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제안한 JB금융지주와 BNK금융지주의 234조원 합병안이 양사 이사회 거부로 일단 무산됐다. 얼라인의 요구는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지만 지방금융의 고질적인 향토 온정주의 병폐와 리스크 관리 실패, 자본효율성 저하의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행동주의 펀드 제안은 이번으로 그치지 않고 이제 본격적인 문제의식의 발현이 될 것으로 보인다. 5대 금융지주에 맞설 지방금융의 현실적인 생존 전략을 짚어본다.
[딜사이트 윤기쁨, 이슬이 기자] 경상도와 전라도의 금융 통합. 한국 현대 정치가 70년 동안 그리고 고려시대 이후로 1000년 간 위정자들이 풀지 못한 동서통합을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라는 행동주의 하우스가 의제로 꺼내들었다.
얼라인은 전라도 중심의 JB금융지주와 경상도 중심의 BNK금융지주가 합병을 해야한다고 주주 제안을 내놓았고 이에 대한 핵심 명분으로 자본 효율성 괴리를 꼬집었다. 실제로 자산 규모는 BNK금융이 2.5배 크지만 수익성은 JB금융이 2배 가까이 높다. 얼라인은 이 같은 실적 격차의 원인을 일단 BNK금융의 자본 비효율성과 지배구조 리스크에서 찾아냈다.
30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BNK금융의 연결 총자산은 160조원으로 JB금융(약 65조 원)의 2.5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ROE(자기자본이익률)은 JB금융이 13.0%로 BNK금융(7.6%)을 크게 앞서고 있다. 몸집이 두 배반이나 큰 BNK가 JB보다 이익률이 낮은 것은 어떤 이유 때문일까.
실적 격차는 시장의 주가 평가로 이어진다. 자산 규모 차이에도 불구하고 양사의 시가총액은 5조원대 중후반에서 비슷하게 형성돼 있고 오히려 JB금융이 소폭 앞서는 수준이다. JB금융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8배 수준으로, BNK금융 대비 두 배에 달하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성과 격차의 배경으로는 지배구조 밎 리스크 관리 역량이 꼽힌다. JB는 지분 약 14.6%를 보유한 최대주주 삼양사를 비롯해 얼라인(14.0%), OK저축은행(10.6%) 등 민간 중심의 과점 주주 체제를 구축했다. 여기에 중앙 플레이어인 KB금융 출신의 김기홍 회장을 필두로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했고, 서울사무소를 거점 삼아 수도권 영업망도 다변화 했다. 보수적이던 지방금융지주의 한계점들을 나름대로 십년간 잘 극복해왔다는 평가를 듣는다.
반면 BNK금융은 확실한 앵커 주주가 없는 지배구조 특성상 정권 교체기마다 외풍 논란에 시달려 왔다. 부산롯데호텔 등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BNK 지분 약 11%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 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현실은 적극적인 경영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기형적인 구조다. 첫째로는 금산분리 규제의 장벽으로 인해 산업자본인 롯데가 은행법상 지방은행 지분을 최대 15%까지만 보유할 수 있고 의결권은 4%로 제한된다. 롯데의 지분은 최대주주에 해당하지만 의결권 제한 때문에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지 못하기에 BNK는 사실상 시중은행처럼 주인 없는 소유 분산 기업이 됐고 경영진을 견제할 오너십이 없다.
2023년 취임한 빈대인 회장은 조직 쇄신과 내부통제 강화를 내걸었지만 부산은행 중심의 순혈주의와 지역 연고주의 한계를 전혀 극복하지 못했다. 여기에 경남은행 횡령 사고 등 잇따른 내부통제 부실 악재와 영남권 경기 침체, 부동산 PF 관련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이 재무적 발목을 잡았다. 빈 회장은 특히 최근 이재명 정부가 연임에 대해서 강한 경고 신호를 보냈는데도 이사회를 장악해 임기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BNK 리더십의 패권주의와 이른바 ‘우리가 남이가’로 통칭되는 지역 연고주의가 자본 효율성을 가로막는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부산 경남에 토착화한 기업들에 무분별하게 이자를 깎아주거나 여신 리스크가 기준 이상인데도 이를 어긴 사례가 줄지 않는 이상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은 어려울 거란 예상이다. 더욱이 비대해진 임원 조직이 대부분 경쟁력을 잃어버린 향토인으로 채워진 것도 개혁을 어렵게 하는 요소로 지적된다.
얼라인은 JB금융의 운용 방식을 BNK에 적용해 합병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양사가 총자산 234조원 규모로 합쳐질 경우 단순 합산 9.1% 수준인 양사의 ROE가 12.8%까지 수직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경상도 금융사의 개혁을 전라도 경쟁사에 맡긴다는 발상 자체를 두고 BNK는 강력히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저마진 대출과 부동산 PF 자산에 묶여 있던 BNK의 포트폴리오를 고수익 자산 위주로 재편하고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 대손충당금 부담을 낮출 구상에 대해서도 탁상공론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얼라인은 개혁을 통해 늘어난 당기순이익으로 자사주 매입·소각을 단행해 자기자본을 축소하면 ROE의 구조적 상승이 가능하다는 논리를 폈지만 BNK는 물론 JB 조차 이를 상상만으로 가능한 해법이라고 치부한다.
양사 이사회는 이 제안을 공식 거부하면서 합병안은 일단 멈춰다. 그러나 BNK의 자본 비효율성이 드러난 이상 경영진의 부담은 오히려 커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합병 거부에 대한 명분을 확보하려면 독자 경을 통해서라도 BNK가 자본 효율성 개선을 증명해야 할 거란 예상이다. BNK가 자사주 매입·소각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을 내놓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얼라인의 이사회 의사록 열람 청구 등 추가 주주행동이 예고된 가운데 지방금융지주의 자본 배치와 지배구조 개혁 논의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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