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성준 기자] 전기차 충전업계 코스닥 1호 상장사 채비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후속 기업공개(IPO)에 나선 에버온의 기업가치 산정에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채비가 국내 충전 인프라 기업의 사실상 유일한 상장 비교기업인 만큼 에버온에 투자한 벤처캐피탈(VC)의 회수 성과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채비는 전날 코스닥시장에서 373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4월 확정된 공모가 1만2300원보다 69.7% 낮은 가격이다. 상장 첫날 기록한 장중 최고가 3만750원과 비교하면 하락률은 87.9%에 달한다.
시가총액도 1751억원까지 줄었다. 채비는 상장 첫날 주가가 급등하며 장중 시가총액이 1조원을 넘어섰지만 불과 3개월 만에 기업가치의 상당 부분이 사라졌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인 5700억원대와 비교해도 3분의 1을 밑돈다.
주가 하락은 채비에 투자한 재무적투자자(FI)의 회수 계획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채비는 상장 전까지 카카오인베스트먼트와 스틱인베스트먼트, KB자산운용 등으로부터 총 1575억원을 유치했다. 스틱인베스트먼트와 KB자산운용은 각각 채비 주식 996만3600주와 515만9400주를 보유하고 있다.
두 투자자의 보유 주식에는 상장 후 6개월의 보호예수가 적용돼 오는 10월 말까지 매각이 제한된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보호예수 해제 이후에도 장내 매각 대신 블록딜을 추진할 계획을 밝혔다. 다만 주가가 투자단가를 크게 밑돌면서 단기간 내 원금 이상의 가격으로 회수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채비의 주가 부진은 후속 상장 주자인 에버온에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에버온은 지난 13일 한국거래소에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미래에셋증권이 상장 주관을 맡았다.
에버온에는 DSC인베스트먼트와 HB인베스트먼트, L&S벤처캐피탈, 나우IB캐피탈, K2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 서울투자파트너스 등 다수의 VC와 금융기관이 투자했다. 2023년에는 이들 투자자를 중심으로 5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유치했다.
에버온은 IPO를 앞두고 자본구조도 정비했다. 지난해 상환전환우선주(RCPS) 980만8710주가 전량 보통주로 전환되면서 909억원이 자본으로 반영됐다. 마이너스였던 자본총계는 550억원으로 돌아섰고 RCPS에서 발생하던 파생상품 평가손실 부담도 해소됐다. 투자자들의 회수 경로 역시 상환보다 상장 이후 지분 매각에 무게가 실리게 됐다.
에버온은 수익성을 앞세워 채비와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652억원으로 전년보다 43.3% 증가했다. 영업손익은 50억원 적자에서 55억원 흑자로 전환했고 영업활동현금흐름도 117억원의 순유입을 기록했다.
반면 채비는 지난해 매출 1017억원을 올렸지만 영업손실이 296억원에 달했다. 급속충전기 제조와 운영을 병행하는 채비와 달리 에버온은 공동주택을 중심으로 완속충전기 약 5만2000기를 운영하고 있다. 에버온은 이러한 사업구조와 수익성 차이를 상장 심사 과정에서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채비와의 비교를 완전히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충전 인프라 운영사가 채비 한 곳 뿐이라서다. 에버온이 영업흑자를 달성했더라도 채비의 시가총액이 1000억원대로 내려온 상황에서는 과거 비상장 투자시장에서 형성된 기업가치를 그대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
결국 에버온 IPO의 관건은 채비와 다른 수익구조를 시장에 얼마나 설득력 있게 입증하느냐에 달렸다. 채비의 주가가 전기차 충전산업 전체에 대한 할인으로 굳어지면 에버온의 공모가 뿐만 아니라 기존 VC의 회수 성과에도 부담이 된다. 반대로 에버온이 흑자 기반의 독자적인 기업가치를 인정받는다면 채비 이후 얼어붙은 충전 인프라 기업의 상장 가능성을 다시 시험하는 사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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