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지혜 기자] 현대건설이 올해 상반기 신규 수주를 대폭 늘리는 동안 수주 과정에서 투입한 비용은 3분의 1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도입한 '착수 수주심사'를 통해 사업 초기부터 수익성과 리스크를 따져 입찰 대상을 선별한 결과다. 외형 확대와 비용 절감을 동시에 달성하면서 수주 단계부터 사업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이 성과를 내고 있다.
14일 현대건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수주추진비는 70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5%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신규 수주는 22조8230억원으로 36.4% 증가했다. 미국 전기로 제철소와 복정역세권 복합개발 사업 등 그룹 계열사 간 협업 프로젝트와 고부가가치 사업이 수주 실적을 견인했다.
수주 외형이 확대됐음에도 이를 확보하기 위해 투입한 비용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수주추진비는 설계와 견적 등 실제 계약에 앞서 사업성을 검토하고 입찰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수주에 실패하면 이미 투입한 비용을 회수하기 어려워 수주 성과뿐 아니라 사업을 선별하는 과정의 효율성과도 맞닿아 있다.
수주추진비 감소 배경에는 지난해 도입한 '착수 수주심사'가 자리한다. 현대건설은 설계비와 입찰 추진비가 본격적으로 집행되기 전 사업의 수익성과 리스크를 검토하고 내부 기준에 미달하는 사업의 입찰을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 수주 가능성이 낮거나 충분한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사업에 들어가는 선행 비용을 착수 단계부터 통제하는 방식이다.
이는 전사적 비용 축소와도 차이가 있다. 현대건설의 올해 상반기 판매비와관리비는 인건비와 대손상각비 증가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2% 늘어난 6077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판관비가 증가한 가운데 수주추진비만 309억원 감소하면서 수주 과정에서의 비용 효율화가 두드러졌다.
선별 수주가 일감 감소로 이어지지도 않았다. 현대건설의 상반기 말 수주잔고는 103조983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4% 증가하며 창사 이후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섰다. 현재 수주잔고는 3.8년치 일감에 해당한다.
수주 단계의 효율화는 주력 부문인 주택사업의 수익성 개선으로도 이어졌다. 현대건설 별도 건축·주택 원가율은 지난해 상반기 95.1%에서 올해 상반기 90.8%로 4.3%포인트 낮아졌다. 현대건설은 하반기에도 상반기와 비슷한 수준의 원가율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주 전 사업 선별과 착공 이후 원가 관리가 맞물리면서 현대건설의 수익성 중심 사업 전략도 구체화되는 모습이다. 착수 수주심사가 저수익 사업에 투입되는 선행 비용을 통제하는 장치라면 건축·주택 원가율 개선은 기존 현장의 채산성이 회복되고 있다는 의미다. 수주 규모를 늘리는 동시에 사업 전후 단계의 비용을 통제하는 구조가 자리잡을 경우 향후 이익 개선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이형석 현대건설 재경본부장(CFO)은 "1년 반 전부터 착수 수주심사 제도를 도입해 입찰 초기 단계부터 사업의 수익성과 리스크를 검토하고 있다"며 "무분별한 입찰 참여에 따른 비용 지출을 줄이고 수익성이 확보된 사업을 중심으로 수주를 추진하면서 수주추진비 절감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