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안나 기자] 부산 강서구 국제산업물류도시. 연면적 1만2000평 규모의 창고 안에 격자 모양의 철제 구조물이 끝없이 펼쳐진다. 최대 21단 높이로 쌓인 이 구조물을 '하이브(Hive)'라고 부른다. 하이브 상단의 격자 그리드 위를 직육면체 모양의 로봇 '봇(BOT)'이 쉴 새 없이 오간다. 지금 가동 중인 봇은 120대. 상품이 담긴 토트(보관 바스켓)를 실어 나르며 위치를 계속 바꾼다. 롯데마트가 8월 7일 문을 연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의 풍경이다.
센터는 냉장·상온·냉동 세 구역으로 나뉜다. 구역마다 하이브가 별도로 설치돼 있다. 상품은 층별로 최소 8단에서 최대 21단까지 적재된다. 별도 중간층을 두는 방식이 아니라 독립된 층 구조다. 그만큼 같은 면적에서 더 많은 상품을 보관할 수 있다.
봇은 격자 레일(그리드) 위를 초속 4m로 움직인다. 3D 프린팅 공법으로 제작해 기존 모델보다 무게를 3분의 1 이하로 줄여 그만큼 효율성을 높였다. 하이브 상단에는 상품을 집어 배송 토트로 옮기는 피킹로봇 'OGRP(On Grid Robotic Pick)'가 배치돼 있다. 현재 가동 중인 OGRP는 66개다. 이 피킹로봇이 상품 적재 토트에서 필요한 물품을 꺼내 배송 토트로 옮길 수 있도록 토트를 재배치 하는 것도 봇의 역할이다. 또한 주문 현황에 따라 쉴 새 없이 토트를 옮겨 가장 효율화된 최적의 배치를 완성다.
박세호 롯데마트 온라인운영부문장 상무는 "출고 우선순위가 높은 상품은 항상 상단에 오도록 자동 배치된다"고 설명했다. 상품이 하이브에 처음 입고될 때 위치는 정해져 있지 않다. 임의의 빈자리에 놓인 뒤 주문 데이터에 따라 최적 위치로 계속 옮겨진다.
로봇의 정확도는 98% 수준이라고 한다. 박 상무는 "처음에는 상품을 잘못 집거나 이동 중 떨어뜨리는 오류가 있었지만, 비전 인식 기반 머신러닝으로 학습을 반복하며 오류가 줄었다"고 말했다.
로봇이 다루기 어려운 상품은 아예 대상에서 제외해 사람이 처리하도록 조정했다. 그는 "로봇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도깨비방망이는 아니다"라며 "다만 대체로 사람보다 정확한 편"이라고 했다. 하루 주문량이 4000건이라고 했을 때 주문 내역에 따라 피킹 건수가 달라지겠만 오류 발생 건수는 10건 미만이라고 설명했다.
냉동 구역은 영하 25도로 유지된다. 오카도 파트너사 중 처음으로 냉동 영역까지 자동화한 '오토 프리저(Auto-Freezer)' 시스템이 적용됐다. 냉동 구역 로봇은 저온 환경에 맞춰 별도로 제작된 모델이 투입돼 사람이 들어갈 필요가 거의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박 상무는 "일반 냉동 물류센터는 사람이 직접 들어가 피킹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곳은 근무자가 극한 환경에 노출될 일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이 들어가지 않는 해당 구역을 센터에서 가장 인간미 있는 공간이라고 꼽았다. 영하 25도까지 내려간 극한의 환경에 사람이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을 구축해 인간을 극한의 노동환경에서 해방시켜줬다는 점에서 인간적 공간이라는 역설이 만들어졌다.
상품 입고부터 배송까지 전 과정에는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엔드 투 엔드(End-to-End) 콜드체인'이 적용된다. 구역별 온도는 상온 18~25도, 냉장 0~5도, 냉동 영하25도·습도 20% 이하로 관리된다. 냉장·냉동 구역은 물론 이송 구간과 배송 차량까지 온도 관리 체계가 단절 없이 이어진다. 배송에도 콜드 시스템을 갖춘 1톤 전기차가 투입되며 냉장·냉동 상품 모두 30도 이상 폭염 속에서도 6시간 이상 적정 온도가 유지되는 포장재를 적용했다.
제타 스마트센터에서는 냉장·상온 상품을 하나의 토트에, 냉동 상품은 별도의 토트에 담는다. 냉장 상품과 상온 상품을 같은 토트에 담는 방식은 롯데마트가 오카도의 기존 방식을 바꾼 지점 중 하나다. 원래 오카도 시스템은 냉장·냉동·상온 상품을 각각 다른 토트에 나눠 담는다. 박 상무는 "그렇게 하면 고객 한 명의 주문에 최대 3개 토트가 필요해 그만큼 물동량이 늘어난다"며 "국내에서는 냉장과 상온을 초록색 토트에 담고, 빨간색 박스에는 냉동 상품을 담아 색깔로 구분되는 방식으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인력 운영 규모는 유사 자동화 물류센터와 비교해 적은 편이라고 한다. 박 상무는 "다른 대형 자동화 물류센터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의 인력으로 운영 가능하다"며 "물류센터 안에 상주하는 인원이 적고 대부분 인력은 배송 쪽에 배치된다"고 설명했다.
롯데마트는 2022년 11월 오카도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2023년 12월 착공했다. 약 20개월의 공사기간을 거쳐 2025년 8월 센터를 준공한 뒤 1년 가까이 설비 설치와 통합 테스트를 거쳐 이번에 문을 열었다. 투자 규모는 약 2000억원이다. 배송 권역은 부산·창원·김해 등이며, 내년에는 대구·울산 등으로 확대한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주문량 증가에 맞춰 현재 120대 수준인 봇 운영 대수를 주문량 증가에 맞춰 최대 300대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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