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규희 기자] 한국투자금융그룹이 KDB생명 인수 이후 운용자산의 상당 부분을 투자적격(IG) 사모대출(Private Credit)과 자산기반금융(ABF) 중심으로 재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자본시장에서는 한투그룹의 전략적 방향성을 두고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와 블랙스톤 등 월가 초대형 대체투자 운용사들이 입증해 온 '보험 연계 사모대출' 모델을 국내 시장에 이식하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투그룹은 KDB생명 인수 후 1조원 안팎의 자본확충을 추진하는 동시에 17조원에 달하는 운용자산 포트폴리오를 우량 사모대출 자산 중심으로 단계적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기존의 단순 국공채 중심 보수적 운용에서 탈피해 한투증권과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 등이 직접 소싱한 우량 사모사채와 인프라 대출 등을 흡수하며 자산운용 수익률을 구조적으로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러한 운용 방향성은 글로벌 대체투자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아폴로와 아테네 그리고 KKR과 글로벌아틀란틱 등의 성공 방정식과 맞닿아 있다. 월가 대형 사모펀드들은 전통적인 기업 인수합병 중심의 지분투자에서 벗어나 만기가 수십년에 달하는 생보사 자금을 영구 자본으로 확보했다. 시장의 단기 환매 압력에서 자유로운 초장기 자금을 바탕으로 은행 규제 강화로 발생한 대출 공백을 파고들며 기업 직접대출과 특수금융 시장을 장악해 외형을 빠르게 키웠다.
시장에서는 한투그룹의 전략적 선택 역시 신지급여력제도(K-ICS) 규제 부담을 덜어내면서도 공모 채권 대비 높은 초과 수익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KDB생명은 건전성 규제 압박 탓에 위험가중치가 높은 고위험 지분이나 중후순위 대출을 무작정 늘리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이에 따라 한투는 아폴로가 개척한 방식처럼 신용등급 A급 이상의 우량 부동산 PF 선순위 대출이나 엄격한 원리금 상환 구조를 갖춘 '투자적격(IG) 사모대출'을 집중 편입해 자본비용을 통제하면서 고질적인 이차역마진을 해소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나아가 데이터센터와 물류센터, 인프라, 항공기 리스 등 실물 자산의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대출을 창출하는 ABF 영역까지 보폭을 넓힐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글로벌 사모대출 시장이 단순 기업 대출을 넘어 실물 자산 담보 금융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듯이 한투 역시 그룹 내 구조화 역량을 총동원해 맞춤형 특수금융 자산을 발굴하고 이를 KDB생명이 소화하는 체계를 짤 것이라는 시각이다. 공모 회사채 대비 100~200bp 높은 비유동성 프리미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동시에 보험 부채와 자산의 만기를 일치시키는 자산부채종합관리(ALM) 효과까지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한투증권과 한투PE 등이 딜을 소싱하고 한국투자신탁운용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이를 펀드로 구조화하면 KDB생명이 핵심 기관투자가로 참여하는 완결형 밸류체인이 완성된다. 아울러 조성된 사모대출 자산을 국내외 연기금과 공제회에 재매각(신디케이션)하는 2차 유동화 시장까지 주도하며 운용 수수료와 이자 스프레드를 동시에 거두는 글로벌식 대출 플랫폼을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를 넘어 글로벌 사모대출 시장으로의 외연 확장 가능성도 거론된다. 아폴로와 KKR 등 글로벌 대형사들이 주도하는 북미·유럽의 데이터센터, 에너지 전환 인프라 등 초대형 ABF 프로젝트에 KDB생명의 캡티브 자금을 앵커로 투입할 수 있다. 글로벌 운용사와의 공동 투자(Co-investment)를 통해 양질의 해외 사모대출 자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며 포트폴리오의 지역적 확장까지 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서는 이미 은행 중심의 전통적 여신 구조가 사모펀드와 보험사가 결합된 민간 사모대출 생태계로 재편됐다"며 "한투 행보는 국내에서도 은행권이 독점해 온 기업금융과 인프라 대출 주도권을 자본시장 중심의 민간 신용 플랫폼으로 끌어오려는 포석"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