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지 기자] 국내 게임 대장주 ‘크래프톤’과 ‘엔씨(NC)’가 올해 하반기에도 오래된 지식재산권(IP)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레거시 IP를 활용하는 방식은 다를 전망이다.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PUBG)는 이미 흥행이 검증된 IP의 수명을 연장하며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단계인 반면, 엔씨의 리니지·아이온 IP는 꺾였던 성장성을 다시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어서다.
올해 상반기 실적만 놓고 보면 두 회사 모두 반등에 성공한 모습이다. 크래프톤은 PUBG PC 트래픽 회복과 서브노티카2 초기 판매에 힘입어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이 예상된다. 하나증권은 크래프톤의 2분기 연결 매출을 1조2927억원, 영업이익을 4337억원으로 추정했다. PC 매출은 45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엔씨 역시 미국 게임 개발사 저스트플레이(JustPlay) 연결 편입 효과가 더해지며 외형 성장이 예상된다. 유안타증권은 엔씨의 2분기 연결 매출을 6870억원, 영업이익을 1435억원으로 추정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79.6%, 영업이익은 851.9% 증가한 수치로 컨센서스 대비로도 매출은 5.1%, 영업이익은 11.7% 웃도는 수준이다.
◆단일 IP 리스크에서 검증된 캐시카우로…신작 준비 병행
10일 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의 PUBG는 한때 단일 IP 의존이라는 약점의 대표 사례로 꼽혔다. 하지만 PUBG는 이제 매년 새로운 콘텐츠를 더할 수 있는 플랫폼형 자산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크래프톤의 핵심 전략은 PUBG를 완전히 다른 게임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다. 이미 검증된 게임 안에 더 많은 콘텐츠와 경험을 추가하는 데 있다.
웰메이드 모드와 이용자 제작 콘텐츠(UGC), 외부 IP 협업을 통해 기존 이용자의 체류시간과 접속 빈도를 늘리는 방식이다. 배틀로얄 장르에 머물렀던 PUBG를 다양한 플레이 경험이 축적되는 라이브 플랫폼으로 확장하고 있는 셈이다.
이 전략의 장점은 분명하다. 완전히 새로운 흥행작을 기다리지 않아도 기존 IP에서 추가 매출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PUBG의 플랫폼화 전략이 성공할 경우 신규 흥행작 의존도를 낮추면서도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크래프톤의 하반기 관심사는 올해 실적보다 내년 이후 성장 동력에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상반기 실적 눈높이가 높아진 만큼 시장은 2027년 이후를 이끌 차기 신작 라인업에 주목하고 있다. PUBG만으로도 실적 성장은 가능하지만 기업가치의 추가 재평가를 위해서는 차기 성장축에 대한 시장 신뢰 확보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오는 8월 독일에서 열리는 게임스컴이 중요한 이유다. 크래프톤은 게임스컴을 통해 PUBG IP 기반 미공개 신작과 ▲NO LAW ▲프로젝트 제타 ▲에이지 트위스터 ▲타래: 언바운드 등 5종을 공개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PUBG의 플랫폼화만으로 기업가치 상승을 지속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결국 차세대 성장축이 될 신규 IP 성과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리니지·아이온의 재도전…글로벌 확장 시험대
엔씨의 상황은 크래프톤과 다소 다르다. 크래프톤이 흥행 중인 IP의 수명을 늘리는 전략이라면 엔씨는 한동안 성장 정체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레거시 IP의 가치를 다시 끌어올리는 과정에 있다.
지난해까지 엔씨는 리니지 의존도와 신작 부진이 동시에 부각되며 체질 개선 요구를 받아왔다. 그러나 올해 들어 리니지 IP 기반 콘텐츠와 아이온 IP 확장 전략이 재조명되면서 실적 개선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엔씨의 2026년 연결 매출을 2조6763억원, 영업이익을 5242억원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영업이익 161억원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수익구조가 크게 개선되는 셈이다.
특히 시장은 리니지 IP의 안정적인 현금창출력과 함께 아이온 IP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리니지 클래식의 경우 출시 후 90일 누적 영업매출 1924억원을 기록했다. 또 시장에서는 아이온2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평가하며 글로벌 출시 성과에 주목하고 있다. 25년 넘게 축적된 이용자 기반과 브랜드 인지도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엔씨의 하반기 승부처는 글로벌 시장이다. 국내 시장 성과만으로는 과거 리니지 중심 성장 모델의 반복이라는 평가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엔씨가 국내 MMORPG 중심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글로벌 이용자 기반을 확보할 수 있는지를 이번 신작 성과의 핵심 잣대로 보고 있다.
오는 9월 아이온2 글로벌 출시와 IP 확장 전략이 해외 이용자 확보로 이어질 수 있는지가 핵심 변수로 꼽힌다.
또 다른 관전 요소는 수익성이다. 자체 플랫폼 비중 확대와 직접 서비스 강화가 이뤄질 경우 플랫폼 수수료 부담을 낮추면서 매출 증가가 이익률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아이온2의 자체결제 비중이 높아질 경우 플랫폼 수수료 절감 효과가 확대되면서 수익성 개선 폭도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주목할 부분은 엔씨의 반등이 일시적 흐름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확인해야 할 변수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저스트플레이 연결 편입 효과가 외형 성장에는 기여하겠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제외한 기존 사업의 체력 회복 여부를 더욱 중요하게 보고 있다. 신작 성과와 글로벌 시장 안착 여부가 동반돼야 실적 개선의 지속 가능성을 입증할 수 있다는 평가다.
리니지 클래식이 단기 실적 개선을 이끌고 있다면, 아이온2는 엔씨의 중장기 성장 전략을 검증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두 회사의 하반기 계산법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크래프톤은 이미 검증된 PUBG를 얼마나 장기간 성장시키며 플랫폼 자산으로 확장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엔씨는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리니지·아이온 IP가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는지를 증명해야 한다.
한 증권사 게임 담당 연구원은 "크래프톤은 PUBG가 모드와 UGC를 통해 플랫폼형 라이브 서비스로 확장되는지가 중요하고, 엔씨는 아이온2 글로벌 출시와 자체결제 확대가 국내 반등을 해외 성과와 이익률 개선으로 이어갈 수 있는지가 핵심"이라며 "같은 레거시 IP 전략처럼 보이지만 크래프톤은 수명 연장, 엔씨는 가치 재검증이라는 점에서 접근 방식이 다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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