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태민 기자] 크래프톤의 글로벌 퍼블리싱 조직 무게중심이 외부 영입에서 내부 인재로 옮겨가면서 전략 변화에 업계 관심이 쏠린다. 사업 인프라와 연속성은 유지하되, 운영 주도권을 내부로 가져오는 방식이다. 신작의 글로벌 성과와 본업 안정성 제고를 동시에 견인할지가 새 퍼블리싱 조직 체제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외부 퍼블리싱작 성과 미지근…역량 내재화 여론 제기
2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이달부터 크래프톤의 퍼블리싱 조직 수장이 장태석 PUBG 지식재산(IP) 프랜차이즈 총괄로 교체된다. 장 총괄은 최고글로벌퍼블리싱책임자(CGPO)와 PUBG IP 프랜차이즈 총괄을 겸임하며 퍼블리싱 조직 전체를 이끈다. 전임인 오진호 CGPO는 오는 9월까지 퍼블리싱 전략 고문으로 재직한 뒤 회사를 떠난다.
개편 배경에는 복합적인 기류가 깔려 있다. 크래프톤은 2023년 '스케일 업 더 크리에이티브(Scale-up the Creative)' 기조를 내세우면서 글로벌 퍼블리싱 전략을 가동했다. 특히 '세컨드 파티(타사 게임 유통+지분 투자, 2PP)' 퍼블리싱을 강화하면서 외부 개발사 지분 투자 비중이 늘었다. 핵심 과제로 꼽히는 '원 히트 원더' 탈피와 수익 다각화, 글로벌 입지 확장을 동시에 달성한다는 목표였다.
이 같은 전략은 오 CGPO 체제에서 좀 더 구체화됐다. 외부 투자와 내부 개발을 병행하며 IP를 확보하고, 이를 지역 특성에 맞춰 운영해 오래 끌고 가겠다는 청사진이었다. 2024년 8월 취임 이후 데이4나이트(미국), 탱고 게임웍스(일본) 등 다수의 외부 개발사에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일본 광고기업 ADK그룹을 7103억원에 인수하는 과감함도 선보였다.
다만 PUBG 외 신작·외부 퍼블리싱 라인업에서 장기 흥행을 입증한 사례는 아직 제한적이다. ‘인조이’는 출시 초기 100만장 판매라는 성과를 냈지만, 장기 흥행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특히 인디게임 '딩컴 투게더'와 '팰월드 모바일' 출시 지연은 아쉬운 대목으로 평가된다. ADK 또한 인수 1년이 지났음에도 이렇다 할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다.
투자 대비 성과가 빠르게 가시화되지 않으면서 외부 인사 주도 퍼블리싱 전략에 대한 의문 여론이 형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크래프톤 내부 사정에 정통한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퍼블리싱 역량 강화를 위해 경영진 차원에서도 관련 조직에 힘을 많이 실었던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올들어 중장기 전략 중 PUBG IP 확장 비중이 커지면서 외부 퍼블리싱 전략과 내부 기조가 맞물리지 않는 부분들이 생겼고, 역량 내재화 여론이 커졌다"고 귀띔했다.
글로벌 퍼블리싱 재정비…PUBG 운영 경험 전면 배치
장 총괄은 2009년 펍지스튜디오의 전신인 지노게임즈 시절부터 합류한 인사다. '데빌리언' 아트디렉터로 재직하다 '배틀그라운드(PUBG)' 아트디렉터, 총괄 PD, IP 프랜차이즈 총괄 등을 맡았다. 차기 기대작 중 하나로 꼽히는 '프로젝트 블랙버짓'의 PD로 참여하는 등 김창한 대표의 큰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오랜 기간 크래프톤에 몸담아온 만큼 내부 사정과 라이브 서비스 시스템 전반에 정통한 인물로도 꼽힌다. 이용자 커뮤니티 기반 장기 운영 역량은 PUBG 라이브 서비스 과정에서 입증한 바 있다. 지난 2021년 서비스 무료 전환으로 글로벌 이용자 저변을 넓힌 게 대표적이다.
전사 퍼블리싱 조직을 장 총괄 체제로 묶은 건 본사와 산하 독립 스튜디오 간 개발 역량을 정교하게 연결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읽힌다.
크래프톤은 독립 스튜디오를 통해 다수의 소규모 프로젝트를 빠르게 출시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개발 자율성을 존중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현지화 전략이나 수익모델 설계, 출시 시점 등 퍼블리싱 관점을 개발 초기 단계에 반영하기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스튜디오의 자율성과 전사 퍼블리싱 역량 간 균형을 잡는 일이 장 총괄 체제의 첫 과제가 될 전망이다.
장 총괄의 사업·서비스 경험이 PUBG에 집중돼 있어 기존의 IP 다각화 전략과 어떻게 맞물릴지도 관건이다. PUBG로 다져진 운영 공식을 신작 라인업 전반에 대입하기엔 한계가 뚜렷하다는 평가다.
최근 글로벌 게임 시장은 초기 흥행보다도 중장기 운영 방향성과 현지화, 플랫폼 다변화, 이용자 커뮤니티 운영 전략이 성패를 가르는 추세다. 장르 특성과 핵심 요소가 제각각인 데다 권역별 접근법도 천차만별이다. 오 CGPO가 장르·권역을 가리지 않는 IP 확보를 전면에 내세웠는데, 장 총괄 체제에서 어떤 변화를 줄 지가 관전 포인트다.
이와 관련 크래프톤 관계자는 "PUBG 프랜차이즈를 확장하면서 신규 IP를 발굴하는 기존 전략 틀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내부적으로 검증된 리더십이 멀티 IP 확장과 글로벌 성장 가속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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