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임초롱 기자]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안 발표가 또다시 늦춰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이달 발표를 예고했지만 부동산 대책에 이어 최근 증시 변동성 대응까지 긴급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모습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중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안을 발표하기로 했으나 아직까지 일정을 확정하지 않았다. 영업일 기준으로 금융위가 공언했던 7월은 이날과 오는 31일 이틀만 남겨두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12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사 지배구조를 두고 '부패한 이너서클'이라고 지적하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자 올해 1월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논의를 진행해왔다. 당초 3월 중 개선안을 내놓을 예정이었지만 단순 행정지침이 아닌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을 통해 제도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논의가 장기화됐다.
지난 15일 진행된 하반기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도 금융위는 이달 중 지배구조 개선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금융위의 정책 역량은 부동산 금융대책 마련으로 집중됐다. 정부가 공급과 금융규제, 세제를 주제로 세 차례 토론회를 진행한 데 이어 지난 23일 이 대통령 주재 대국민 토론회까지 열면서 가계대출 규제에 따른 실수요자 보완이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잔금대출이 막힌 입주 예정 단지를 중심으로 은행권과 대응 방안을 협의하는 한편, 잔금대출을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포함한 실수요자 보완대책을 검토 중이다. 하반기에만 약 7만가구, 26조원 규모의 잔금대출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후속 보완책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당초 이달 말 발표가 거론됐던 부동산 종합대책도 공급·세제 대책과의 조율이 길어지면서 8월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부동산 대책이 마무리되기도 전에 금융위는 또 다른 긴급 현안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최근 국내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되자 금융위는 시장 안정 대책 마련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지난 5월 말 출시된 뒤 시가총액과 거래대금이 빠르게 늘었다. 금융위는 전날 긴급회의를 열어 개인별 투자한도 설정 등 추가 규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총투자금액의 20% 이내로 제한하는 방안이 예시로 제시됐으며 거래비용 인상과 모의거래 도입, 긴급 상황에서 시장 안정화 조치를 내릴 법적 근거 마련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처럼 부동산과 자본시장 현안이 연이어 우선순위를 차지하면서 금융위 내부에서는 지배구조 개선안의 발표 시점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개선안에는 최고경영자(CEO) 승계 절차와 연임 제한,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 성과보수 환수제도(클로백), 주주총회 보수정책 승인제도(세이온페이) 도입 등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지만, 법 개정 범위와 적용 대상 등을 놓고 추가 조율이 필요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권에서는 부동산 후속대책과 시장 안정 조치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이후에야 지배구조 개선안도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발표 시점이 8월 이후로 넘어갈 경우 당초 3월로 예정됐던 일정은 반년 가까이 늦어지는 셈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하반기 대통령 업무보고 이후 14일 만에 열린 지난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 관계자는 "관련 일정과 내용들은 아직 확정된 게 없다"며 "확정되는 대로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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