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강울 기자] 한국투자금융지주가 KDB생명에 이어 롯데손해보험 인수까지 검토하면서 인수자금 조달 방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보험사 모두 인수대금보다 인수 이후 투입해야 할 자본확충 부담이 더 큰 매물로 평가되는 만큼, 자금조달 구조가 실제 인수 여부를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투지주의 자체 자금 활용에는 제약이 있는 만큼 공동투자나 인수금융 등 외부 자금 조달이 거론되지만, 결국 매도자가 자본확충 부담을 얼마나 분담하느냐가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롯데손보 최대주주인 JKL파트너스는 공개매각을 포함한 매각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KDB생명은 현재 실사가 진행 중으로 산업은행이 이달 초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KDB생명 인수전에 참여한 데 이어 롯데손보 매각에도 관심을 보이며 인수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두 보험사 모두 매각가격보다 인수 이후 투입해야 할 자금이 더 큰 거래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보험업권의 기본자본 규제가 강화되면서 인수 이후에도 충분한 자본을 투입해야 정상적인 영업 확대와 재무건전성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보험사 M&A에서는 매각가격보다 인수 이후 투입해야 할 총자금 규모가 더 중요한 변수로 평가된다.
두 회사 모두 기본자본이 마이너스 상태라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차이는 자금 부담의 구조다. KDB생명은 인수가격보다 자본확충 부담이 더 큰 매물로 평가되고, 롯데손보는 구주 인수대금과 자본확충 비용을 합치면 전체 투입금액이 2조원을 웃돌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KDB생명은 인수대금보다 인수 이후 필요한 자본이 더 큰 부담으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기업가치를 5000억~6000억원으로 평가하지만 산업은행은 1조원 안팎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취약한 기본자본을 보강하기 위한 추가 출자 부담도 크다. 올해 1분기 기본자본은 마이너스(-)3567억원으로,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 50%를 맞추려면 최소 1조650억원을 확충해야 한다.
롯데손보도 사정은 비슷하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매각가격은 1조원 안팎이지만 올해 1분기 경과조치 후 기본자본은 마이너스(-)3509억원이다. 현재 요구자본 규모가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 50%를 맞추는 데 약 1조4000억원의 자본 보강이 필요하다. 구주 인수대금까지 더하면 실제 투입해야 할 자금은 2조원을 웃돌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투지주의 자체 자금 여력을 판단하는 핵심 지표는 이중레버리지비율이다. 금융지주가 자회사에 추가로 출자할 수 있는 여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규제지표로, 자회사 출자액을 개별 기준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이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자회사에 추가 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든다.
올해 3월 말 기준 한투지주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은 121.96%로 규제 상한(130%)까지 남은 여력은 약 8%포인트에 불과하다. KDB생명이나 롯데손보 인수 이후 대규모 자본확충까지 감안하면 지주 차원에서 추가 출자를 감당할 수 있는 자본 여유가 크지 않은 셈이다.
1분기 기준 한투지주의 자기자본과 기존 자회사 출자액이 유지되고, 시장에서 거론되는 인수가격과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 50% 달성을 위한 자본확충 추정액을 모두 지주가 직접 부담한다고 가정하면 이중레버리지비율은 규제 상한을 크게 넘어선다.
KDB생명을 시장 예상 가격에 인수하고 기본자본 확충까지 모두 부담할 경우 이중레버리지비율은 약 139~140% 수준으로 상승한다. 롯데손보 역시 인수대금과 자본 보강액을 모두 직접 투입하면 약 148%까지 오를 수 있다. 이는 한투지주가 인수대금과 자본확충을 모두 부담하는 단순 가정에 따른 계산으로, 실제 비율은 재무적투자자(FI) 공동투자와 인수금융, 매도자의 자본지원 규모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차입을 통한 자금 조달도 근본적인 해법이 되기는 어렵다. 일반 회사채나 기업어음(CP)을 발행해 지주가 직접 자금을 마련할 수는 있지만 차입으로 조달한 자금을 자회사 출자에 사용할 경우 출자 규모만 늘고 자기자본은 증가하지 않아 이중레버리지비율이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차입은 자금을 조달하는 수단일 뿐 지주의 규제상 출자 여력을 늘려주는 방법은 아니라는 의미다.
올해 3월 말 별도 기준 한투지주의 차입부채는 5조8948억원으로 대부분 CP와 회사채로 구성돼 있다. 기존 차입 규모도 적지 않은 만큼 추가 차입을 통한 대규모 자금 조달에는 부담이 뒤따를 수 있다는 평가다.
자기자본으로 인정받는 신종자본증권 역시 발행 여건이 녹록지 않다. 신종자본증권은 회사채와 달리 회계상 자기자본으로 인정돼 이중레버리지비율 관리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전날 기준 국고채 5년물 금리는 4.014%로 지난 1월 초 3.239%보다 크게 올랐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시장금리도 상승하면서 신종자본증권을 추가 발행할 경우 과거보다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조달 자체가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발행 비용이 커질수록 수익성 부담도 함께 확대될 수 있다.
계열사를 통한 내부 자금 확보도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 한투지주는 한국투자증권의 배당을 확대해 현금을 확보하는 방안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한투증권 유상증자에 1조5000억원을 투입하며 투자금융과 종합투자계좌(IMA) 등 자본 활용 사업 확대를 지원한 직후라는 점에서 다시 대규모 배당으로 자금을 회수하는 것은 기존 성장 전략과 배치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지주 자체 자금만으로 두 보험사의 인수대금과 자본확충 부담을 모두 감당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자체 자금만으로 인수를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현실적인 대안으로는 외부 자금 활용이 거론된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앞서 예별손해보험 본입찰에서도 예금보험공사에 1조원 후반대의 자금 지원을 요청하며 직접 부담을 최소화하는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KDB생명과 롯데손보 인수전에서도 재무적투자자(FI)와의 공동투자나 인수금융을 병행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다만 인수 이후 보험사에 투입하는 자금은 기본자본으로 인정받아야 하는 만큼 단순히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넘어 투자 구조와 자금 성격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한투지주의 인수 전략은 단순히 얼마를 써내느냐보다 인수 이후 자본확충 부담을 어떻게 나누느냐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매도자가 자본확충에 얼마나 참여하거나 지원 조건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실제 부담은 물론 최종 입찰가격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한국투자증권 자본확충에 상당한 자금을 투입한 만큼 한투지주가 보험사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전액 자체적으로 조달하기보다는 재무적투자자나 인수금융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며 "보험사는 인수가격보다 인수 이후 투입해야 할 자본 규모가 더 중요한 만큼 매도자의 자본지원 조건에 따라 실제 부담과 최종 입찰가격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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