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안나 기자] 호텔롯데가 롯데렌탈 지분을 미국 사모펀드 운용사 텍사스퍼시픽그룹(TPG)에 전량 매각하기로 하면서 시장의 시선이 거래 조건에 쏠리고 있다. 2025년 체결했던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의 계약보다 더 많은 지분을 넘기면서도 실제 손에 쥐게 되는 현금은 오히려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면세사업 부진과 차입 부담이 겹친 상황에서 호텔롯데가 가격보다 유동성 확보를 우선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호텔롯데는 최근 롯데렌탈 보유 지분 1384만6833주(38.14%) 전량을 미국 TPG에 매각하기로 했다. 부산롯데호텔이 보유한 836만5230주(23.03%)까지 포함하면 매각 대상은 총 2221만2063주(61.17%)다. 매각 가격은 주당 5만9000원으로 전체 거래 규모는 약 1조3100억원이다. 이 가운데 호텔롯데가 확보하는 현금은 약 8170억원이다.
눈에 띄는 점은 지난해 어피니티와 체결했던 계약과의 차이다. 당시 호텔롯데는 보유 지분 38.14% 가운데 35.02%만 매각하고 약 3%를 남기기로 했고 부산롯데호텔 역시 일부 지분을 유지하기로 했다. 두 회사가 약 5% 수준의 잔여 지분을 보유하는 구조였다. 당시 주당 매각가는 7만7115원으로 호텔롯데는 약 9800억원의 대금 유입을 기대했다.
반면 이번 TPG 계약에서는 잔여 지분을 남기지 않고 롯데렌탈 지분 전량을 처분한다. 매각하는 지분은 늘었지만 주당 가격은 5만9000원으로 약 23.5% 낮아졌다. 결과적으로 호텔롯데는 더 많은 지분을 팔면서도 약 1600억원 적은 금액을 받게 됐다. 장기적으로 보유할 전략적 자산 일부를 남겨두려던 계획 대신 즉시 현금 확보에 무게를 둔 거래로 읽히는 이유다.
이 같은 선택의 배경에는 호텔롯데의 재무 부담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3월 말 기준 연결 재무제표상 단기차입금은 약 3조원에 육박하고, 유동성 장기부채도 약 2조원에 달한다. 반면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약 1조1000억원 수준이다. 단기적으로 상환해야 할 차입 부담이 보유 현금을 크게 웃도는 구조다.
면세(TR) 사업 부진도 부담을 키웠다. 호텔롯데는 중국 관광객 회복 지연과 공항 면세 수요 둔화, 고환율 등의 영향으로 최근 수년간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이 과정에서 차입 규모가 확대됐고, 이자비용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호텔롯데의 연결 기준 이자비용은 2024년 4380억원, 2025년 4020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1분기에만 984억원이 발생했다. 분기마다 1000억원 안팎의 금융비용이 발생하는 셈이다.
이와 더불어 호텔롯데가 뉴욕호텔 토지 매입, 서울호텔 리뉴얼, 월드부문 신규 어트랙션 도입 등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인 데다 롯데건설, 롯데바이오로직스 등 계열사에 대한 재무적 지원을 지속하고 있는 점도 재무적 부담요소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이번 거래가 가격 협상보다 거래 성사 자체를 우선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롯데렌탈은 호텔롯데가 보유한 대표적인 비핵심 투자자산 가운데 하나로 대규모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이었다.
특히 어피니티 계약에서는 일부 지분을 유지해 전략적 자산으로 남겨두려 했지만 TPG 계약에서는 잔여 지분 없이 전량 매각을 택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장기적인 투자 수익보다 당장의 현금 확보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유동성 확보의 시급성이 반영된 결과라는 일각의 평가다.
호텔롯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재무건전성 개선 필요성과 더불어 롯데렌탈 지분이 호텔 본원적 경쟁력과 크게 관련 없는 비핵심 자산이라는 점에서 매각을 결정한 것”이라며 “롯데렌탈 지분 매각 대금은 수익성 및 경쟁력 제고를 위한 투자 재원으로 활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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