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강울 기자] 금융당국의 손해율·사업비 계리가정 가이드라인이 처음 적용된 올해 2분기 메리츠화재의 보험계약마진(CSM)이 오히려 증가했다. 과거부터 손해율을 보수적으로 추정해온 만큼 새로운 기준을 적용하면서 CSM이 약 8500억원 늘어나는 효과를 봤다. 계리가정 정상화 과정에서 경쟁사들이 가격 인상과 담보 축소 등에 나서면서 메리츠화재의 장기인보험 상품 경쟁력도 상대적으로 높아졌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김중현 메리츠화재 대표는 12일 메리츠금융지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계리적 가정 제도 변경으로 CSM이 약 8500억원 증가했다”며 “손해율 가정 변경으로 약 7500억원, 사업비 가정 변경으로 약 1000억원의 증가 효과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계리가정 가이드라인은 올해 2분기 보험사 실적의 핵심 변수로 꼽혔다. 금융당국이 경험통계가 부족한 5년 이내 신규담보와 비실손 갱신담보에 91% 이상의 손해율을 적용하도록 하면서 보험사별 기존 가정 수준에 따라 보험부채와 CSM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메리츠화재는 기존부터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손해율 가정을 적용해온 덕분에 오히려 CSM 증가 효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신규담보의 신계약 현가 손해율은 가이드라인과 비슷한 91% 수준이어서 재무적 영향이 크지 않았다. 비실손 갱신담보에는 가이드라인 기준보다 높은 100%의 손해율을 적용해왔는데, 제도 변경 과정에서 예상 보험금 부담이 낮아지면서 CSM이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계리가정 변경 효과 등에 힘입어 메리츠화재의 2분기 말 CSM 잔액은 12조1208억원으로 전분기보다 8290억원 증가했다. 2분기 신계약 CSM도 4540억원으로 전분기(4403억원)보다 137억원 늘었다. 계리가정 변경에 따른 CSM 증가 효과 8500억원과 실제 CSM 잔액 증가분 8290억원은 구분된다. CSM 잔액에는 신계약 유입뿐 아니라 상각과 경험조정 등 다양한 변동 요인이 함께 반영되기 때문이다.
향후 제도 변경에 따른 추가적인 재무 변동도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김 대표는 “12월로 시행이 연기된 간편보험 손해율 가정과 보장한도 제한 관련 변경 사항을 6월 결산에 모두 반영했다”며 “손해율 가정 제도 변경으로 인한 추가 변동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메리츠화재는 계리가정 정상화가 상품 판매 측면에서도 상대적인 경쟁력 강화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업계 장기인보험 시장이 전년 대비 10% 이상 축소된 가운데 메리츠화재의 상반기 장기인보험 매출은 약 21% 증가했다. 특히 GA 채널 매출이 29% 늘며 전체 성장을 이끌었다.
김 대표는 “무해지보험 해지율과 손해율 등 새 회계제도(IFRS17) 계리가정 전반이 정상화되면서 메리츠화재의 상품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개선됐다”며 “업계가 가격 인상과 일부 담보 판매 중단, 가입 한도 축소에 나선 것과 달리 기존 상품의 가격과 언더라이팅 기조를 유지하면서 신상품과 신담보를 계속 출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분기 보험이익 감소분은 투자이익 증가가 메웠다. 메리츠화재의 2분기 보험이익은 362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0.4% 감소한 반면 투자이익은 4070억원으로 18.8% 증가했다.
보험이익과 관련해 김 대표는 “갑상선 림프절 전이암의 보험금 지급 기준이 일반암으로 변경되면서 현재까지 292억원을 지급했다”며 “이에 따른 손해율 영향은 약 1.1%포인트로 특정 기간에 판매된 계약에 한정된 일시적인 영향”이라고 말했다.
투자이익에 대해서는 “이번 분기 호조의 핵심은 주식형 자산의 이익 확대”라며 “주식형 자산은 전분기보다 약 6500억원 늘었고 2분기 중 관련 자산에서 약 4900억원의 수익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실손보험 제도 개선에 따른 보험손익 개선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고 봤다. 김 대표는 “도수치료가 관리급여로 전환된 뒤 영수증당 청구액이 13만원대에서 4만원대로 줄었고 체외충격파 치료도 자율 가이드라인 시행 이후 일평균 청구액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이어 “도수치료 및 체외충격파 청구 감소에 따라 일부 근골격계 치료로의 풍선 효과도 동시에 관찰되고 있다”며 “제도 시행 후 한 달여에 불과해 보험이익 개선 효과를 예단하기는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쿠팡 물류창고 화재에 따른 손익 영향은 150억원 수준으로 예상했다. 김 대표는 “메리츠화재의 보유 손해액은 약 269억원”이라며 “비비례재보험에 가입돼 있어 손익에 반영되는 순손해액은 150억원으로 제한되고 재보험 복원보험료는 42억원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현장 실사가 불가능한 만큼 현장 진입이 허용되면 손해액 적정성을 추가로 점검해 확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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