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송한석 기자] 삼성전자가 ‘삼성 AI 모듈러 홈’을 앞세워 모듈러 주택 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실제 사업 구조는 주택 건설보다 인공지능(AI) 가전과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확대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택 설계와 제작, 시공은 협력사가 맡고 삼성전자는 AI 가전과 스마트싱스를 공급하는 역할에 집중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는 건설과 서비스의 역할을 분리한 채 AI 홈 접점을 넓히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6월 공간제작소와 함께 ‘삼성 AI 모듈러 홈’을 공개하며 국내 모듈러 주택 시장 공략에 나섰다. AI 가전과 스마트싱스를 적용한 새로운 주거 모델을 선보였으며 향후 국내외 공급 확대도 추진할 계획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건설 과정 전반에서 삼성전자의 역할이 사실상 빠져 있다는 점이다. 주택 설계와 제작, 시공은 물론 건축 인허가와 원자재 조달, 공사 관리까지 공간제작소가 맡는다. 삼성전자는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 등 AI 가전과 스마트싱스를 비롯한 IoT 서비스를 공급하는 역할이다. 모듈러 주택은 삼성전자 입장에서 새로운 건축 상품이라기보다 자사 가전과 플랫폼을 한꺼번에 적용할 수 있는 패키지형 판매 공간에 가까운 셈이다.
판매 방식도 일반 소비자가 생각하는 구조와는 차이가 있다. 소비자는 삼성전자를 통해 모듈러 주택을 계약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제작소가 운영하는 제품군 가운데 삼성전자와 협업한 모델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삼성 가전이 적용된 턴키형 모델을 고를 수도 있지만 소비자 선택에 따라 삼성 제품이 포함되지 않은 모델도 구매할 수 있다.
사업의 초점은 수익 구조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삼성전자는 집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 들어가는 AI 가전과 스마트싱스 솔루션을 공급해 매출을 올린다. 아울러 사업 책임도 분리돼 있다. 건물의 누수나 균열, 단열 성능, 구조상 결함 등 주택 자체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공간제작소가 맡는다. 삼성전자는 가전제품이나 스마트싱스 연동 서비스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만 책임진다. 소비자는 ‘삼성 AI 모듈러 홈’이라는 하나의 상품처럼 접하지만 실제 계약과 사후관리 구조는 주택과 가전으로 갈리는 셈이다.
이 같은 구조는 삼성전자의 사업 목적이 모듈러 사업보다는 AI 홈 생태계 확대에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모듈러 주택 자체를 판매하기보다 처음부터 AI 가전과 연결 서비스를 하나의 공간에 구현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전략이다. 건설사업의 위험 부담은 줄이면서 자사 제품을 적용할 수 있는 접점은 넓히는 구조다.
여기에 스마트싱스를 통한 이용자 확대 전략도 담겨 있다. 여러 대의 삼성 가전이 기본 적용되면 소비자는 자연스럽게 스마트싱스를 이용하게 된다.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연결 기기와 사용 데이터도 함께 축적돼 AI 서비스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직접적인 서비스 수익보다 장기적인 생태계 확장에 의미를 두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TV 사업에서도 같은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TV를 판매한 이후 삼성 TV 플러스와 아트 스토어 등 서비스를 통해 이용자와 접점을 이어가고 있다. 모듈러 홈 역시 집을 짓는 사업이라기보다 AI 가전과 스마트싱스를 중심으로 한 IoT 생태계를 넓히는 플랫폼 전략의 연장선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공간제작소와의 협업은 향후 사업 확대 과정에서도 핵심 구조로 유지될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공간제작소와 협력하지만 해외에서는 국가와 지역에 따라 다른 파트너사와 협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해 독일 IFA에서는 삼성물산과 협업한 모듈러 주택을 전시하기도 했다. 즉 특정 건설사와 함께 주택을 직접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별 파트너를 통해 AI 가전과 스마트싱스 생태계를 확장하는 방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공간제작소에서 지은 집에 삼성전자의 제품과 솔루션을 넣는 구조이기 때문에 인허가 등 제반 업무는 공간제작소가 담당한다”며 “가전을 공급하면 자연스럽게 스마트싱스를 사용하게 되고 이용자가 늘어나면 데이터 확보와 서비스 확대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품을 판매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서비스를 연결하는 방향으로 사업이 확장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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