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지 기자] 뤼튼테크놀로지스가 지스타 무대에서 인공지능(AI) 검색·생산성 서비스 ‘뤼튼’ 대신 AI 캐릭터·스토리 플랫폼 ‘크랙’을 전면에 세웠다. 콘텐츠 결제를 통해 직접 매출을 낼 수 있는 크랙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밀고 있지만 국내 AI 캐릭터챗 시장에서의 입지는 아직 선두와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경쟁 서비스 ‘제타’와 비교하면 월간활성이용자(MAU)는 4분의 1 수준이고 총사용시간은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비게임사 최초로 지스타 메인스폰서까지 맡으며 브랜드 외연 확대에 나선 가운데 이를 실제 이용자 확대와 유료 결제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과제로 떠올랐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뤼튼은 AI 글쓰기와 검색, 이미지 생성 등을 무료로 제공하며 이용자 기반을 넓혀왔다. 반면 크랙은 이용자가 AI 캐릭터와 대화하거나 직접 캐릭터와 세계관을 만들고 이야기를 전개하는 서비스다. 이용자들은 무료로 제공되는 기본 재화를 소진하면 추가 콘텐츠 이용을 위해 유료 재화를 구매한다. 기본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뤼튼과 달리 이용자의 콘텐츠 소비를 직접 결제로 연결할 수 있어 수익화에 보다 유리한 구조다.
실제 뤼튼의 수익화 전략에서도 크랙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뤼튼에 따르면 2025년 말 크랙의 연환산 매출(ARR)은 7000만달러, 약 1000억원에 도달했다. ARR는 특정 시점의 매출 흐름이 1년간 이어진다고 가정해 환산한 지표다. 무료 AI 서비스를 통해 이용자를 확보해온 뤼튼이 반복적인 콘텐츠 결제가 가능한 크랙을 핵심 수익화 서비스로 키우고 있는 셈이다.
◆ARR 1000억 내세웠지만…제타와 사용시간 11배 격차
크랙이 빠른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용자 기반과 몰입도 측면에서는 선두 서비스와 상당한 격차가 존재한다. 스캐터랩의 ‘제타’가 이용자 수와 사용시간 모두 크랙을 크게 앞서고 있어서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올해 2월 한국인 스마트폰 이용자를 표본 조사한 결과 제타의 월간활성이용자(MAU)는 402만명으로 크랙 98만명의 약 4.1배였다. 같은 기간 총사용시간은 제타가 1억1341만시간, 크랙은 988만시간으로 약 11.5배 차이가 났다. 크랙의 MAU는 제타의 24.4%, 총사용시간은 8.7% 수준에 그친다.
MAU보다 사용시간에서 격차가 더 벌어진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를 이용자 1인당 월평균 사용시간으로 환산하면 제타는 약 28.2시간, 크랙은 약 10.1시간이다. 제타 이용자가 크랙 이용자보다 월평균 약 2.8배 오래 서비스를 이용한 셈이다. 크랙이 수익화의 핵심축으로 자리 잡으려면 이용자 규모뿐 아니라 이용자당 체류시간에서도 격차를 좁혀야 하는 상황이다.
AI 캐릭터챗은 이용자가 캐릭터와 반복적으로 대화하며 이야기를 주고받는 만큼 체류시간은 서비스 몰입도를 보여주는 주요 지표 가운데 하나다. 유료 재화가 대화와 콘텐츠 소비 과정에서 사용되는 만큼 이용자를 얼마나 오래 머물게 하고 이를 반복 결제로 연결하느냐가 수익화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해당 수치를 전체 AI 캐릭터챗 시장의 점유율로 보기는 어렵다. 제타와 크랙 외에도 테인에이아이의 ‘러비더비’, 베이비챗, 케이브덕 등 독립 서비스가 있고 네이버웹툰처럼 기존 앱 안에서 제공되는 서비스는 별도 MAU가 집계되지 않기 때문이다.
경쟁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스타트업 간 AI 캐릭터챗 경쟁을 넘어 기존 이용자와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한 대형 콘텐츠 플랫폼까지 시장에 뛰어들고 있어서다. 네이버웹툰은 지난 2024년부터 자사 웹툰 등장인물과 대화할 수 있는 ‘캐릭터챗’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1월 기준 누적 접속자는 약 600만명, 누적 메시지는 2억3000만건을 넘어섰다. 이 중 10·20대가 전체 이용자의 78%를 차지한다. 이어 지난 7월에는 한 명의 캐릭터와 대화하는 방식을 넘어 원작 세계관 안에서 여러 등장인물과 이야기를 만드는 AI 스토리챗 ‘바이어스’도 출시했다.
이는 크랙 입장에서 부담 요인이다. 크랙은 이용자가 직접 만든 캐릭터와 세계관을 중심으로 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해야 하지만 네이버웹툰은 이미 흥행성이 검증된 웹툰 IP와 팬덤을 AI 콘텐츠로 끌어올 수 있다. 별도의 이용자 기반을 처음부터 확보하지 않고 기존 웹툰 이용자와 결제 고객을 AI 콘텐츠로 연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다.
선두 제타와 이용자·체류시간 격차를 좁혀야 하는 상황에서 기존 IP와 이용자 기반을 보유한 대형 콘텐츠 플랫폼까지 가세하면서 크랙이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문턱은 한층 높아진 모습이다.
◆선두와 격차 벌어진 크랙…지스타로 인지도 상승?
뤼튼이 이런 상황에서 선택한 승부수가 지스타다. 이번 지스타에서도 기업명이나 AI 검색 서비스 ‘뤼튼’이 아닌 ‘크랙’을 메인스폰서 브랜드로 전면에 배치했다. 게임·웹툰·서브컬처 등 캐릭터와 세계관, 서사형 콘텐츠에 익숙한 이용자를 크랙으로 끌어들이면서 국내 시장에서의 이용자 격차를 좁히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뤼튼은 현재 일본에서 크랙과 유사한 AI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캬라푸’를 출시했으며 미국 시장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회사는 크랙과 캬라푸 성장에 힘입어 올해 연환산 매출 1억달러를 넘어선다는 목표다. 국내에서는 지스타를 통해 신규 이용자 확보에 나서는 동시에 해외 시장까지 확장하며 성장 속도를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뤼튼은 크랙을 단순한 AI 캐릭터챗이 아닌 이용자가 직접 캐릭터와 서사를 만들고 공유하는 인터랙티브 콘텐츠 플랫폼으로 규정하고 있다. 뤼튼 관계자는 "AI와 서사가 크랙 정체성의 핵심"이라며 "게임 서비스는 아니지만 지스타가 게임의 확장과 내러티브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에 주목해 메인스폰서 참여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지스타 메인스폰서라는 타이틀이 곧바로 시장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크랙은 빠른 매출 성장에도 국내 이용자와 체류시간에서 제타와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으며 네이버웹툰처럼 IP와 팬덤을 갖춘 대형 사업자와의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어서다. 이에 지스타를 통해 높아진 브랜드 노출을 신규 이용자 확보와 체류시간 증가, 반복 결제로 얼마나 연결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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