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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대인 BNK 회장의 참호구축…청와대도 관심 사안
이슬이 기자
2026-08-04 07:25:00
③ 견제 기능 상실한 '이너서클' 이사회…지역금융 한계 드러낸 폐쇄적 지배구조로 자체 개혁 불가론 지적
이 기사는 2026-08-03 16:46:58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BNK금융그룹 전경. (제공=BNK금융지주)

[딜사이트 이슬이 기자]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BNK금융지주와 JB금융지주의 합병을 제안한 배경에는 지방 금융지주 특유의 폐쇄적인 거버넌스와 지역 중심 영업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특히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이후 청와대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빈대인 BNK그룹 회장이 연임을 주도해 성공한 점은 이사회의 독립성 논란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사건이 됐다. 지역 향토 기업들에 대한 여신 집중으로 대규모 충당금 부담이 발생한 사례가 빈 회장 연임을 전후로 계속되면서 지방 금융지주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빈대인 회장 연임 후 정부의 견제를 의식한 BNK금융그룹은 올해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사외이사 7명 가운데 5명을 교체하고 주주 추천 사외이사를 기존 1명에서 4명으로 확대했다. 지난해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한 금융당국이 견제 받지 않은 금융지주들의 '부패한 이너서클' 구조를 강하게 질타하자 이른바 ‘제발 저린 듯’ 내놓은 자체 개혁 조치였다.


그간 BNK금융은 특정 지역과 학교 출신을 중심으로 한 폐쇄적인 인사 관행이 지속돼 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회장이 바뀔 때마다 그 계파를 중심으로만 경영진 물갈이 인사가 반복돼 왔다는 평가는 마치 금융지주가 아니라 지역에 터잡은 패거리 문화에서나 볼 수 있는 수준이라는 비판도 낳게 했다.


실제로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지주사간 합병으로 BNK가 만들어진 이후 초대 지주 회장 시절에는 부산상고·동아대 출신이 그룹을 점령했다. 그리고 이후에는 부산대 출신이 경영진의 주축을 이루는 등 회장이 교체될 때마다 주요 보직과 사외이사진이 함께 바뀌는 관행이 이어졌다.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인사 구조가 회장 중심의 이른바 지역이나 학연 위주의 이너서클을 고착화하고 외부 견제 기능을 약화하는 병폐로 지적됐다. 장기적인 경영 전략의 연속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기에 충분한 구태인 것이다.


BNK금융은 올해 빈대인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하는 과정에서도 공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10월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추석 연휴를 포함한 일정으로 후보 공모를 진행하면서 실질적인 접수 기간을 영업일 기준 4일에 그치게 의도했다. 여기에 외부 공고도 접수 마감을 이틀 앞두고 이뤄지면서 외부인사의 접근을 아예 차단했다는 해석을 낳게 했다. 라이프자산운용을 비롯한 일부 주주들은 이에 대해 외부 인사의 참여가 제한된 기습 추천이라고 비판했고, 후보 선정 기준과 심사 절차를 공개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제공=BNK금융그룹)

임추위에 참여한 사외이사들의 성격도 문제가 됐다. 이들이 대부분 빈대인 회장 취임 시점과 맞물려 선임된 인사들로 구성된 점이 논란을 키웠다. 당시 참여한 김병덕·이광주 사외이사는 2023년 3월, 오명숙·김남걸 사외이사는 2024년 4월 선임된 인물로 모두 빈 회장 취임 이후 이사회에 합류한 인사들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현 경영진 체제에서 선임된 사외이사들이 다시 현직 회장의 연임을 결정하는 구조는 이른바 ‘셀프 연임’ 논란으로 이어졌다. 현대 경영학에서 대리 경영인의 병폐 가운데 가장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하는 ‘참호 구축’이 드러난 것이다. 최고경영자가 이사회를 자신의 측근들로 모두 배치시켜 성과에 관계없이 연임을 지속하는 것은 흡사 전쟁터에서 전투를 이끌어야 할 리더가 병사들에게 참호를 파게 하고 그 속에 들어가 자신의 안전과 보신만 추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배구조에 대한 지적과 함께 지역에만 밀착된 영업 구조도 지방지주사의 고질적인 한계로 꼽힌다. 지역 기업과 장기간 거래를 이어오며 관계형 금융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은 지방금융사의 강점이다. 그러나 특정 기업에 대한 여신 집중으로 이어질 경우 지역 경기 부진이나 개별 기업의 부실이 곧바로 금융사의 건전성으로 연결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반얀트리 해운대 화재 사고로 시공사인 삼정기업이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면서 BNK금융은 수천억원 규모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 부담을 떠안게 됐다. 삼정기업을 비롯한 회생 절차 신청 3개사에 대한 BNK금융의 대출 익스포저는 2024년 말 기준 2026억원에 달하며 기타 관계사 여신까지 포함하면 4000억원을 훌쩍 넘는 수준이다. 삼정기업이 부산을 기반으로 성장한 대표적인 토종 건설사였던 만큼 부산은행은 물론 경남은행, BNK캐피탈, BNK투자증권 등 주요 계열사들이 자금 공급에 나섰고 결국 그룹 전반의 충당금 부담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한 때 이차전지 업계의 대장주로 꼽혔던 금양이 상장폐지 위기를 겪게 되면서 그룹 차원의 부담도 한층 커진 상황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BNK금융의 금양 관련 대출 규모는 총 148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특히 상장폐지가 논의되기 1년 전부터 회사의 부실 징후가 눈에 띄게 커졌는데도 불구하고 경영진은 금양 경영진과 유착돼 실무 리스크 부서의 여신 감액 보고를 무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실기업을 지역 대표로 포장했지만 근본이 드러나 위기에 빠지자 그 부실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 셈이다.


최근 얼라인은 BNK가 자체 내의 개혁 만으로는 부패한 부분을 스스로 도려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합병 제안을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단순히 자산 규모를 키우는 것을 넘어 지역 중심으로 고착된 인사와 거버넌스, 특정 지역 기업에 집중된 여신 구조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경상권과 전라권으로 나뉜 지방금융을 전국 단위 그룹으로 재편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이사회 운영 방식도 전면적으로 혁신하겠다는 구상이다. 양사 이사회가 당장은 합병 검토 제안을 거절했지만 이번 제안을 계기로 지방금융의 자본 효율성과 지배구조를 둘러싼 논의는 한층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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