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안나 기자] 농협경제지주가 3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수익성 악화를 겪는 가운데 독특한 자금조달 구조를 통해 연간 수백억원 규모의 금융비용을 절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기업이었다면 회사채나 은행권 일반대출에 의존했을 자금을 계열 금융과 정책성 자금으로 조달하면서 금융비용을 크게 절감하는 구조다.
농협경제지주의 2025년 말 연결 기준 총차입금은 5조634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농협은행과 농협중앙회에서 조달한 차입금은 4조1784억원으로 전체의 74.2%를 차지한다. 특히 농협은행에서 조달한 차입금만 3조7000억원을 웃돌며 외부 금융기관보다 계열 금융 의존도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눈에 띄는 대목은 장기차입금의 금리 구조다. 농협경제지주의 장기차입금 1조4146억원 가운데 1조2302억원은 농안기금 차입금, 310억원은 특수사업지원자금이었다. 두 자금 모두 금리가 0%다. 장기차입금의 약 90%를 사실상 무이자로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구조는 실제 금융비용 절감 효과로 이어진다. 농협경제지주의 신용등급은 AAA로 평가된다. 농림축산식품부 관할 체계에 속해 있고 유사시 정부 지원 가능성이 반영되면서 초우량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3년 만기 AAA 등급 회사채 민평금리는 연 4.2% 수준에 머물고 있다. 농협경제지주가 제로금리로 조달한 약 1조2600억원을 시장에서 등급 민평금리로 조달했다고 가정하면 연간 금융비용은 약 530억원에 달한다. 가산금리까지 고려하면 규모는 더 커질 수도 있다.
농안기금 등 외에도 농협경제지주가 농협은행 등에서 조달한 자금의 금리는 ▲시설자금 차입금 연 2.00~4.30%, ▲축산발전기금 운영 차입금 2.50~3.00%, ▲기타 장기차입금 0.00~4.87% 수준이었다.
시장에서 AAA 신용도를 지닌 일반 기업이 회사채를 발행할 때 4%대 금리 조건이 적용되지만 농협경제지주는 비교적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모습이다. 정책성 자금과 계열 금융을 활용함으로써 수백억원 규모의 이자 부담을 줄이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금융 지원에도 농협경제제주의 수익성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농협경제지주는 2023년 29억원, 2024년 136억원, 2025년 35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3년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같은 기간 순손실은 724억원에서 622억원으로 일부 줄었지만 금융수익과 기타 영업외수익 증가에 따른 영향이 컸다.
적자가 이어지면서 이익잉여금도 빠르게 줄고 있다. 2023년 말 1921억원이었던 이익잉여금은 2025년 말 327억원으로 급감했다. 자체 현금창출력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내부 유보를 통한 투자 재원 마련도 어려워지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농협경제지주의 차입 구조가 단기적으로는 금융비용을 줄이고 재무 건전성 완충장치 역할을 하지만, 근본적인 수익성 개선이 뒤따르지 않으면 계열 금융 의존도가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농협경제지주 관계자는 "농안기금차입금 등은 정부정책에 의해 상환 및 차입이 결정되며 경제지주에게 상환부담이 없다"며 "실질적으로 경제지주의 경영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차입금은 없는 만큼 재무 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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