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국내 렌터카 1위 사업자인 롯데렌탈이 미국계 사모펀드(PEF)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의 품에 안긴다. 2015년 롯데그룹에 편입된 지 11년 만이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PEF의 자금력과 네트워크를 갖춘 TPG로 주인이 바뀌게 되면서 롯데렌탈이 대주주 불확실성에서 벗어나 중장기 성장 전략 추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보유 중인 롯데렌탈 지분 61.2%를 TPG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거래 규모는 1조3105억원으로 신주 발행 없이 기존 주식만 넘기는 구조다.
롯데렌탈은 1989년 금호아시아나그룹 산하 금호렌터카로 출범했다. 이후 2010년 KT가 3000억원에 인수해 KT렌탈로 재편됐고 2015년 롯데그룹이 1조200억원에 품으며 롯데 계열사로 편입됐다. 롯데렌탈은 국내 렌터카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으로 단기·장기렌터카, 중고차 판매, 모빌리티 서비스 등에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8월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한 이후 비핵심 자산 매각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을 추진해왔다. 롯데렌탈 매각도 이 같은 자산 유동화 작업의 일환이었다.
앞서 SK렌터카를 보유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니티)가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매각이 성사되는 듯했지만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미 SK렌터카를 소유한 어피니티가 롯데렌탈까지 인수할 경우 국내 렌터카 시장 1·2위 사업자가 동일한 지배 아래 놓여 시장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지난 5월 어피니티와 롯데그룹 간 롯데렌탈 매각 SPA가 해제됐다.
어피니티로의 인수가 불발된 후 3개월 만에 성사된 TPG와의 계약은 기존 거래와 달리 경쟁 제한 우려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TPG는 국내에서 렌터카 사업을 영위하는 기존 사업자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인수에 따른 경쟁 제한 우려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은행 대출을 활용하는 인수금융 대신 전액 자기자본으로 인수 대금을 마련해 자금 조달 측면의 불확실성도 낮췄다.
TPG가 공정위 심사를 최종 통과할 경우 국내 렌터카 시장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글로벌 PEF가 업계 1위 사업자의 최대주주로 들어오는 만큼 자금력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앞세운 투자와 사업 확대로 경쟁 구도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롯데렌탈이 장기화된 최대주주 변경 불확실성에서 벗어나 투자와 사업 재편에 다시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매각 작업이 길어지면서 적극적인 중장기 투자와 신규 사업 추진에 제약이 따랐던 만큼, 새 대주주의 경영 방향이 확정되는 것 자체가 사업 안정성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TPG의 자금 조달 역량과 글로벌 플랫폼 투자 경험도 롯데렌탈의 성장 전략을 뒷받침할 수 있는 요소다. TPG는 약 460조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대형 사모펀드로, 우버와 에어비앤비 등 글로벌 모빌리티·테크 플랫폼 기업에 투자한 경험이 있다. TPG의 자금력과 글로벌 네트워크가 롯데렌탈의 해외 진출과 신규 사업 확대에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TPG가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약 14.29%를 보유한 2대 주주라는 점은 향후 두 회사 간 협력 가능성에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호출과 주차 등 이동 서비스 플랫폼과 관련 데이터를 갖췄다면, 롯데렌탈은 차량 조달·운영·정비·매각으로 이어지는 실물 자산 중심의 밸류체인을 보유하고 있다.
양사의 역량이 연계되면 플랫폼과 실물 자산을 아우르는 종합 모빌리티 사업 구조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TPG가 카카오모빌리티의 재무적 투자자(FI)인 만큼 실제 협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공정위 심사가 남아 있어 거래가 최종 마무리된 것은 아니지만 자금력을 갖춘 TPG 새주인이 되는 만큼 향후 롯데렌탈의 사업 전략과 시장 경쟁력에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롯데렌탈로서는 차별화된 모빌리티 기업으로 성장할 계기를 마련한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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