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배지원 기자] 건설 경기 침체와 원가 부담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박상신 DL이앤씨 부회장이 취임 후 첫 상반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외형 확대보다 수익성 확보에 무게를 둔 경영 기조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국내 주택사업의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에너지 인프라와 해외 신사업을 미래 성장축으로 육성하는 전략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DL이앤씨의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은 3조528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 감소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3168억원으로 52.9% 증가했다. 2분기 영업이익도 159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3% 늘었다.
매출 감소는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무리하게 수주하지 않는 선별수주 전략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면 채산성이 확보된 사업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면서 수익성은 개선됐다.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2899억원으로 전년 동기(385억원)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수익성 개선에는 원가율 안정이 영향을 미쳤다.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전사 원가율은 82.73%를 기록했고, 핵심 사업인 국내 주택부문 원가율도 76.70%까지 낮아졌다. 원가 부담이 이어지는 건설업황 속에서도 공사별 채산성을 고려한 수주 전략과 원가 관리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박 부회장 취임 이후 안정성에 방점을 찍은 경영 방침도 수익성 개선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박 부회장은 실적 정상화와 체질 개선 등 가시적인 성과 통해 그룹 내 높은 신임을 받으면서 지난해 12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DL이앤씨는 설계 단계부터 BIM(빌딩정보모델링)을 적극 활용해 자재 낭비를 줄이고 시공 효율을 높였다. 일부 현장에는 모듈러 공법을 확대 적용해 인건비 상승에 대응했다. 사업성이 검증된 도시정비사업과 핵심 사업지 위주로 수주 역량을 집중하면서 불필요한 마케팅 비용과 금융비용을 최소화한 점도 실적 개선 요인으로 꼽힌다.
재무구조 역시 업계 상위권 수준을 유지했다. 올해 2분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조1334억원, 차입금은 9386억원으로 순현금은 1조1948억원을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86.4%다.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바탕으로 서울 핵심 도시정비사업 등 대형 프로젝트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도 확보했다는 평가다.
실제 DL이앤씨는 압구정과 여의도 등 주요 재건축 사업 수주를 추진하는 한편 기존 사업장을 지키기 위한 방어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장이 성남 상대원2구역 재개발 사업이다. DL이앤씨는 2015년 시공권을 확보하고 2021년 도급계약을 체결했지만, 이후 조합이 '아크로' 브랜드 적용을 요구하면서 갈등이 이어졌다.
이후 조합이 GS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면서 시공권을 둘러싼 분쟁으로 번졌고, 조합장 해임까지 겹치면서 사업 추진에도 차질이 발생했다. 사업이 장기화될 경우 금융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만큼 회사도 대응에 나섰다. 박 부회장은 지난 3월 조합 사업설명회에 직접 참석해 사업 정상화 의지를 밝히며 조합원 설득에 나서기도 했다.
박 부회장은 안전경영 강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DL이앤씨는 지난해 구축한 통합 스마트 안전관제 플랫폼을 고도화해 AI 기반 위험 예측 기능을 확대하고 있다. CCTV와 각종 센서를 활용해 작업자의 위험 행동을 감지하고, 위험구역 출입을 통제하는 등 현장 안전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에너지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회사는 소형모듈원전(SMR)과 탄소포집·활용·저장(CCUS)을 핵심 축으로 삼고 글로벌 시장 확대를 추진 중이다. 미국 X-energy와 전략적 협력을 이어가고 있으며, 최근에는 SMR 표준화 설계 계약도 마무리했다. 필리핀 전력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CCUS 분야에서는 자회사 카본코를 중심으로 북미와 호주 등 해외 프로젝트를 확대하고 있다. 플랜트 부문의 신규 수주도 증가하면서 주택사업 의존도를 낮추려는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도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중동 시장도 잠재적인 성장 무대로 거론된다. DL이앤씨는 1970년대부터 이란에서 발전소와 석유화학 플랜트, 댐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중동 재건 사업이 본격화될 경우 축적된 사업 경험과 현지 네트워크가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수익성 중심의 사업 운영과 원가 관리 성과가 실적에 반영되면서 이익과 현금창출력이 함께 개선되고 있다"며 "재무건전성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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