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배틀그라운드'를 찾기 위한 크래프톤의 선택은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이었다. 개발사와 스타트업은 물론 광고·콘텐츠 기업까지 인수하며 IP와 사업 영역 확장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다. 그러나 미래 성장성에 높은 값을 매긴 일부 대형 M&A는 대규모 손상차손으로 돌아왔고, 인수한 중소 개발사 가운데 파산·청산 사례도 이어졌다. 최근에도 크래프톤은 M&A를 통한 '스케일업'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딜사이트는 크래프톤의 주요 인수 사례와 이후 성적표를 추적해 투자 판단과 밸류에이션, 인수 후 관리 역량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박관훈 기자] 크래프톤이 설립 이후 인수한 사업체 4곳 중 1곳이 현재 파산하거나 청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는 사업·인력 재편 과정에서 법인을 정리한 사례로 파악되지만, 인수 이후 흥행작을 내놓지 못하고 결국 문을 닫은 중소 개발사도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대형 M&A의 밸류에이션과 투자 판단뿐 아니라 인수한 개발사·스타트업을 안정적으로 성장시키는 사후관리와 인큐베이팅 역량도 크래프톤의 ‘스케일업’ 전략이 풀어야 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크래프톤이 2007년 설립 이후 경영권을 확보한 기업·사업체는 총 20곳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25%에 해당하는 5곳이 현재 파산하거나 청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파산과 청산을 모두 사업 실패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인력이나 자산을 흡수한 뒤 사업 재편 차원에서 법인을 정리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인수 후 자체 사업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파산하거나 청산된 개발사가 반복적으로 나타났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크래프톤의 소규모 개발사 인수는 공식적인 '스케일업' 전략보다 훨씬 앞선 2015년부터 본격화됐다. 당시 자체 개발 역량과 IP를 확대하기 위해 외부 개발사를 잇달아 품었지만, 일부 스튜디오는 인수 이후에도 흥행작을 내놓지 못하며 경영난을 벗어나지 못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콜이다. 크래프톤(당시 블루홀)은 2015년 7월 모바일 게임사 스콜을 주식교환 방식으로 인수했다. 취득원가는 169억9615만원이었다. 스콜은 온라인 MMORPG 테라의 모바일 버전 '테라M'을 2017년 11월 출시했고, 2019년 10월에는 '테라 오리진'을 일본에 선보였다. 크래프톤의 대표 IP였던 테라까지 활용했지만 장기적인 흥행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결국 스콜은 인수로부터 약 6년 뒤인 2021년 5월 25일 파산 처리됐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마우이게임즈도 비슷한 수순을 밟았다. 크래프톤은 2015년 10월 14일 이사회 결의로 마우이게임즈와 포괄적 주식교환 계약을 체결해 지분 100%를 인수했다. 대금은 현금이 아닌 신주 발행으로 치렀다. 보통주 11만8554주와 우선주 2만3712주를 주당 3만5144원에 발행해 약 50억원의 취득원가를 인식했다.
하지만 인수 이후 별다른 흥행작을 내놓지 못했고 마우이게임즈는 2017년 1월 청산됐다. 인수 후 약 1년여 만이다. 크래프톤이 개발사 인수를 본격화한 지 불과 2년 만에 첫 법인 정리 사례가 나온 셈이다.
공격적인 투자 판단이 두드러진 사례도 있다. 레드사하라스튜디오는 2017년 12월 19일 이사회 결의를 거쳐 2018년 2월 22일 구주 인수와 신주 발행을 병행한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으로 크래프톤에 인수됐다.
특히 레드사하라스튜디오는 인수 당시 이미 순자산 공정가치가 마이너스(-) 18억2746만원으로 부채가 자산을 웃도는 상태였다. 이후에도 실적 개선은 쉽지 않았다. 2018년 한 해 매출은 5910만원에 그친 반면 당기순손실은 57억3693만원에 달했다.
레드사하라스튜디오는 2020년 3월 모바일 게임 '테라 히어로'를 출시했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고, 2022년 3월 18일 파산 처리됐다. 인수로부터 약 4년 만이다.
크래프톤의 시행착오는 게임 개발사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사업 영역을 게임 밖으로 넓히기 위해 인수한 스타트업에서도 법인 정리 사례가 나왔다. 크래프톤은 2021년 7월 30일 상환전환우선주와 보통주 인수를 통해 감성 콘텐츠·챗봇 스타트업 띵스플로우의 지분 81.49%를 57억4089만원에 취득했다.
크래프톤은 이듬해인 2022년 4월 별도로 설립·운영해 온 비트윈어스 지분을 띵스플로우로 이관했다. 비트윈어스는 연애 앱 '비트윈' 서비스 사업부문을 2021년 브이씨엔씨로부터 99억3965만원에 양수한 법인이다. 같은 해 6월 띵스플로우가 비트윈어스를 흡수합병하면서 콘텐츠·커뮤니케이션 사업을 한데 묶는 재편도 시도했다.
사업 재편에도 장기적인 성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크래프톤이 보유한 띵스플로우 지분의 장부가액은 2022년 한 해에만 27억6170만원 감소했다. 이후 띵스플로우는 인수 약 4년 만인 2025년 8월 1일 청산됐다.
이밖에 크래프톤이 2022년 2월 지분을 인수한 740게임즈는 인수 후 불과 4개월 만에 청산됐다. 사업보고서상 740게임즈의 업종은 유선온라인게임 소프트웨어 개발·공급업으로 확인되지만 별도의 서비스명이나 실적은 기재돼 있지 않다.
특히 인수 후 청산까지 걸린 기간이 4개월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740게임즈는 독립 법인의 장기적인 사업 운영보다 인력이나 자산 확보 후 내부로 흡수하는 목적의 거래였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이를 스콜이나 레드사하라스튜디오처럼 사업 부진 이후 파산한 사례와 동일선상에서 M&A 실패로 분류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크래프톤은 이 같은 개발사 인수 경험을 거친 뒤 2022년 말 '스케일업' 전략을 공식화했다. 외부 IP 확보와 퍼블리싱 사업 강화, 전략적 지분투자 등을 통해 자체 개발에 의존하던 성장 방식을 다변화하고 외부 역량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이후 크래프톤의 M&A 대상과 투자 규모도 국내 중소 개발사를 넘어 글로벌 게임·콘텐츠 기업으로 확대됐다.
문제는 외형 확장이 곧바로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대형 M&A에서는 언노운월즈의 대규모 영업권 손상과 ADK의 초기 수익성 부진이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과거 인수한 중소 개발사와 스타트업에서도 파산·청산 사례가 반복됐다. 결국 크래프톤의 M&A 전략을 평가하는 기준도 '얼마나 많은 회사를 사느냐'에서 '사들인 회사와 IP를 얼마나 오래 성장시키느냐'로 옮겨갈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수년간 이어진 크래프톤의 스케일업 전략이 규모 확장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를 내는 모습”이라며 “다만 일부 중소 개발사·스타트업에서 실패 사례가 반복되고 있어 인큐베이팅과 관리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크래프톤은 여전히 '포스트 배틀그라운드'를 찾기 위해 외부 IP와 개발사를 적극적으로 품고 있다. 언노운월즈에서 ADK, 중소 개발사까지 이어진 M&A 성적표가 보여주는 과제는 결국 인수 자체보다 그 이후에 있다. 막대한 자금을 들여 확보한 개발사와 IP를 새로운 캐시카우로 키워낼 수 있느냐가 크래프톤 '스케일업' 전략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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