을 우선 지급한 뒤 3년 누적 FCF의 50%에서 정규배당을 제외하고 남은 재원을 추가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소각 등에 활용하는 구조다.
올해 반도체 실적이 크게 늘면서 추가 환원 여력도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DS투자증권은 올해 삼성전자의 FCF가 263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를 반영하면 2024년~2026년 누적 FCF의 50%는 161조3000억원으로, 3년간 정규배당 29조4000억원을 제외하면 약 131조8000억원의 추가 환원 재원이 발생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일각에서는 향후 주주환원 재원이 최대 200조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앞서 2025~2027년 주주환원 정책으로 누적 FCF의 50%를 주주환원에 활용하고 연간 고정배당을 주당 1500원으로 높이는 방안을 내놨다. 이번 4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과 FCF 50% 이상으로의 기준 상향은 기존 정책에서 한발 더 나아간 조치다.
증권가에서는 당초 SK하이닉스의 추가 주주환원 여력을 40조원에서 최대 100조원 안팎으로 추산해왔다. 그러나 회사가 첫 환원책부터 4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결정하고 환원 기준의 상단도 열어두면서 최종 환원 규모가 기존 예상치를 웃돌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당초 올해 40조~6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을 예상했지만 자사주 매입만 40조원이 발표되면서 예상치를 상회했다”며 “추가 환원 정책도 공유될 예정인 만큼 전체 주주환원 규모 역시 기존 전망을 웃돌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최종 환원 규모와 함께 환원 방식도 관심사다. SK하이닉스가 대규모 자사주 매입·소각을 택한 가운데 삼성전자 역시 차기 정책에서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어떻게 조합할지 주목된다. 통상 현금배당은 주주에게 직접 현금을 지급해 단기적인 환원 효과가 크다. 반면 자사주 매입·소각은 유통주식 수를 줄여 주당 가치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
향후 추가 환원책에서도 자사주 매입·소각 비중이 높아질 경우 시장에서는 이를 향후 실적과 현금창출력에 대한 자신감의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아직 3·4분기 실적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환원을 결정하려면 하반기 업황과 중장기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배당보다는 자사주를 취득하고 소각하는 게 중장기적으로 기업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는 선택"이라며 "배당은 단기 효과가 있고 현금이 소진되는 반면, 자사주 취득·소각은 중장기적인 포석이 훨씬 더 깔려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