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지혜 기자] 현대건설이 사상 처음 수주잔고 100조원을 넘어섰다. 에너지·신사업 수주를 늘려 포트폴리오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주택사업이 수주의 절반 가까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현대건설이 원전과 데이터센터, 해상풍력을 앞세워 에너지 기업으로 전환하고 있지만, 본격적인 매출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주택사업이 실적을 지탱하는 사이 에너지 중심으로 수주 포트폴리오를 바꿔야 하는 과도기에 진입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13일 현대건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말 연결 수주잔고는 103조9831억원으로 지난해 말 95조386억원보다 9.4% 증가했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연간 매출 기준 약 3.8년치 일감이다. 현대건설 별도 수주잔고는 75조7208억원, 현대엔지니어링은 28조1491억원이다.
현대건설의 주택 수주잔고는 36조2579억원, 현대엔지니어링은 11조2847억원이다. 합산 47조5426억원으로 전체 연결 수주잔고의 45.7%에 달한다. 현대건설 별도로 좁히면 전체 수주잔고의 47.9%가 주택에서 나온다.
연결 수주잔고 가운데 국내 물량은 73조8264억원으로 전체의 71.0%를 차지한다. 해외 수주잔고는 30조1567억원으로 29.0%다. 원전과 데이터센터 등 해외 신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현재 확보한 일감은 국내 주택사업에 무게가 실려 있는 셈이다.
매출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현대건설 별도 기준 상반기 건축·주택 매출은 4조1501억원으로 전체 매출 7조5314억원의 55.1%를 차지했다. 디에이치 클래스트와 디에이치 방배 등 국내 주택 현장이 매출을 뒷받침했다. 반면 플랜트·뉴에너지 매출은 2조2853억원으로 건축·주택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주택사업의 착공 물량 감소는 연결 매출 감소에도 영향을 미쳤다. 올해 상반기 연결 매출은 13조12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5% 줄었다. 회사는 과거 주택 착공 물량 감소와 현대엔지니어링의 북미 그룹사 공장 준공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현대건설은 하반기부터 에너지·신사업 수주를 늘려 포트폴리오 전환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하반기 수주 파이프라인에는 1조원 이상 규모의 데이터센터 2곳과 1조2000억원 규모의 완도 금일 해상풍력 등이 포함돼 있다. LNG 프로젝트 등 해외 플랜트 수주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에너지 전환의 핵심인 원전사업이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은 미국 팰리세이즈 소형모듈원전(SMR)과 페르미 아메리카 프로젝트,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 등의 부분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초기 설계와 인프라 등을 단계적으로 수주한 뒤 본공사로 확대하는 방식이다.
대형 원전 프로젝트의 최종투자결정(FID)은 이르면 내년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현대건설은 미국 유틸리티사들의 FID가 빠르면 2027년, 프로젝트 진행 상황에 따라 2028~2029년 순차적으로 가시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부분계약을 확보하더라도 대규모 공사 매출이 발생하기까지 일정한 시차가 불가피한 구조다.
데이터센터 역시 사업 확대 단계에 있다. 현대건설은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와 협력을 확대하는 한편 새만금 그룹 AI 데이터센터와 일본 등 해외 데이터센터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새만금 사업에서는 현대건설이 설계·시공을 주도하고 현대엔지니어링이 태양광 부문을 담당할 예정이다.
이에 현대건설의 사업구조는 당분간 주택과 기존 플랜트가 매출을 담당하고 원전·데이터센터·해상풍력이 미래 수주잔고를 채우는 형태가 이어질 전망이다. 104조원까지 늘어난 일감이 실적의 안정성을 확보한 가운데 에너지 사업의 수익화 속도가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하반기 뉴에너지 부문에서 미국 펠리세이즈 SMR, 페르미 프로젝트(Fermi Matador) 등 사업 수주를 계획 중"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사업부문 역량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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