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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조 쏟아부은 한섬·지누스, '아픈 손가락' 탈피 시험대
노연경 기자
2026-08-18 07:00:00
③한섬 수익지표 가파른 추락·지누스 인수 후 4997억 손상차손…패션·리빙 성장축 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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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섬 영업이익률 추이(그래픽=오현영 기자)

[딜사이트 노연경 기자] 현대백화점그룹이 패션과 리빙을 신성장동력으로 만들기 위해 전략적으로 인수한 한섬과 지누스의 수익성이 흔들리고 있다. 한섬은 인수 이후 매출은 약 3배로 성장했지만 영업이익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지누스 역시 인수 이후 올해 상반기 가장 큰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이 한섬과 지누스 인수에 투입한 자금은 약 1조3000억원이다. 현대홈쇼핑은 2012년 한섬 주식 853만2763주(34.64%)를 4228억원에 인수하며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후 장내매수와 한섬의 자사주 소각 등에 따라 지분율이 상승해 현재 현대홈쇼핑은 한섬 주식 40.5%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단행된 지배구조 개편에 따라 한섬은 그룹 지주사인 현대지에프홀딩스의 자회사로 편입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은 또한 2022년 구주 인수와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약 8790억원을 투입해 지누스 지분 35.82%를 확보했다. 이후 무상증자와 자사주 소각 등에 따른 주식 수 변동을 거쳐 현재 지분율은 38.57%를 보유 중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한섬 인수 당시인 2012년 5000억원 수준이던 연매출을 작년 1조5000억원 규모까지 키웠다. 외형 성장만 놓고 보면 인수 목적이었던 패션사업 확대와 신성장동력 확보에 성공한 셈이다.


그러나 외형이 커진 만큼 수익지표가 따라가지는 못했다. 한섬의 영업이익은 2012년 710억원에서 지난해 522억원으로 26.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14.3%에서 3.5%로 10.8%포인트 하락했다. 매출 100원당 14원 이상을 벌던 회사가 지난해에는 3.5원을 남기는데 그쳤다는 의미다.


수익성 하락세는 최근 들어 더욱 뚜렷해졌다. 한섬의 영업이익률은 2021년 11.0%에서 2022년 10.9%, 2023년 6.6%, 2024년 4.3%, 2025년 3.5%로 최근 5년새 가파르게 떨어졌다. 매출 부진에 신규 브랜드와 온라인 사업, 해외 진출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 겹치면서 외형 확대에 따른 영업레버리지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신사업에서도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한섬은 화장품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자회사 한섬라이프앤을 설립했지만 3년 연속 매출을 웃도는 손실을 기록했다.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115억원으로 떨어져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끝에 지난해 1월 한섬에 흡수합병됐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한섬의 수익성 저하가 패션업계 전반의 불황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입장이다. 제조 기반 사업은 매출이 회복되면 고정비 부담이 낮아져 영업이익이 더 큰 폭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한섬은 올해 1분기 36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영업이익률을 8.9%까지 끌어올렸다. 다만 1분기 실적만으로 연간 수익성 회복을 단정하기는 이르다. 겨울 의류 판매가 반영되는 1분기는 통상 한섬의 이익률이 높은 시기다. 2024년에도 1분기 영업이익률은 8.3%였지만 연간 기준으로는 4.3%에 그쳤고, 2025년 역시 1분기 5.7%에서 연간 3.5%로 낮아졌다. 올해 실적 회복이 구조적인 반등으로 이어졌는지는 하반기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업계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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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 지누스 인수 이후 실적 부담 추이(그래픽=오현영 기자)

지누스의 상황은 한섬보다 더 무겁다. 현대백화점은 2022년 약 8790억원을 들여 글로벌 매트리스 기업 지누스를 인수했다. 지누스는 인수 첫해인 2022년 65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2023년에는 183억원으로 급감했다. 2024년에는 54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전환하기까지 했다.


지난해 25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했지만 올해 다시 적자는 확대됐다. 지누스는 올해 1분기 300억원, 2분기 267억원의 영업손실을 각각 기록했다. 상반기 누적 영업손실만 567억원으로 현대백화점에 편입된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지난해 연간 흑자로 돌아서며 나타났던 회복세가 한 해를 넘기지 못했다.


특히 지누스는 자체 실적뿐 아니라 자산가치 하락으로 현대백화점의 연결 실적에도 부담을 줬다. 현대백화점이 지누스 인수 이후 인식한 영업권·브랜드가치 손상차손은 2022년 358억원, 2023년 2583억원, 2025년 2056억원 등 총 4997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체 인수금액 8790억원의 56.8%에 해당한다.


현재 지누스는 고정비 부담을 낮추며 수익성 개선에 돌입한 상태다. 장기간 낮은 가동률로 운영된 미국 조지아 공장의 생산을 중단하고 지난 2월 미국 물류창고 1곳을 추가로 정리했다. 지누스는 생산·물류 인프라 축소에 따른 고정비 절감과 손익 개선 효과가 올해부터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매출 측면에서도 하반기 회복 가능성을 제시했다. 회사 측은 최근 월별 매출이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있는 데다 아마존이 보유한 지누스 제품의 재고주수(WOS)도 낮아졌다고 밝혔다. 재고가 적정 수준으로 조정되면 신규 주문이 정상화돼 하반기 매트리스 매출이 상반기보다 개선될 것으로 회사는 기대되고 있지만 흑자로의 전환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한섬은 인수 이후 매출이 4000억원대에서 1조5000억원 수준으로 성장했고 그룹의 비전 2020 달성에도 기여한 만큼 성공적인 M&A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며 “최근 수익성 저하는 패션시장 침체의 영향이 크지만 올해 1분기부터 회복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누스는 조지아 공장 생산 중단과 미국 물류창고 축소 등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고정비 부담을 낮추고 있다”며 “아마존 재고 수준도 정상화되고 매출이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있어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개선될 것으로 기대 중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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