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성준 기자] 현대건설이 이형석 재경본부장 체제에서 신용등급 상향을 겨냥한 재무안정성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대형 프로젝트와 동시정비사업 수주전에서 신용도는 발주처와 금융기관의 신뢰를 가르는 핵심 변수다. 현대건설은 올해 자산재평가와 50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자본 완충력을 키우며 2009년 이후 유지해온 AA- 등급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다.
22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2009년부터 회사채 신용등급 AA-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2009년 9월 회사채 신용등급이 기존 A+에서 AA-로 한 단계 상향된 이후 17년 가까이 같은 등급을 이어왔다. AA- 이상 등급은 건설업계 최상위 수준이다. 업계 내 AA-이상 등급을 가진 곳은 현대건설을 비롯해 삼성물산(AA+)과 DL이앤씨(AA-), 현대엔지니어링(AA-) 등 총 4곳 뿐이다.
현대건설이 올해 추진 중인 재무안정성 강화 작업은 장기간 유지해온 AA- 등급에서 한 단계 더 올라서기 위한 작업으로 풀이된다.
현대건설의 재무전략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형석 재경본부장(CFO)이 이끌고 있다. 이 본부장은 1972년생으로 웨스턴온타리오대 MBA를 마쳤다. 현대캐피탈 전무를 거쳐 현대건설 재경본부장을 맡고 있다.
금융사 경력을 바탕으로 신용도 관리와 자본 효율화에 강점을 가진 인물로 평가된다. 건설업황이 주택 경기와 PF리스크에 흔들리는 상황에서 재무안정성을 앞세워 수주 경쟁력을 높이는 역할이 중요해진 셈이다. 현대건설이 올해 자산재평가와 CB 발행을 병행한 것도 이 본부장 체제에서 신용등급 상향을 염두에 둔 재무전략의 일환으로 읽힌다.
한국기업평가가 제시한 등급 상향 조건을 살펴보면 현 수준의 우수한 사업안정성 유지와 함께 EBITDA 마진 7% 이상, 부채비율 100% 이하를 제시했다. 올해 3월 말 현대건설의 EBITDA 마진은 3.4%, 부채비율은 131.9%다. 수익성과 부채비율 모두 상향 기준에 아직 미치지 못하지만, 올해 자산재평가로 부채비율을 낮추며 신용지표 개선의 첫발을 뗏다.
현대건설은 올해 1분기 유형자산과 투자부동산 등에 대한 자산재평가를 실시했다. 그 결과 재평가잉여금 1643억원, 이익잉여금 3800억원 등 총 5443억원의 자본 증가 효과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별도 기준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144.5%에서 올해 3월 말 131.9%로 낮아졌다. 총자산도 지난해 말 17조1913억원에서 올해 3월 말 17조9758억원으로 7845억원 늘었다.
현대건설이 5000억원 규모 CB 발행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이번 CB는 단기적으로 뉴에너지 사업 투자재원을 확보하는 성격이지만, 전환권 행사 시 부채가 자본으로 바뀔수 있다. 재무정책 관점에서는 단순 차입보다 자본성 조달에 가까운 카드로 읽힌다. 현대건설은 원전, SMR, 태양광, 해상풍력 등 에너지 사업을 중장기 성장축으로 키우고 있다.
현대건설은 2분기에도 종속기업투자주식 인식 방식을 원가법에서 지분법으로 변경하며 자본 증가 효과를 노릴 것으로 알려졌다. 1분기 자산재평가에 이어 회계처리 변경까지 더해질 경우 현대건설의 재무안정성 개선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신용등급 상향까지는 현금흐름과 우발채무 관리가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자산재평가와 회계처리 변경은 자본 확충 효과를 내지만, 실제 신용도 개선은 공사미수금 회수와 PF우발채무 축소, 수익성 회복이 병행될 때 가능하다.
현대건설의 2026년 3월 말 별도 기준 PF우발채무는 5조2907억원이다. 대형 사업장의 본PF 전환으로 도급사업 PF우발채무 내 미착공사업 비중은 2024년 말 80% 수준에서 올해 3월 말 32.4%로 낮아졌지만, 신용보강 규모가 5조원을 웃도는 점은 여전히 부담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글로벌 대형 프로젝트는 물론 도시정비사업 수주에서도 안정적인 재무 역량과 신용도는 중요한 경쟁력으로 작용한다”라며 “재무안정성을 기반으로 발주처와 조합, 금융기관의 신뢰를 높여 수주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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