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
기간 설정

돌고 돌아 다시 부동산
김정은 기자
2026-08-10 08:20:00
'집보다 주식' 내세웠지만 더 단단해진 부동산 믿음
이 기사는 2026-08-07 08:42:31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정은 기자수첩.png

[딜사이트 김정은 기자] 이재명 정부가 '집보다 주식'이라는 메시지를 앞세워 자본시장 활성화에 나섰지만, 시장의 자금 흐름은 기대했던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서울 집값은 여전히 고공행진했고, 한때 뜨거웠던 증시는 변동성에 크게 흔들렸다. 결국 시장에는 '부동산은 결국 오른다'는 인식만 더욱 공고해졌고, 치솟는 집값 속에 내 집 마련의 문턱은 한층 더 높아졌다.


정부가 제시한 정책의 방향은 분명했다. 부동산에 집중된 자금을 생산적인 투자로 유도해 기업은 성장 자금을 확보하고 투자자는 그 성과를 공유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다. 부동산 쏠림을 완화하고 자본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 자체는 충분히 공감할 만했다.


실제로 정부 출범 이후 증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은 국내 증시로 빠르게 유입됐다. 오랜만에 증시에는 활기가 돌았고 반도체를 비롯한 대형주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오랫동안 박스권에 갇혀 있던 국내 증시에 대한 기대도 커졌다. 주식 상승장에 투자하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포모(FOMO) 심리가 번졌고, 너도나도 증시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국민들의 기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사상 처음 코스피 9000선을 돌파했던 증시는 한 달여 만에 5000선대로 밀려났다. 반도체 업황을 둘러싼 불확실성과 글로벌 증시 변동성, 차익실현 매물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투자심리는 급격히 얼어붙었다. 정부가 자본시장에 불어넣었던 기대 역시 이러한 외부 변수 앞에서 오래 유지되지 못했다.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개인투자자일수록 손실은 더 컸다. 자본시장에 품었던 기대는 순식간에 불안과 후회로 바뀌었다.


반면 서울 부동산 시장은 규제에도 좀처럼 꺾이지 않았다. 공급 부족 우려와 집값 상승 기대심리가 시장을 떠받치면서 서울 아파트값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다는 분석도 나왔다. 대출과 세제를 중심으로 한 각종 규제에도 강남을 비롯한 주요 지역에서는 신고가 거래가 이어졌고, 상승세는 서울 전역으로 번졌다.

결국 정부가 기대했던 자금 이동의 방향과는 다른 인식이 시장에 자리 잡았다. 주식은 변동성이 크고 큰 손실도 감수해야 하는 위험자산이라는 인식이 다시 강해졌다. 반면 부동산은 규제 속에서도 가격이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경험이 반복되면서 '부동산은 결국 오른다'는 시장의 믿음은 더욱 공고해졌다. 국민이 기억하는 것은 정책의 취지가 아니라 시장이 보여준 결과였다.


이번 사태의 가장 씁쓸한 대목은 정책 변화에 기대를 걸었던 개인 투자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졌다는 점이다. 증시로 유입된 자금 상당수는 집을 처분해 투자에 나선 자금이라기보다 애초에 집을 살 여력이 없었던 개인들의 자금이었다. 이들이 주식 급락으로 투자 손실을 떠안은 사이 서울 집값은 치솟으며 내 집 마련의 문턱은 더욱 높아졌다. 결국 집은 더 멀어졌고, 자산은 줄어드는 현실만 남았다. 자산 형성의 기회를 넓히겠다던 정책이 결과적으로 가장 절실했던 계층의 상대적 박탈감만 키웠다.


부동산 정책 역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집값 안정을 위해 대출 규제에 이어 세제 강화까지 잇달아 내놨지만 규제에도 시장은 기대했던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거래가 위축된 상황에서 세제 부담까지 커지자 시장의 경직성은 더욱 심화됐다. 거래가 줄고 매물이 잠기면서 희소성이 커졌고, 집값 상승 기대심리도 쉽게 꺾이지 않았다.


이재명 정부의 '집보다 주식'이라는 메시지가 지향한 방향은 분명했다. 그러나 시장은 구호가 아니라 수익과 신뢰를 따라 움직인다. 부동산과 자본시장은 어느 한쪽을 누른다고 다른 한쪽이 커지는 단순한 제로섬 구조가 아니다. 자본시장을 키우려면 부동산을 누르는 데 집중하기보다 투자자들이 시장을 선택할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기업의 성장성과 시장에 대한 신뢰가 쌓일 때 자금도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결국 시장은 구호보다 성과를, 국민은 의도보다 결과를 기억한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